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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지음 | 아르테(arte) | 2016년 03월 21일 출간
시/에세이 주간베스트 45위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가족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시’를 통해 전달해 보는 시간, 금요일.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금요일 저녁, 일주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가족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가족에게 듣고 싶은 시를 선별하여 담아낸 책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이 책은 25년간 문화부에서 문학 이야기를 취재해온 김태훈 기자가 가족을 소재로 한 한국 현대시 50편을 소개하고, 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감상으로 풀어나간 에세이다. 가족을 노래한 시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이 애송하거나 이해하기 쉽고 낭독하기에도 좋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50편의 시를 통해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인간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생을 버티게 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장석주, 김용택, 이성복, 김소월, 문정희, 마종기, 유안진, 정채봉, 정호승, 이해인, 서정주 등 한국 대표시인이 선사하는 50편의 감동적인 시를 통해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 아내와 남편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세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난생처음인 관계 가족. ‘가족도 가족이 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엄마, 아빠, 딸 그리고 아들. 이 책은 가족을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시의 힘을 빌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깨닫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태훈
저자가 속한 분야 : 인문/교육작가 > 영어학자/영문학자
저자 김태훈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기자 경력의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출판과 문학 담당으로 근무했다. 기획한 책으로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여러분에게 금요일은 어떤 날인가요? 5
1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담요 한 장 속에」 권영상 19 | 「장화를 신은 문장」 장석주 24 | 「선생님도 울었다」 김용택 32
「쉬」 문인수 37 | 「반성 100」 김영승 41 |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45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49 | 「엄마 무릎」 임길택 56 | 「밥상 앞에서」 박목월 60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이성복 66 | 「유언장」 하상만 72 | 「성탄제」 김종길 77
2 어서, 무라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85 | 「젖 물리는 개」 문태준 90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96 | 「엄마 걱정」 기형도 102 「불주사」 이정록 108
「곰국 끓이던 날」 손세실리아 113 | 「부모」 김소월 117 | 「부부」 함민복 121
3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부부」 문정희 129 | 「백수광부의 처」 천수호 134 | 「시인본색」 정희성 137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황동규 144 |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149 | 「작은 밭」 정희성 156
「아내의 옛집」 장만영 160
4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바람의 말」 마종기 171 | 「딸아이의 능금」 김만옥 176 |「목련」 김광균 182
「대문 앞」 이윤학 188 | 「눈사람 아저씨」 유안진 194
「과꽃」 어효선 198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202
5 가족의 시간
「슬픈 속도-도둑고양이 3」 김주대 211 | 「이사」 김광섭 214 | 「잊어 놀이」 성미정 218
「가족」 진은영 223 | 「얼굴 반찬」 공광규 230 | 「사촌들」 최영철 238
「밥값」 정호승 243 | 「기러기 나라」 고두현 247
6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
「너를 위하여」 김남조 255 | 「반올림-수림이에게」 박철 260 | 「못 위의 잠」 나희덕 266
「새」 박남수 272 | 「작은 언니」 이해인 278 |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283
「가족사진」 나태주 287 | 「참 좋은 풍경」 박라연 294
추천사
문정희(시인)
이 세상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 자식의 수만큼 존재한다. 또한 이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아버지 어머니를 그리는 뒤늦은 자 식의 후회가 존재한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암각화같이 아프고 깊은 사 랑이 존재한다. 여기, 50편의 가족의 시를 읽는 동안 자주 눈가가 뜨거워지는 나를 만났다.
유안진(시인)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가족들의 미소를 지켜주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나직이 다짐한다.
그의 다짐은 한 아버지의 혼잣말이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을 향한 가슴 찡한 응원이다.
정호승(시인)
사랑은 가족에서 시작되고 가족에서 완성된다. 가족은 사랑의 최소 단위이자 최대 단위이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고 하지 않는가. 이 에세이는 사랑을 잃고 사는 우리들에게 가족은 누구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내 인생이 깊어질 수 있는지를 깊이 깨닫게 해준다.
책 속으로
◆ 제게 금요일은 바빴던 한 주를 정리하고 휴일에 대한 기대로 마음 부자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에게 일주 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씩 읽어주면 어떨까요?
