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견이 모자라는 일부 인사들이 아직 외래어로 정착했다고 볼 수 없는 생소한 외국어(주로 영어)를
일상 회화나 문자 생활에서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외래어의 증가 요소로 작용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외래어는 점점 더 그 숫자를 늘려 갈 것이다.
그러나 이들 외래어가 국어에서 모자라는 어휘를 보충해 주는 새로운 자원임에는 틀림없는 것인즉,
이들 외래어에 대해 지나친 경계심은 갖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언어와 의미 56쪽 발췌 -
언어와 의미를 공부하면서 사전을 찾아보니 정말 많은 단어들이 외래어로 인정되는 것 같더라구요.
'타이트하다' '핸섬하다' (근데, 비슷한 예로 보이는 '터프하다'는 없더군요. 왜 그럴까요? ) 무드, 헤어핀...
많이 쓰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 인사들'이 멋부리느라 쓰는 '외국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전문용어나 '국어에서 모자라는 어휘를 보충해 주는'것이 외래어라고 여겼는데...
전문용어도 아니고 엄연히 우리말로 풀이할 수 있고 존재하는 것까지 정말 많이 등재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국어가 외국어에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경계심'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느슨함'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떤 문법적 기능을 가진 것이건 국어에선 명사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구요.
어디까지를 외래어로 받아들이고 어디까지를 외국어로 분류하는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었습니다.
둘의 경계가 궁금합니다
그러던 차에 아는 분이 중학생 딸아이의 시험문제라며 '에어컨'과 '디저트'가 외국어냐 외래어냐고 묻더군요.
저는 외래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채점을 하니 그게 틀렸다고 하더군요. 즉, 외국어였다고...
혹시나 싶어 사전을 확인하고 답한 거라 자신있게 말했던 건데 그게 아니라니 의아하고도 얼굴이 화끈했습니다.
국어사전에 올라왔다면 외래어로 인정한다는 거 아닌지요?
외래어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갈팡질팡...ㅠㅠ
첫댓글 저도 논문을 쓰면서 그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었답니다.. 사전에서 외래어의 뜻을 찾아보니 '외국어에서 빌려 마치 국어처럼 쓰는 단어. 특히, 한자 이외의 외국어가 국어화 된 것. 차용어'.라고 나와 있네요. 에어컨은 air conditioner(맞나?ㅎ)를 줄인말이고 디저트는 후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지요. 두 낱말이 다 완전한 국어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즉, 냉풍기나 후식 등으로 대체할 우리말이 있다고 봐서 외국어라고 분류한 게 아닐는지... 근데 '에어컨'은 이제 거의 국어화가 된 것 같은데.. 암튼 우진 선배님의 명쾌한 답변을 기다려 봅니다..
답변이 미흡한 듯 해서 좀 더 설명드려 볼께요~ 이호권 샘께서는 중세국어의 '슈룹'이란 단어를 예로 들어 외래어와 외국어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슈룹'은 후대에 '우산'이란 단어로 바뀌었는데 처음에 '우산'은 우리말이 아닌 한자어, 즉 중국에서 들어온 외국어였지요. 이 외국어인 '우산'이 '슈룹'대신에 자주 쓰이다 보니 고유어였던 '슈룹'은 점차 소멸되어 고유어로써의 대체기능을 잃게 되었으며 대신 외국어 '우산'이란 단어가 차용되어 나중에 고유어로 정착하게 된 것인데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에어컨'이나 '디저트'도 자주 사용하면 고유어인 '냉풍기'나 '후식'이 소멸될 것이고 그 후엔 '에어컨'과
'디저트'가 외래어, 차용어(국어화)가 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고유어처럼 쓰이게 되는 거죠. 지금 두 단어도 외국어, 외래어 이런 경계가 있는 게 아니라 언어의 변화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 보시면 될 듯 한데.... 답변이 제대로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물론 저 역시 언어현상 자체나 과정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그래서는 곤란하겠지요.)어쨌든 저처럼 일반적인 언어생활자로선 외국어냐 외래어냐를 확인할 방법은 사전에 등재되었느냐의 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어컨('에어컨디셔너'의 준말이며 '냉방장치'라는 말이 있지만 에어컨에 비해 쓰이지 않는)과 디저트(일반적인 후식이 아니라 양식에서의 후식을 뜻하는)는 것이니 외래어로 올라왔겠다 싶었습니다. 사전에 있길래 '외래어로 인정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네, 정은주 학우님께서 말씀하신 사전등재도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염두에 두셔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드신 두 낱말은 - 에어컨(←air conditioner)「명사」여름에 실내 공기의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 ≒에어컨디셔너./디저트(dessert)「명사」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후식(後食)’으로 순화. - 이와 같이 사전에 명확하게 올라와 있지만 '냉풍기'나 '후식' 등으로 우리말 대체가 아직 가능하다는 쪽으로 보는 듯 합니다. 사실 저도 '냉풍기'란 말은 잘 안 쓰거든요? 2010년인가 12년부터
표준국어대사전 개정작업과 외래어 표기법 개정이 된다고 하니 그때는 '에어컨'도 외래어로 분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것도 제정한지 꽤 되지 않았나요? 이상 저의 허접한 답변이었습니다..^^
저의 허접한 고민에 진지하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편의상의 분류일 뿐입니다.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한자어처럼 외래어의 범주에 둘지 헷갈리는 것도 있고 서구에서 들어온 외래어 중엔 처음부터 외래어였던 말도 거의 없습니다. 학자에 따라 외래어의 범주가 다를 수 있고 사전의 정의와 학교교육의 정의, 일반인의 상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는 외래어의 모습을 관찰하는 게 우선 중요합니다. 사전 등재 여부, 국어로 대체할 말의 유무 전문어와 일상어의 구분 등으로 미세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사전에 오른 말이면 외래어로 보는 시각도 있고 우리말로 대체할 말이 없는 말만 외래어로 보는 시각도 있고 이 중에서도 일상어만으로 다시 한정하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언어순화의 관점까지 더해 사전에 순화어가 제시된 말 또는 순화대상어을 외래어에서 빼기도 합니다. 저도 갑자기 단어 들이대며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물어본다면 답을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거부하겠습니다...ㅎㅎ 이 말이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이런 잔인한 문제들로 아직도 아이들을 괴롭히는군요...
네...저도 지금까진 우리말로 대체할 말이 있으면 당연히 외국어라고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어라고 여겼던 말이 사전이 올라와 있기에 놀랐습니다. '학자에 따라 외래어의 범주가 다를 수 있고 사전의 정의, 학교교육의 정의, 일반인의 상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역시.. 명쾌한 답변이십니다.. ^^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게 여전히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이니... 좀.. 뭔가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