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클래식 여행-15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그리고 전원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그리고 전원
고전적에서 낭만적 성향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추상적이고 낭만적이며 서정성과 명상적 음률
베토벤이 남긴 32곡의 피아노소나타에 대해, 빌헬름 폰 렌츠Wilhelm von Lenz는 초기 15곡, 중기 12곡, 후기 5곡으로 분류하였다.
‘작품2∼22’까지의 초기소나타는 모차르트·하이든의 영향이 나타나는 고전적인 소나타형식이지만 단순한 모방·추종이 아니라 보다 확장되어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주제적으로는 모차르트·하이든과 같이 모티브발전기법이 대표적인 작곡기법이고, 형식에서는 고전소나타의 3악장형식에서 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 악장을 추가하여 대부분 4악장으로 구성하였다. 초기소나타 15곡 중 9곡이 4악장 구성이고, 대부분 1악장은 항상 소나타 악장형식Sonata Allegro Form, 2악장은 노래하는Cantabile 스타일로 단순한 3부 형식 또는 5부 형식, 3악장은 미뉴에트Minuet 또는 스케르초Scherzo형식, 4악장은 론도Rondo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26∼90’까지의 중기소나타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이 시기에는 상당히 변형되어서 전형적인 양식으로 쓰여 지지 않았고, 창작의욕이 가장 왕성했던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고전적인 형식을 떠난 낭만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1815년부터 작곡된 후기 피아노 소나타 5곡(작품101, 106, 109, 110, 111)은 고전적인 형식을 떠나 추상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서정성을 나타내며 또한 명상적이다.
이들 5개 소나타는 각기 주제가 다른 개성을 나타내어 작곡자의 창조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곡들이다. 장엄미사곡을 쓰던 도중에 작곡 되었던 ‘작품110’을 쓰던 무렵에 베토벤은 “지난 수년간 나는 몸이 불편했고, 여름에는 황달로 시달렸다. 그러나 이제는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이제야 건강을 되찾는가 싶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어려운 병고에 시달리던 그가 힘든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피아노소나타Klaviersonate 제8번 비창, C단조 Op.13>는 1798년에 쓴 초기작품이지만 걸작에 속하는 매우 인기 있는 곡으로, 베토벤 자신이 이름을 붙였다. 1799년에 출판되어 카를 리히노프스키Carl Lichnowsky 공작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은 하이든 등의 교향곡을 모델로 가져와서 중요한 느린악장Adagio Satz; Slow movement에 활용하였다. 강력하고 드라마틱한 첫 악장은 베토벤이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을 크게 바꾼 최초의 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을 들으면 느린악장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운명과의 싸움꾼인 그가, 한편으로는 마음속 깊이 서정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곡의 제목 비창이라는 의미를 음미하면, 슬프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감격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피아노소나타Klaviersonate 제14번 월광Mondscheinsonate; Sonata quasi una fantasia, C#단조 Op.27-2>는 1801년에 작곡되었으며, 줄리에타 기챠르디Giulietta Guiccardi, 1784∼11856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의 독특한 영감이 넘쳐흐르는 작품으로 새로운 소나타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곡으로 평가받고 이 곡에는 27-1과 함께「환상곡풍의 소나타Sonata quasi una fantasia」라는 부제를 붙어있다. 이 곡을 보통 ‘월광’이라 하는데, 이는 작곡자 자신이 아닌 당시의 독일 시인이자 음악비평가인 루드비히 렐슈타프Heinrich Friedrich Ludwig Rellstab, 1799∼11860가 붙인 것이다.
렐슈타프Rellstab는 베토벤 사후인 1832년에 이 소나타의 1악장을 “달빛이 비친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라고 비유했던 것이 그의 표현대로「월광月光」이 되어 우리를 비추어주고 있다. 어두움 속에서 조금씩 우러나오는 슬픈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곡과 MondscheinsonateMoonlight라는 부제는 잘 어울린다.
이 곡을 Decca가 발매한 1958년 녹음판 빌헬름 박하우스Wilhelm Backhaus, 1884∼11969의 연주를 들어보자, 베토벤의 독특한 영감이 넘쳐흐르는 작품으로 새로운 소나타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곡이니까. 아마도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를 연상하게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고전주의 형식에서 벗어나 낭만주의적 음악을 시도한 곡으로 연주시간은 16분 정도이며,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악장, Adagio sostenuto(attacca)」은 C#단조 2/2박자 세도막형식ternary form이다. 정말 렐슈타프 말처럼 고요한 밤 호수에서 달빛이 비치는데 물결이 조금씩 흔들리며 조각배도 같이 흔들리는 듯한 평화롭고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곡이다. 달빛아래 잔잔한 루체른호수가 지금도 아른거리며, 한편으로는 꿈속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인 듯하다. 악보에는 많은 셋잇단음표가 호수의 잔물결을 조용히 일렁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제2악장, Allegretto」은 강한 인상을 주는 두 악장사이에서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악장 간을 이어주는 쉼 역할을 하는 온화한 악장이다. 마르크스Berhard Marx는 이 악장을 이별의 노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제3악장, Presto agitato」에서 베토벤은 줄리에타 귀차르티Giulietta Guicciardi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려는 듯, 1악장과 2악장에서 참아왔던 정열이 폭발하여 나오는 피날레 악장이다. 이 악장의 지시속도 Presto Agitato빠르고 격렬하게와 같이 전 악장과는 대조적으로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격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전곡의 중심을 장악하는 악장이다.
<피아노소나타 제15번 ‘전원Pastorale’ Op.28>은 1801년에 작곡된 초기작품의 마지막 소나타로 분류되는 전형적인 4악장 구성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전원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당시 함부르크의 악보 출판업자인 그란쯔August Grantz, 1789∼11870는 1820년 전원풍의 이 곡을 전원소나타Pastorlale Sonata라는 이름을 붙여 출판함으로써 오늘날「전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곡은 당시 빈의 미술학교 교장으로 극작가이자 계몽 운동가였던 요제프 폰 죤넨펠즈Joseph von Sonnenfels, 1733∼11817에게 헌정되었으며, 자필악보는 본Bonn의 베토벤하우스에 보관되어 있다.
이 곡이 평화롭고 안정되는 느낌을 주어서인지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Carl Reinecke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또는 숲속의 속삭임을 연상시킨다.’고 했고, 영국의 음악학자 조지 그로브George Grove는 ‘목동의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했던 곡이다.
「1악장 Allegro」는 소나타Sonata형식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제1주제, 평화로운 제2주제가 등장한다. 제1주제를 이용하여 부드럽게 코다로 이어진다.
「2악장 Andante」는 우아한 3부형식이다. 베토벤은 평소 이 악장을 즐겨 연주했다는 그의 제자 카를 체르니Carl Czerny의 증언이 있다. D단조이나 어두운 느낌보다는 오히려 밝은 행진곡풍과 낭만적인 발라드풍의 느낌을 준다.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는 가볍고 생기가 넘치는 악장이다.
「4악장 Rondo. Allegro Ma Non Troppo」는 표제와 잘 어울리는 전원적인 정서가 흐른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