신달자 시인의 시 「여보! 비가 와요」에는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가족은 어떤 사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 시행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시시한 말들로 삶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만드는 사이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은 평생 함께 살며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나눕니다. 그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수단이 바로 말이지요. 그것도 매일같이 반복하기 때문에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로 시간의 노를 저어 우리는 생의 바다를 건너갑니다. (5~6쪽)
◆ 아버지는 아들이 잠드는 것을 본 뒤 잠들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들도 같은 생각으로 버팁니다. 아버지가 자냐고 묻지만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자는 척 해야 아버지가 주무실 테니까요. 이 시의 재미가 이 아이러니에서 나옵니다.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아니요.”라고 해야 맞는데 “네.”라고 했습니다. “저도 잘 거니까 아버지도 빨리 주무세요.”라는 긴 문장을 한 마디로 줄여 그냥 “네.” 라고 합니다. “네.”라는 대답에는 아버지에 대한 배려가 담 겨 있습니다.
흔히 동시는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동시는 어른이 되고 자식을 두어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네.”라는 대답 속에 깃든 부자간의 사랑을 어찌 아이가 알 수 있겠습니까.
사랑을 경험하는 것과 그 사랑을 깨닫는 것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하는 게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인 것 같습니다. (22쪽)
◆ 사랑은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어머니는 내가 하는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장바구니물가를 모른다.”고 어느 책에 썼습니다. 그래도 모자가 서로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105쪽)
◆ 제 몸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만든 작은 상처가 있습니다. 제가 젖먹이였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품에 안고 어루만지다가 실수로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를 살짝 긁었답니다. 손톱 끝에 피부가 아주 조금 벗겨졌는데 그게 아물면서 흉터로 남았습니다. 머리카락 바로 아래에 있던 흉터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지금은 눈썹 위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이 흉터를 가리키시며 “이 상처는 왜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십니다.
마마 자국처럼 파인 그 상처를 제 어머니도 미안해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흉터가 지워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것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어머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작은 사건을 새긴 인연의 불주사이기 때문입니다. (111쪽)
◆ 저도 어떤 괴로움이 우리 가족에게 닥친다면 그것이 혼자서 짊어지는 등짐이 아니라 함께 맞는 비와 같기를 바랍니다. 그 비를 맞으며 어려움을 나눠서 지고 희망도 함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천수호 시인은 말을 부려 시 읽는 맛을 살리는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제맛이 납니다. 이 시에서는 ‘촉’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산문시인데도 독특한 운율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136쪽)
◆ 지식은 머리로 기억하지만 정은 마음이 기억합니다. 제 피부는 할머니 등에 업혔을 때의 온기를 일찌감치 잊었지만 그때 제 마음을 데운 할머니의 사랑 육아법은 손주를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두 할머니는 제 마음에 마르지 않는 샘을 파셨습니다. 훗날 손주를 보게 되면 그 샘에서 정을 길어 듬뿍 나눠줄 생각입니다. (191쪽)
◆ 신은 어쩌면 그런 경지를 모르고 사는 우리를 측은히 여겨 가족을 만들어주셨나 봅니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저처럼 속된 사람도 베풀고 희생하는 거룩한 기쁨을 조금은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삶에 선물처럼 와준 가족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이 가족 밖으로도 넘쳐나 우리 이웃과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밝고 아름다워지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고 용기가 나지 않아 부끄럽습니다. 그저, 내 가족을 위해 남을 짓밟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족은 제게 염치와 겸손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하군요. 올해는 더욱 정성스레 섬겨야 하겠습니다. (259쪽)
출판사 서평
이 시대 모든 가족을 향한 가슴 찡한 응원의 책!
