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걸터앉아 단추를 다는 엄마의 모습에서 정말 한 가정의 평범한 광경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자식 앞에서 브래지어 차림의 엄마 모습은 참 친숙하다. 게다가 약간 접힌 뱃살이라니... 아이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 잠깐 졸라보지만 이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집안 분위기를 감지한다. 똑똑하고 순한 아이이리라. 풀 죽은 아이 얼굴, 표지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주인 없는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는 강아지라 이름 짓는 아이. 과연 아이 답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를 야단치다가 마침내 세 식구가 얼싸안고 그간의 설움을 터뜨리는 장면은, 정말이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른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은 어린아이라 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른들은 애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말하지만 아이의 기억에는 차곡차곡 어른의 말과 행동이 쌓여간다. 무조건 숨기거나 둘러댄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부모의 힘든 때는 아이에게도 힘든 법.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건 행동이건 차근차근 풀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가 되는 일도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흑백으로 담담히 전하는 이런 책도 그런 노력을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