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모에 서서 ♣
또 하루가 저무는 시간,
커튼을 드리우며 창가에 다가 섰습니다.
바람은 차고, 눈도 없이 추운 날.
검은 나뭇가지 사이로 이름모를 새 한마리 앉았다가
어디론가 날아 갑니다.
어느 시인 있어 그 새의 발자국을 보았다 했던가요?
이제 다시,
한 해의 문이 닫히우는 12월의 끝에 서서
지나온 어젯날을 돌아다 봅니다.
많은것을 버리고도 싶었고,
또 많은것을 얻고 채우고도 싶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 고치기부터
거창하게 세워놓은 목표까지.....
그러나 이제와 돌아보니
그 굳은 다짐들은 한없이 창백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삶을 살아 낼때는 앞을 보아야 하지만
삶을 이해할 땐 뒤를 보아야 한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돌아다 보면 볼수록
한없는 회한과 자탄만이 밀려 들고
속수무책의 무력감과
갚지 못할 사랑의 부채만 쌓여 갑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후회는 언제해도 늦는 것" 이라고...
<<자신(selves)은 우리가 붙잡을 수 있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어떤 것이 잘려 나가고 부서지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자신은 우리의 삶이 부서진 파편속에서 새롭게
자라나기도 하며 모든것이 말라 비틀어져
아무것도 자랄 수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그것은 외적 성공이나 확신에 따라 교체되는 것이 아니고
실패나 상처들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위안이다
'참 소중한 나' 중에서>>
그래요, 사막에서도 꽃은 피어 납니다.
이제...
어제의 실패와 상처에서 떠나와
새해 새아침을 다시 열어야겠습니다.
'희망'만이 구원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흔적은
결국은 다, 자신의 나이테위에 그려지는 것 이니까요.
오늘, 참으로 '따듯한 차 한잔'이 그리운 날입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다가오는 새해 기쁘게 맞으시고
부디 복되고 복된 날들 되시기를!
= 조선일보 기자클럽
<이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에 올려진 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