여기 50편의 가족의 시를 읽는 동안 자주 눈가가 뜨거워지는 나를 만났다. _문정희 시인
이것은 한 아버지의 혼잣말이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을 향한 가슴 찡한 응원이다. _유안진 시인
사랑을 잃고 사는 우리들에게 가족은 누구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내 인생이 깊어질 수 있는지를 깊이 깨 닫게 해준다. _정호승 시인
한국 대표시인이 선사하는 감동의 시 50편
오늘밤 내 가족에게 차려주고 싶은 따뜻한 시 밥상!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는 25년간 문화부에서 문학 이야기를 취재해온 김태훈 기자가 가족을 소재로 한 한국 현대시 50편을 소개하고, 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감상으로 풀어나간 에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편의 시’는 가족을 노래한 시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이 애송하거나 이해하기 쉽고 낭독하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금요일 저녁, 일주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가족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가족에게 듣고 싶은 시’를 선별하였다. 장석주, 김용택, 이성복, 김소월, 문정희, 마종기, 유안진, 정채봉, 정호승, 이해인, 서정주 등 한국 대표시인이 선사하는 50편의 감동적인 시가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한 마음과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시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은 삶 속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가족에 대한 감정을 절묘한 시어로 포착해낸 배려와 응원의 이야기이다. 시 속에서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 아내와 남편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은 우리가 만드는 첫 번째 세상
가족도 가족이 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가족도 가족이 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엄마, 아빠, 우리 딸, 우리 아들! 이 말들 속에는 우리가 사랑하며 살았다는 증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세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난생처음인 관계를 시행착오를 통해 겪어간다. 기쁨과 아픔, 행복함과 미안함의 시간 속에서.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부모에 대한 감정적 전환을 부닥뜨리게 된다. 장석주 시인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내 가족이 ‘환멸의 문장’이었다가 어느새 ‘비를 맞고 서 있는’ 연민의 문장으로 변하는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때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철드는 순간, 나만 생각하며 살던 시절을 벗는 순간이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흰머리가 갑자기 많아 보이고, 어머니의 얼굴에 난 주름이 더 깊어 보일 때, 이런저런 단어로 형용키 어려운 감정 속에서 부모님이 초라해 보일 때, 우리는 이 시와 에세이를 의지하듯 꺼내 볼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경험하는 것과 그 사랑을 깨닫는 것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뒤늦은 후회 속에서도 묘한 위안을 얻는다. 그것은 세상에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몇 번이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담금질 된 이 시어들이 우리 마음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연유다.
詩와 함께하는 가족의 행복연습
우리의 괴로움이 ‘혼자 지는 등짐’이 아닌 ‘함께 맞는 비’와 같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가족을 테마로 한 시를 모으며 새삼 시의 효용에 대해 느꼈다고 고백한다. ‘행복 연습’의 매개로 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 활용의 지점이 적확하게 주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을 이루어 살며 기쁘고 아프고 행복할 때, 사랑과 배려, 온정과 응원의 말을 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50편의 시를 통해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다. 가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통찰의 깊이와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랑과 정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이 당연한 말이 새삼 신선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우리가 가족을 오래 잊고 살았던 이유 때문일 것이며, 이 사회에는 웃음이 넘치는 가정 못지않게 원망과 눈물범벅인 가정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생을 버티게 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지금 행복을 연습하고 사랑하라!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을,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에서 쾅하고 울려오는 그 말”을 하라!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이”에게 삶 속의 돌다리 같은 말을 하라! 이 에세이는 바로 그 힘을 준다. 시의 힘을 빌려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그리고 깨닫게 한다. 우리는 가족을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책속으로 추가
◆ 시인은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행복을 연습하라고 권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행복을 경험해보라는 거지요.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 훗날 어려움이 닥쳐도 행복했던 경험이 백신처럼 힘을 발휘합니다. 희망과 용기라는 면역 물질이 분비돼 가족을 지킵니다. 반면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고 폭력을 일삼는 가족은 고난이 닥쳤을 때 그냥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행복을 연습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97쪽)
회원리뷰 (6)
[이벤트서평]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2016년) - 김태훈 go**000 | 2016-03-29 | 추천: 0 | 5점 만점에 5점
이 책은 가족을 소재로 한 시 50여편에 대한 해설서이다.
시인의 소개, 이 시가 탄생된 배경, 시인이 의도한 시의 뒷내용 등등
요즘 트렌드인 설명이 깃든 클래식과 명화와 유사한
"해설이 있는 시" 정도가 되겠다.
