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대체로 모든 게 시들해지고 초연해지게 되어, 서둘지 않는 여유가 생기는데, 이것만은 예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소변 보는 일이다. 한의원을 찾는 나이드신 분들은 우선 화장실부터 찾는게 순서다. 소변 참기가 힘들어 외출이 신경 쓰인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배뇨를 컨트롤하는 것은 전적으로 방광에게 달려있다면, 도대체 방광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성인의 경우 방광용적은 400-500cc정도. 방광은 신축성이 강한 근육으로 이뤄진 공처럼 생긴 주머니다. 2개의 신장은 양쪽에서 한 시간에 몸무게 1kg당 1cc 가량의 소변을 만들어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보내고, 일정량이 차면 방광의 감각신경이 대뇌를 자극하여 소변이 보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감각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적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소변이 마렵다.
방광괄약근이 약해져도 소변을 참지 못하게 된다. 소변은 성인의 경우 하루에 2리터를 3-7회에 걸쳐 나누어 보는게 정상이다. 여러분은 추운 날 소변을 자주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추위로인해 오줌의 온도가 낮아지면 방광의 용적도 줄어들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설명을 보태면, 찬기운은 양기를 손상시키는데, 이 양(陽)이 하는 주요한 일은 우리 몸안의 신진대사와 기운을 내는 것이다. 추우면 피부의 땀 구멍이 닫혀 피부호흡을 통한 수분의 배출도 현격하게 줄어드는 대신 노폐물이 방광으로 몰리게 된다.
따라서 줄어든 방광에 오줌의 양이 늘어나게 되고, 방광 괄약근의 힘도 약해지니 소변이 자주 나올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추위만 해결되면 사라진다. 문제는 몸이 늘 추위를 타는 것과 같은 상태가 계속될 때다. 이른바 양허(陽虛)증이고, 특히 신양허가 문제가 된다.
· 신장의 양기가 허하면
한기를 느끼고, 몸이 으슬으슬 춥다. 안색이 창백하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시리고 약해진다. 나른하고, 피곤하다. 그리고, 소변을 자주 본다. 소변의 양이 많고, 색갈이 맑다. 자다가 소변보러 일어나는 일이 잦다. 정력이 떨어지고, 정액의 양도 적다. 맥이 희미하고 약하다. 혀가 창백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 등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장의 양기가 약해지는 주요 이유는 물론 나이탓이지만, 만성 병을 앓을 때, 추위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 무거운 것을 무리하게 들때, 오랜동안 서있을 때, 과도한 성생활, 다산(多産) 등으로 신장의 양기를 소모한 후 보충해주지 않았을 때 약해진다. 신장에 양기가 있다면 음기도 있을 것이다. 신음(腎陰)은 노페물을 걸러내어 피를 정화하고, 적혈구 생산을 촉진하며, 신정(腎精)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 신장에 음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몸안에서 양이 증가하므로, 몸이 허열로 인해 더워짐을 느낀다. 특히 밤에 입안이 마르다. 잠자리에서 식은 땀을 흘린다. 그리고, 소변을 자주 본다. 소변 양이 적어지고, 어두운 색갈이다. 현기증이 난다.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이명). 청력과 기억력, 정력이 떨어진다. 허리가 아프다. 변비가 있다. 피곤하다. 맥은 뛰는데 살짝 누르기만해도 없어진다. 혀에 건강한 백태가 보이지 않는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음도 역시 나이와 함께 약해지지만, 열병을 앓거나, 과로, 수면부족, 무절제한 성생활, 다산 등을 하면 약해진다.
· 방광에 습열이 있을 때
방광에 열이 있으면 열이 오줌을 들볶아 밖으로 내몬다. 이럴땐 소변을 자주 보지만 시원하지가 않고, 힘들기도 한다. 소변 양이 적어지고, 어두운 색갈이다. 소변 볼 때 화끈 거린다. 목이 마르지만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랫배가 그득하고 아플 때도 있다. 혀를 보면 건강한 백태 대신 노란 색갈의 두껍고 끈적거리는 황태가 있고, 혓바늘이 돋는 것처럼 붉은 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열이 있어서, 맥이 미끄럽게 빨리 뛴다. 이른바 방광염의 증상이다. 목욕을 잘 하지 않거나 불결한 성관계로 감염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폐와 비장의 기가 허할 때
소변을 힘차게 보는 사람은 기운도 세다고 봐도 틀림없다. 젊은이의 소변이 그렇지만, 늙은 이의 소변은 영 힘이 없다. 기운이 달리면 소변뿐만 아니라 대변도 묽어진다. 기는 존재하는 힘이라고 했다. 기는 우리 몸의 각 기관이 제자리에 존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운이 강하면 각 기관이 제 할일을 흔들림없이 해내고 있지만, 기운이 약해지면 각 기관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근무에 태만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군대에서 군기가 빠지면 탈영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은 약 70%가 물로 되어있는데, 기가 약해지면 이 물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쉽게 유동한다. 소변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폐는 피부의 땀구멍을 컨트롤하고 있는데, 폐기가 약해지면 땀구멍 단속이 잘 안되 세포의 수분이 몸밖으로 잘 빠져나간다. 위(피부)로도 새고, 아래(방광)로도 새는 것이다.
l 간기체
기허가 허증이라면 기체는 실증이다. 간은 기가 잘 흘러가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간기가 체하여 이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변을 자주 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변과 간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간경락이 방광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광에서 간기가 흘러가지 못하고 머물며 방광을 성가시게 하면, 괜히 소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성을 잘내거나, 억눌린 감정을 오랜동안 풀지 못하고 있으면 간기체가 일어난다. 소위 신경성 빈뇨로 대개 부인에게 많다.
빈뇨는 전립선비대로 소변을 충분히 보지 못해서 생기기도 한다. 빈뇨가 있는 경우에는 야간에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야식을 하게 되면 몸에서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항이뇨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전에 소변을 보고, 자기 전에 물을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오줌을 자주 보는 증상이 있을 때, 장부의 허실을 진단하여 각각 변증에 맞도록 처방하여 비교적 성공적으로 잘 치료하고 있다. 그래서, 오줌이 알려주는 정보를 잘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