|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은 11월 16일(목)입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통과해야 할 시험의 관문은 실로 다양합니다. TOEFL 시험, 수학능력시험, 전문직에 종사하기위한 각종 자격시험, 입사시험, 신앙인 되기 위한 교리문답 시험, 자가 운전을 하기위한 운전 면허시험, 등 번거롭지만 일정한 시험의 관문을 거쳐야만 공동체안에서 직업을 가지고 문화인으로 행세하며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시험은 일종의 사회적인 recogni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상항을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수학능력시험출제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윤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올해 수능이 평년보다 쉽게 출제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물 수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수능시험이 공정한 변별력을 가질 정도의 난이도는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전달 과정에서 잘못되었 지는 모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적지 않은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는 발언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대통령의 발언이 사교육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하지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가 겪을 충격과 혼란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해 아무리 해명을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형국입니다. 수학 능력시험은 수험생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중대한 인생사임에 틀림없습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그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부담 때문에 정치적 신념이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어떠한 당국의 시도나 언동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할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부가 이미 수능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냈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전달과정의 문제라고 주장하더라도 수능을 둘러싼 수험생과 학부모의 원망 어린 따가운 시선은 피 할 길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시험하면 옛 엘리트 관료의 등용문인 과거제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수능 시험이 옛 유생들이 과거시험에 대해서 느끼는 부담 만큼이나 중차대하다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 까요.아무튼 말이 난 김에 옛 과거 제도에 얽힌 이야기를 호기심의 차원에서 잠간 살펴보려고 합니다.
중국의 옛 과거는 원칙적으로 3년에 한번 치렀습니다. 과거에 응시하려면 1차관문인 생원(生員)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생원이 된 후 2차 과문인 향시(鄕試)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향시(鄕試)에서 합격하여 거인(擧人)이 되어 베이징에 가서 3차 회시(會試)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회시합격자가 복시(覆試)에 통과하면 비로서 황제 앞에서 치르는 전시(殿試)에 응시할 자격이 생깁니다. 마지막 시험인 전시에 합격하면 진사(進士)가 되어 벼슬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런 과거 제도는 19세기 말까지 조선과 중국에서 유일한 인재 등용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선왕조 500년동안 과거시험 합격자는 일본의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계산에 의하면 1만 4,333명 이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명나라와 청나라의 합격자수 5만1천명으로 중국의 절대 합격자수는 조선왕조보다 3.6배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인구수로 비교해보면 조선의 합격자수가 중국의 5배 더 많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선시대의 인구는 400만-1200만 명이었고, 중국은 명나라 초 6천만명에서 청나라 말 3억명이었습니다. 조선의 인구수는 중국의 20분의 1에 불과 했으므로 조선의 문과 합격자수는 5배가 많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조선에서 문과과거합격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조선에서는 3년에 한번씩 보는 정규문과 외에 임시시험이 빈번히 치루어 진 탓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과거 합격자 1만4천명중 정규 식년 문과 합격자의 비율은 40%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내내 임시문과는 거의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시험에서 임시시험이 빈번했던 상황은 조선후기 과거 합격자들이 소수 혈연 집단에 의한 과점 상태를 유지하거나, 뇌물을 공여하고라도 필사적으로 과거에 합격하려고 했던 경향성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조선은 원래 양인과 천인으로 갈라져 있었고 양인은 누구나 과거를 통해 양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양반도 4대 동안 과거를 통과하지 못하면 천인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조선초기의 유연한 신분제가 조선후기에 양반과 비 양반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이동성이 사라지고 양반은 특권층으로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임시과거시험의 경우 3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식년 문과와는 달리 일정공포에서 시험실시까지 극히 짧은 기간에 치러졌습니다. 채점결과도 임시문과는 시험당일에 발표돼 엄격함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세력이 있는 가문에 임시 문과 가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추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왕조에서 300여명 이상 문과 합격자를 낸 가문이 다섯 있습니다. 전주 이씨 843명, 안동권씨 354명, 파평윤씨 330명, 남양홍씨 317명, 안동김씨 304명 등입니다. 100명이상 과거 합격자를 낸 동족집단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38개 가문 집단으로 집계됩니다. 38개 가문 집단의 합격자수가 7,502명으로 전체합격자수의 절반이 넘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3천개의 성씨를 기준으로 하면 약 1%의 동족 집단이 모든 문과 합격자의 반수 이상을 배출한 셈입니다. 여기서 뛰어난 인재를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등용한다는 과거의 취지가 퇴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의 동족집단에 의한 극심한 과점상태로 중국의 명나라, 청나라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정수험생 사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나라 정관 연간에 조정에서 향시를 통해 관리를 선발했습니다. 당태종 이세민은 출신과 경력을 위조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는 크게 화를 내면서 그들이 자수하지 않을 경우 즉각 처형하겠다는 조서를 내렸습니다.