현대시라 대부분 생소한 시였지만
항상 시를 보면 좋은 점이
짧은 단어, 어구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는 거...
또한, 파악하지도 못하고 넘어갔을
자기식대로 해석이 될 오류를
이 책에서는 해설을 겸함으로써 차단하고 있다.
6파트로 나눠
아버지 / 어머니 / 남녀 / 가족 / 행복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렇다. 밖에서는 여러모습의 한 사람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늘 "한사람의 아버지"
험난한 세상사에서
우리를 굳건히 버티게 하는 것
그건
사랑하고 사랑받는 / 사랑했고 사랑받았노라는 기억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따지고 계산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고 받아들임이라는...
가족이란 단어의 정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내용...
이 책은 점점 삭막해져가는
바쁜 일상 속에 가족 또한 남남처럼 되어 가는 세상사 속에
가족의 의미를
아버지 / 어머니 의미를
남녀의 의미를
행복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어떤 이해관계에도 얽히지 않은
"사랑"이란 끈으로 연결된
애인 / 부부 / 가족 관계...
가슴 따땃해지는 시와 그 시의 뒷이야기들을 한번 느껴보시길 바란다
푸근한 시로 저녁 만찬을 즐긴다 5f**10 | 2016-03-29 | 추천: 0 | 5점 만점에 3점
제게 금요일은 바빴던 한 주를 정리하고 휴일에 대한 기대로 마음 부자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에게 일주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씩 읽어주면 어떨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시 한 편이 만들어내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틀 동안 이어지는 휴일 탓일까? 왠지 모르게 금요일 저녁은 모두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이 여유로운 저녁에 가족들을 위해 시 한 편을 읽어 주기를 권한다. 멋진 발상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자신의 속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기만 했던 터라 시 낭독 제안이 마치 권주가처럼 느껴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시 한 편'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책은 '가족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가족에게 듣고 싶은 시'를 선별해서 담고 있다. 장석주, 김용택, 이성복, 김소월, 문정희, 마종기, 유안진, 정채봉, 정호승, 이해인, 서정주 등 한국 대표시인이 선사하는 50편의 감동적인 시가 가족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과 위로의 말을 전하게 한다.
25년간 문화부에서 문학 이야기를 취재해온 김태훈 기자가 가족을 소재로 한 한국 현대시 50편을 소개하고, 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감상으로 풀어나간 에세이다. 그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기자 경력의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출판과 문학 담당으로 근무했다. 기획한 책으로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등이 있다.
비록 요즈음은 시詩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거나 이해하기 쉽고 낭독하기에도 좋은 작품들을 골라 싣고 있다. 젊은 시절 풋풋한 연애 감성으로 연애 편지에 담을 멋진 글귀를 찾으려고 시집을 뒤적거렸던 그런 기억도 떠오를 법하다. 이젠 사랑하는 가족 모두에게 그런 정성을 기울인다면 가정은 행복이 넘칠 것이다. 자,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신달자 시인의 시 <여보! 비가 와요>에는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가족은 어떤 사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 시행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시시한 말들로 삶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만드는 사이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은 평생 함께 살며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나눕니다. 그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수단이 바로 말이지요. 그것도 매일같이 반복하기 때문에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로 시간의 노를 저어 우리는 생의 바다를 건너갑니다. - '여러분에게 금요일은 어떤 날인가요?' 중에서
담요 한 장 속에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아빠와 아들은 나이가 먹어갈수록 말이 줄어드는 사이란다. 사실 말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사이도 아니다.
권영상 시인의 이 동시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강한 유대를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냐?"하고 묻고 아들이 속으로 "네"하고 대답하는 것만으로 부자 간의 끈은 강하게 묶여 있다.
