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허영호ㆍ최철한ㆍ이세돌. 9시간 열전을 치른 최철한은 피곤한 듯 샆포시 눈을 감았다.
한국 4명 중 3명 승리… 조치훈은 강동윤에게 불계승 16강전은 한국 4명, 중국 8명, 일본 4명 간 단판승부
이세돌의 질주, 허영호의 약진, 최철한의 투혼! 전원 승리의 최상 목표에는 한 발 못 미쳤으나 첫날 받아든 성적표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27일 중국기원에서 벌어진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회전에서 한국은 출전선수 4명 중 3명이 웃었다. 이세돌과 허영호가 깔끔한 불계승으로 앞장섰으며 최철한이 집념의 역전승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강동윤은 고전 끝에 탈락했다.
복귀 후 중국땅을 처음 밟은 이세돌은 중국선수 이상의 조명을 받으며 2회전에 올랐다. 대만바둑의 1인자로 불리는 저우쥔쉰을 157수 만에 제압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림수를 터트리는 장면은 압권.
지난 1월 복귀한 이후 10연승! 패배를 모르는 손바람은 비씨카드배 4강에 이어 춘란배도 접수할 세력 확장이다. 6년 만에 재회한 저우쥔쉰과의 상대전적은 3승 2패로 균형을 깼다.
▲ 일찌감치 판을 끝낸 이세돌 9단이 검토실의 모니터를 통해 동료선수들의 대국을 관전하고 있다.
허영호의 승리도 무척 반갑다. 실력에 비해 국제무대의 활약이 미진한 허영호는 첫 대결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를 6집반의 대승으로 돌려보냈다. 먼저 실리를 차지한 다음 삭감에 이은 경쾌한 타개가 돋보였다.
대회 첫 출전인 허영호는 한국선수 중 표정이 가장 밝고 식사도 잘 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 자신의 세계대회 최고 성적인 8강(지난해 삼성화재배)에 다시 한번 오를 채비를 갖췄다.
최철한의 투혼은 역전극을 빚어냈다. 끈끈한 후야오위를 만나 비씨카드배 8강전 패배 후유증을 겪는 듯했으나 중반 이후에 추격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점심시간 포함 8시간 40분간의 사투 끝에 1집반승. 1회전 8판 중 가장 늦게 끝났다.
▲ 대진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대표 조치훈 9단(왼쪽)과 이야마 유타 9단.
○●… 조치훈 선전 속 일본은 기대 이상 강동윤은 조치훈에게 불계패했다. 다 따라잡았다고 느낀 순간 조치훈의 노련미가 다시 한번 가로막았다. 관록의 힘을 실천한 조치훈은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수를 낸 것이 결정타. '바둑을 지고 나면 죽음을 생각했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는 조치훈은 우리나이 55세다.
조치훈의 선전 속에 일본은 모처럼 폭발했다. 야마시타 게이고는 중국랭킹 3위 천야오예를 꺾었으며, 비교적 대진운이 따랐던 이야마 유타와 유키 사토시가 각각 아마추어 차바 메로와 대만의 린즈한을 불계로 제쳤다. 출전기사 5명 중 4명 승리.
반면 중국은 3명 중 구링이만 이겼다. 그러나 2회전 시드 7명을 더하면 16강엔 8명이 나선다. 한국의 4명보다 수치상으로 여전히 월등하다. 대만과 미주, 유럽 대표들은 전원 탈락했다.
▲ 16강전 추첨식 단상에서의 이세돌ㆍ최철한ㆍ이야마ㆍ허영호(좌상부터 시계방향).
○●… 이창호 등장하는 16강전은 29일 속행 1회전을 통과한 8명은 시드로 직행해 있는 8명과 8강 진출권을 다툰다. 2회전엔 이창호가 등장한다. 중국에서도 콩지에ㆍ구리ㆍ창하오 등 간판기사들이 총출동한다.
1회전 종료 직후에 실시한 대진추첨 결과 한국선수들은 이창호와 이세돌이 각각 중국의 신예 구링이와 쑨텅위와 대결하며 최철한과 허영호는 각각 중국의 강호 콩지에와 창하오와 맞붙게 됐다. 일본대표 조치훈은 중국의 치우쥔과 격돌한다.
중국이 주최하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인 춘란배는 24명의 기사가 우승 상금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놓고 자웅을 겨룬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초읽기 1분 5회),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이 적용된다. 그동안 나라별 우승 횟수는 한국 4회, 중국 2회, 일본 1회. <사진제공=바둑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