얼마후 위조한 사람이 발각되자 태종은 대주(戴胄)에게 처형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대주는 법률규정에 의거하여 그를 유배 보냈습니다. 태종은 이사실을 알자 아주 불만스런 표정으로 대주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자수하지 않는 자는 즉각 처형하라고 했는데, 그대는 유형을 보냄으로서 나의 말에 신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소. 혹시 뇌물을 받거나 무슨 이득을 본게 아니오?”
대주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그를 죽이겠다면 그건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신하는 법을 집행하는 자로서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하며, 법을 초월하여 폐하의 조서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태종이 반박했다.
“그대는 법을 지켰지만 나의 신용을 잃게 했으니, 이게 잘된 일 이오?”
“법률은 공포되면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범법자도 엄격히 법률에 따라서 벌해야 하니, 이렇게 해야만 천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폐하가 그를 처형하겠다고 한 말씀은 노 하셨을 때 한 것입니다. 당시 폐하가 즉각 그를 처형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폐하께서는 그를 신하에게 맡겨서 법에 따라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폐하께서 분노를 참고 신뢰를 지키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폐하께서 그를 처형하고 법률을 도외시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큰 신뢰를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위 일화에서 당 태종에 맞서는 대주도 과거를 보고 등용된 인재인 듯 논변이 조리 있고 예리 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다시 과거제도 이야기로 돌아와서 과거 제도의 원조국가인 중국이 인재등용에서 오직 과거제도만을 고집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 합니다. 청나라의 옹정제는 진사자격을 가진 이론가 보다는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등용하기도 했습니다. 옹정제는 고전학문에 입각해 세속에서 벗어난 정론을 내세우는 관료보다 실무를 성실하게 처리하는 관료를 높이 평가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위, 전문경 등은 옹정제의 신뢰를 얻어 중용된 지방관료들로 과거에 합격하지 않고 공직에 등용된 인물입니다.
한국갤럽의 6월 3주 여론 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잘하고 있다 35%” 그리고 “ 잘못하고 있다 57%” 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 힘 34%, 더불어 민주당 34%로 동율을 이루었고 무당층은 27%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에 집계된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도 공히 시큰둥 한 편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잘하고 있다 29%
잘못하고 있다 5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잘하고 있다 32%
잘못하고 있다 50%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 최근 돈봉투사건과 연루된 민주당의원에 대한 방탄국회 그리고 김남국의원의 가상화폐투자 사건 등 더불어 민주당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 정당 지지율과 김기현 대표의 지지율이 괄목할 만큼 치고 나가 월등한 독주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악재가 곧 국민의 힘의 지지세로 바로 연결되지 않음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현상입니다.. 중도층은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이 서로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내로남불식의 끊임없는 비생산적인 언쟁과 정쟁에 식상해 있다는 증거가 아닐 가 싶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조치로 미국, 일본과 삼각외교의 강화로 국가의 안보를 튼튼하게 한 조치는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의 첫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의 첫번째 이유도 외교입니다. 따라서 외교는 윤석열대통령 국정 평가의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금과옥조로 여겨 국제관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대놓고 적대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질서는 고정불변이 아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현재 미국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구관계를 de coupling 이 아닌 외교를 통한 리스크 줄이기(derisking) 에 중점적으로 노력 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과 EU국가그리고 영국도 대화와 협력을 을 통하여 중국과 상호이익을 증진할 외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토니불링컨 미국무장관의 중국방문과 향후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시진평 중국 주석 간의 대화재개와 타협의결과에 따라 한국도 명분과 실리에 따른 외교적 노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싱하이밍 대사의 시 건방진 언행에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다 보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맹파 이건 동맹파와 대척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주파의 시선 이건 간에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데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법론입니다. 방법론은 유연하고 다양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세계 정세에 따라 미국의 정책도 바뀌고 미국의 정책이 변하면 한미관계도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조화와 균형의 묘는 한나라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지혜 인 것 같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주장하는 가치 외교일변도에 치중하다 보면 실리외교에 등한 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민들의 대다수는 트럼프 전대통령의 인격은 존경하지 않지만 그가 내건 슬로건 “America First”는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격에 맞는 가치외교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리 외교도 같은 비중으로 추구해야 진영에 관계 없이 골고루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무원의 충성도 내지 공무원들의 능동적 업무수행은 서로 밀접한 상관계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윤석열대통령의 지지율은 30%후반대에서 횡보 현상을 보이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울은 여론의 직접적인 바로메타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의 능동적 정부정책집행의지의 간접적인 지표이기도 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년여의 남은 임기를 생각해서라도 당장 위기관리를 해야 할 매우 염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 수행지지율에 대해서 지나치게 대범하게 여기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너무 낙관적이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집권 일년차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이정도로 낮은 지점에서 횡보 현상을 보이는데도 대통령실은 태 무심 한 것이 아닌지, 윤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조바심이 날 지경입니다. 윤대통령의 소수 강성 지지자들이라면 응당 여론조사의 모집단이 잘못 포집되여 여론조사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변 해야 할 정도로 여론이 미온 적이거나 관망 상태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난맥상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 외에 국민의 힘과 정부여당의 믿는 구석이 무엇 인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2024년도 총선거를 채 10개월도 남기지 않는 이 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위기관리의 차원에서 황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