시를 읽어보자. 아버지는 아들이 잠드는 것을 본 뒤 잠들 생각이다. 그런데 아들도 같은 생각으로 버틴다. 아버지가 자냐고 묻지만 아들은 대답을 할 수 없다. 자는 척 해야 아버지가 주무실 테니까. 이 시의 재미가 이 아이러니에서 나온다.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아니요"라고 해야 맞는데 "네"라고 했다. "저도 잘 거니까 아버지도 빨리 주무세요"라는 긴 문장을 한 마디로 줄여 그냥 "네" 라고 한다. "네"라는 대답에는 아버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동시는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동시는 어른이 되고 자식을 두어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네"라는 대답 속에 깃든 부자간의 사랑을 어찌 아이가 알 수 있겠는가? 사랑을 경험하는 것과 그 사랑을 깨닫는 것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하는 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인 것 같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1960~1989년)의 작품이다. 서울 종로3가의 한 심야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요절한 젊은 시인의 원고 뭉치 속에는 많은 시 작품이 있었다. 이 시의 현장은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 농촌이라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살았다. 말하자면 작품 속엔 애틋한 모자간의 정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진 후 가족의 생계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나간 후 하루 종일 귀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기형도는 마치 찬밥 신세처럼 방에 담겨진 상태이다. 소년의 맘 속엔 어머니에 대한 염려와 그런 어머니를 기다리는 자신의 연민이 함께 있다. 아랫목은 따뜻하지만 윗목은 차갑다. 그런 슬품을 시인은 윗목으로 표현했다.
시인의 모친은 지난 2014년 '성인 문자 해득' 교육과정을 졸업했다는 소식이다. 모친은 정작 아들의 시를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랑은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어머니는 내가 하는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장바구니물가를 모른다"고 어느 책에 썼다. 그래도 모자가 서로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불주사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
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없다
눈코 문드러진 아애물뿐이다
귀하지 않은 아들 어디 있겠느냐만
엄미는 줄 한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이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정록 시인의 작품이다. 그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숭고한 인연을 노래하는 시를 써왔다. 이 작품에서도 시인은 ㅈ자신의 온어깨에 있는 상처가 비록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처럼 못생겼지만 어머니와 자신을 잇는 소중한 인연의 증표임을 강조한다.
저자 김태훈의 몸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만든 작은 상처가 있다고 한다. 그가 젖먹이였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품에 안고 어루만지다가 실수로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를 살짝 긁었단다. 손톱 끝에 피부가 아주 조금 벗겨졌는데 그게 아물면서 흉터로 남았다는 것이다. 경상도에선 이를 '험다리'라고 했다. 아이들치고 이런 험다리 한둘 없는 아이가 없다.
머리카락 바로 아래에 있던 흉터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지금은 저자의 눈썹 위에 있다. 어머니는 가끔 이 흉터를 가리키시며 "이 상처는 왜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신다. 마마 자국처럼 파인 그 상처를 어머니도 미안해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흉터가 지워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것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그와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작은 사건을 새겨놓은 인연의 불주사이기 때문이다.
너를 위하여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없을 만치의 측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슬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느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이는 김남조 시인의 작품이다. 받지 않고 오로지 주기만 하는 사랑을 일컬어 우리들은 거룩하다고 말한다. 죄지은 자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가난한 중생을 구원하신 부처님의 사랑이 바로 이런 경지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야 감히 그런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신은 어쩌면 그런 경지를 모르고 사는 우리를 측은히 여겨 가족을 만들어주었나 보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 같은 속된 사람도 베풀고 희생하는 거룩한 기쁨을 조금은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들의 삶에 선물처럼 와준 가족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랑이 가족 밖으로도 넘쳐나 우리 이웃과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밝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고 용기가 나지 않아 부끄럽기만 하다. 그저, 내 가족을 위해 남을 짓밟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처럼 가족은 우리들에게 염치와 겸손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하다. 올해는 더욱 정성스레 섬겨야 하겠다.
시와 함께 가족애를 되찾는다
가족을 주제로 다룬 50편의 시를 읽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책 장을 넘기면서 어릴 적 또는 젊은 시절의 옛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스민다. 또 슬픈 추억들을 떠올리는 그런 장면에선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지곤 한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는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에게 시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별다른 찬饌이 없어도 풍성한 만찬일 듯싶다.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 육아에 지친 부모가 읽으면 좋을 책 pe**912 | 2016-03-29 | 추천: 0 | 5점 만점에 4점
책장에 쌓아놓은 읽고 싶은 책들을 보며 책장을 얼른 넘겨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마음껏 책을 읽게 될줄 알았다.
