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시 20분. 장미의 거리에 들어섰다. 용철이가 섬돌(?)에 앙거있다.
“용철이 왔능가?”
“예, 형님 오쇼?”
“자네 방학 안 했능가?”
“낼 모레 허요. 글고 했으믄 갔제.”
“그러제 이?”
아줌마들 몇이 보랏빛 반팔을 입고 나타난다. 장애 아줌마들도 전동의자(휠체어)를 끌고 광장에 온다. 민이는 벌써부터 초에 불을 붙여들고 다닌다. 이름을 부르고 아는 체를 헝게 인사를 꾸벅 헌다. 초 나눠주는 데로 갔다. 조영규 동지가 8월 말에 있을 개성 관광 안 갈라냐고 묻는다. 식구허고 야그해보고 알려주마고 했다.
7시 35분. 5월 18일에 평화광장에서 처음 봤던 애가 엄마하고 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였더라?”
“최준혁이요.”
“맞어. 준혁이지? 4학년?”
“2학년이에요.”
7시 40분. 여인두 씨가 소리대를 잡는다.
“오늘이 무슨 날이죠? 예, 제헌절이죠?! 헌법을 만든 지 60년이 된, 회갑을 맞은 날입니다. 오늘 전국에서 헌법을 지키려고 촛불을 .... 우리 국민의 목소리.... 생명권, 주권을 지키기 위해.... 광우병소 전면재협상을 위한 목포 52차 촛불문화제....”
‘전면재협상이 아니라 미국소 수입 절대 안 된다고 외쳐야쓴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광우병 의심 수입금지 품목이 600개나 되었는디....’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합니다. 이명박이는 일본의 도발을 허용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천박한 이명박의 대일외교....국민생명권....촛불은 승리합니다. 우리가 촛불을 놓지 않는 한 촛불은 승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의 힘찬 함성과 박수로 52차 촛불문화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용철이가 북을 들고 온다. 민주노동당 목포시위원회 박기철 위원장이 여는 말을 헌다.
“예, 오늘도 여전히 모이셨습니다. .... 제헌절 60주년이라 온 국민이 경축해야 하는데 경축할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챙피해합니다. 이민을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촛불 드는 것조차 챙피해합니다. .... 이명박 심판....후꾸다(아나, 후루꾸!) 총리....지금은 아니다. 뒤로 미뤄달라. ....검역주권, 국민주권은 미국에 내줘버리고 영토권은 일본에 내줘버린.... 헌법 3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 영토를 지켜야할 사람이 주권, 영토권을 내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 헌법 18조에는 통신보안을 침해해서는 안 되게 되어있습니다. 이명박이나 조중동 욕하면 잡아가둡니다. 헌법 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군화발로, 방패로, 물대포로 헌법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헌법 21조 결사 집회의 자유.... 국민과 소통.... 미국소와 소통.... 이명박이 항복하는 날까지, 무릎을 꿇는 그 날까지 촛불을 들 수 있겠습니까?”
“예에~~!!!!”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십시오!”
소리터 식구들이 북놀이 공연을 헌다. 모두 아홉사람인디 다 여성이다. 보랏빛 반팔에 빨간 손수건을 머리에 둘렀다. 삼채가락으로 입장허더니 이내 굿거리로 바뀐다.
“떵~ 기다기 떵 다다다다 당~기다기 당~다다다다.....”
“헐씨구야, 좋~다!”
8시 8분. 목포에도 이미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왔단다. 업체가 세 군데인디 전화번호도 틀리고 엉망이란다. 목포생협 이사장을 소개헌다. 광우병쇠고기 대처요령을 들어보잔다.
“대처요령이란 게 특별하게 있겠습니까? 주인한테 당당하게 이것 어디 산이냐고 물어보고 일단 양념육은 의심해보는 게 옳지 않나 싶습니다. 주부나 부모가 할 일은 학교 급식에 미국소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일입니다. 호주산 속에 섞어 팔 수도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외식을 하지 말아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촛불 열심히 듭시다.”
“와아아아~~!!!!”
충격이다. 애들 말로 진짜 ‘대박’이다. 목포시의 모든 요식업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딱 한 사람이란다. 한 명 갖고 뭣을 헌단 말인가? 쥐박이놈의 천박한, 경박한 주둥아리를, 대갈통을 뽀사불고 잪다. 자유발언 듣는단다. 부채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용철이가 이미 북을 갖다놨다.
“안녕하십니까? 진도실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부끄러운 교사 고재성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될라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전면재협상허자고 허는데 저는 미국소는 아예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친 쥐박이가 말 안 들으믄 파업합시다. 국민총파업합시다! 버스 멈추고 기차 멈추고 교사들도 학생들 손잡고 거리로 나섭시다. 그러믄 이깁니다. 요새 명박이 박타령이 나왔든디 제가 만든 명박까를 불러보겄습니다. 2008년 청와대에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사는디 그 놈 생김허고 내력이 꼭 이러겄다?!”
청을 높잡아부렀다. ‘용철이허고 미리 한 번 맞춰볼 것을....’‘산퇴끼’를 ‘촛불아’로 바꿔 시민들허고 항꾸네 불렀다. 맨 앞에 앙거있는 여자애가 고개를 까딱임시로 열심히 따라부른다.