아이가 없는 여섯 시간동안 뭐 할게 이리도 많은지, 일을 다시 시작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늘 그래왔던 것처럼 모두가 잠든 새벽에 책을 읽었다.
지금의 내 상황에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저자가 김태훈인데 남편이 그걸 보고 우리가 아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이냐고 ㅋㅋ;;
나도 처음엔 '혹시? 그런가?' 했는데 조선일보에 입사해 문화부에서 출판과 문학 담당으로 근무했던 분이다.
그가 기획한 책들을 살펴보면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인데
책 제목만 봐도 정감있고 문학스럽다. ㅎㅎ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는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에 연재되었던 것을 보강하여 엮은 책이다.
박목월 시인, 기형도 시인, 마종기 시인, 김광균 시인 등 문인들의 시 50편에 저자의 해설을 덧붙였다.
시는 소설과는 다르게 빠르게 읽혀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곱씹어 읽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얼른 알아채기 힘들다.
그런데 아주 고맙게도 이 책에서는 시가 뜻하는 바라든가 숨겨진 의미를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 밖으로 나가서 영원히 존재할 길은 없습니다.
다 함께 걷는 길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아버지가 없고 어느 순간에는 어머니가 사라집니다.
심지어 가슴에 품고 등에 업었던 자식을 읽기도 합니다.
그 모든 아픔을 경험하고 나면 시인처럼 일생일대의 가장 완전한 시대는 어린 시절밖에 없다고 할 것도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애틋하고 사무치는 것은 그래서인가 봅니다. / 217
김광섭 시인의 '이사'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다.
신림동에서 돈암동으로 가는 길, 성북동에서 미아리로 가는 길, 미아리에서 중화동으로 가는 길, 이사를 하는 그 길 위에서, 삶의 질이 달라지고 가족이 늘었다 줄어들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가족, 어린시절에 대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말고, 내 아이와 남편에 대해서, 내 부모에 대해서 말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을 생애, 좀더 잘하자 좀더 대화하자 좀더 사랑하자 그렇게 되뇌이게 만드는 시와 저자의 이야기.
20개월 아기의 육아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 했었는데
새벽에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반성하게 된다.
책을 덮고 먼저 잠든 아기를 보면서 몇번이고 잘해야지 되뇌이게 하던 ㅎㅎ
그래서 책을 읽나 보다.
그 마음 놓치지 않도록 항상 책을 가까이에 두어야 겠다.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 sa**hya | 2016-03-26 | 추천: 0 | 5점 만점에 5점
요즘에는 시를 테마에 따라서 묶어 펴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어떤 테마보다 온가족이 함께 가족에 대한 시를 읽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는 존재다. 힘이 들게도 하고 힘이 나게도 한다. 이 책『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속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를 통해 가족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이다. 가족에 대한 시를 떠올려보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50편의 시를 묶어내니 알차게 솎아낸 느낌이 들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시인 한 명이 낸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이 책에는 총 6장의 구성으로 시를 엮었다. 아버지에 대한 시 모음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어머니에 대한 시 모음 '어서, 무라', 부부에 대한 시 모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가족의 시간과 다양한 모습을 담은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가족의 시간',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으로 나뉜다.