촛불가수 송원천 씨가 노래헌다. 그는 ‘민족21’ 목포지사장이란다. 촛불집회 땜시 직업이 하나 더 생겨부렀다. 노래를 썩 잘헌다. 시민들이 열광헌다.
젊은 아낙이 어린 아이들 걸리고 무대에 나선다. 석현동에 사는 32개월 된 아들을 둔 아줌마라고 소개헌다. 아들한테 소리대를 준다.“아쩨요.”헌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웃는다. 엄마가 소리대를 잡고 야그를 잇는다.
“오늘 아침 아프리카 방송 보신 분들 계세요? 아, 다들 못 보셨군요. 저는 주부라 (집 안에서)살림하기 때문에 가끔 봅니다. 오늘 아침 9시에 아프리카를 통해서 YTN 주주총회 하는 걸 봤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 울분이 나서 통곡을 했습니다.(30초만에 쥐박이놈의 개, 구본홍을 사장으로 결정해분 만행을 저지름!) 저는 요즘 신랑하고 사이가 안 좋습니다. 아이 때문입니다. 건강 지켜주는 게 모성본능 아닙니까?”
“옳소~~!!!!”
“저는 좌빨이니 좌익이니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수구꼴통도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밖에 없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잘못된 교육, 반드시 지켜야(‘막아야’를 잘못 말씀하신 듯) 합니다. 네이버나 다음에 아기엄마 회원들이 많습니다. 글은 많이 올라오는데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아 서운합니다. 이명박 한 명만 끌어내리면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생각 자체를 뿌리뽑아야 합니다. 저는 81년생이라 5.18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때 아기가 오줌마렵다는 몸짓을 헌다. 두 손으로 거시기 쪽을 타닥인다.
“우리 아이가 오줌이 마려운가 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중풍일보(중앙일보) 판촉하고 싸웠습니다. 법도 모르면서 촛불집회 나가지 마라고 합니다. 무가지에 경품 주는 것은 불법 아닙니까?!”
“옳소~!!” “하먼이라!”
“이 여자, 저 여자 막말을 하더군요.”
한 동안 말을 못 잇는다. 울먹이고 있다. 무슨 말인가를 해주고는 싶은디.... 광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침묵하고 있다. ‘울지 마!’ ‘힘 내요!’마음 속으로만 외쳤다.
“시국이 이런데도 개념 안 잡힌 사람들 많습니다. 그 사람들 개념 잡힐 때까지 촛불 계속 듭시다.”
여인두 씨가 싸이월드, ‘목포의 미래’, 다음카페, ‘목포의 촛불’을 소개헌다. 조중동 안 보기 운동을 벌이잔다.
자유발언자로 자전거 청년이 나선다. 대불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서른 살 총각, 서상원 씨란다. 자전거 옷차림이라 아랫도리가 조께 거시기허다.
“유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차로 출퇴근하시는 분들께서는 대불공단이면 자전거로도 20~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민망한 복장도 많이 입으면 덜 민망할 수 있습니다.”
“와아아하핳~~!!”
“자전거를 많이 이용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키보드워리어’라는 말 아십니까?”
‘무신 말?’
“인터넷에서는 (뭣이든)다 할 것처럼 해놓고 자리에 안 나타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아는 만큼 실천해야 합니다. 광고주를 압박하니까 조선일보가 위기감을 느꼈나봅니다. 네티즌을 고발한다고 검찰이 나서고 있습니다. (역사가)한참 뒤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싸움이 보수와 진보의 싸움입니까? 쇠고기도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습니까?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입니다.”
“멋져부러~~!!!!”
“우리는 상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아는 만큼 행동합시다!”
“와아아아~~!!!!”“멋져부러~~!!!!”
태극기 소녀들이 일어나 인사를 헌다.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날쌘돌이 조영규 동지가 소리대를 잡는다.
“예, 저는 총각이 아닙니다. 결혼했습니다.”
“총각같이 보여!”
“서울시 교육감이 쓰는 예산이 6조랍니다. (교육감이)0교시, 우열반편성 등 교육정책을 결정합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서울시 교육정책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싸움입니다. 촛불을 옹호하고 미친소를 반대하는 후보가 딱 한 명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일가친척들한테 전화합시다!”
누구를 찍어야 하냐고 시민들이 묻는다. 여인두 씨가 ‘주경복’ 후보라고 힘주어 몇 번을 말한다. 기호 6번이란다.
8시 50분. ‘즐거운 노래, 소풍’이 노래공연을 헌다. ‘동해바다’를 부르고 ‘물 좀 주소’를 부른다. 생각해 봉게 목이 탄다. 무대 뒤로 가서 사진 찍고 물을 두 잔이나 마셨다.
사람들이 모다 인나서 발광을 헌다. 이구인 씨, 박수혜 선생이 고개를 연신 까딱인다. 더벅머리 김철홍 씨가 자작곡, ‘닭털같은 세상(?)’을 부른다.
“이명박이가 집회도 못하게 하고, 두건 쓰면 잡아가고, 에이 씨, 탈이나 쓰고 춤 한번 춰볼까요? 부를 거예요, 탈춤!”<땡>
첫댓글 언제나 생생한 현장의 표정이 살아납니다.^^. 판소리 대본 같기도 허고, 산문시 같기도 헌 것이 분명 우리말이 가락을 타고 있습니다그려. ㅎㅎㅎ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