가족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들까. 가끔은 뭉클하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서로 힘들게 하며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족의 모습은 천차만별인데, 때로는 행복한 생각에 벅차오르다가도 가족의 시간이 행복만이 아님을 시와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다.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상만 강요되는 분위기에서 현실 속의 가족의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정록의 <불주사>를 보며 웃으면서도 씁쓸해지는 모성애를 느꼈다. 잘 하려고 하다가 자식에게 흉터를 남긴 것이다. 시인은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라며 시를 시작한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는데,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가족의 어두운 면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으로 읽게 된 시는 진은영 시인의 <가족>이다. 이런 가족이 되지 않기위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족에게 지옥을 보여주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 시작해야할 것이다.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원수만도 못한 인연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사랑의 샘이라는 말, 빈말에 불과합니다. 가족이란 어휘는 집 밖에서만 밝게 빛날 뿐, 정작 집에 들어가보면 꽃이 죽고 화분이 생명력을 잃습니다. (224쪽)
에세이를 통해 이 시를 다시 짚어보니, 이 시가 더 서럽다. 그런 모습의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대화와 이해가 밑받침되어야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는 저절로 멈추게 된다. 나즈막히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시가 마음에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데에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금요일 하루 만이라도 부담없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아가면 좋을 것이다. 닫기
감동의 시 50편 qw**25800 | 2016-03-26 | 추천: 0 | 5점 만점에 5점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은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저자 김태훈의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가족을 이루어 살며 일상에서 느끼거나 표현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지만, 삶 속에서 어렴풋이 느끼는 것들을 절묘한 시어로 포착한 작품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 제게 금요일은 바빴던 한 주를 정리하고 휴일에 대한 기대로 마음 부자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에게 일주 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씩 읽어주면 어떨까요? 신달자 시인의 시 [여보! 비가 와요]에는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가족은 어떤 사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 시행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시시한 말들로 삶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만드는 사이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은 평생 함께 살며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나눕니다. 그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수단이 바로 말이지요. 그것도 매일같이 반복하기 때문에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로 시간의 노를 저어 우리는 생의 바다를 건너갑니다."(/ pp.5~6)
권영상의 '담요 한 장 속에'는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아버지는 아들이 잠드는 것을 본 뒤 잠들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들도 같은 생각으로 버팁니다. 아버지가 자냐고 묻지만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자는 척 해야 아버지가 주무실 테니까요. 이 시의 재미가 이 아이러니에서 나옵니다.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아니요."라고 해야 맞는데 "네."라고 했습니다. "저도 잘 거니까 아버지도 빨리 주무세요."라는 긴 문장을 한 마디로 줄여 그냥 "네." 라고 합니다. "네."라는 대답에는 아버지에 대한 배려가 담 겨 있습니다. 흔히 동시는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동시는 어른이 되고 자식을 두어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네."라는 대답 속에 깃든 부자간의 사랑을 어찌 아이가 알 수 있겠습니까. 사랑을 경험하는 것과 그 사랑을 깨닫는 것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하는 게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인 것 같습니다."(/ p.22)
이 책에 등장하는 장석주의 '장화를 신은 문장'이라는 시가 인상적이다. 장석주 시인은 아버지를 몇 개의 문장으로 표현했다. 고아로 자란 장석주 시인 아버지의 삶은 자신뿐 아니라 아들의 어린 시절까지 짓눌렀다. '장화를 신은 문장'은 방황을 접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다시 만난 순간, 아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시선은 천천히 조금씩 변한다기보다 종교적 깨달음의 순간처럼 혁명적으로 바뀝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를 이해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런 날도 천천히 찾아오기보다 문득 다가옵니다.
이런 순간들입니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흰머리가 갑자기 많아 보이고, 어머니의 얼굴에 난 주름은 더 깊어 보일 때, 어제 새로 산 내 운동화 옆에 놓여 있던 부모님 구두가 오늘따라 갑자기 낡고 초라해 보일 때 문득 연민이 가슴 가득 차오릅니다. 그 순간 이후 자식은 자기만 생각하며 살던 시절을 벗고 철이 듭니다. 돈오돈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 시인에게 그 순간은 가출에서 돌아온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을 때였나 봅니다. 그 전까지 아버지는 "내가 쓴 환멸의 문장"이었다가 "빗속에 장화를 신고 서 있는 문장"이 됐습니다. 비를 맞고 서 있는 아버지가 아들의 내면에 폭발과도 같은 화학적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부정을 느낀 아들의 마음에서 그동안 가득 차 있던 환멸이 썰물처럼 퇴조합니다. 대신 아버지를 향한 연민의 해조음이 밀물처럼 가슴 가득 울립니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이질적인 작품이다. 도시의 고독한 풍경과 그 속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청년의 정서를 그린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이 시는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 농촌에서 살았던 시인의 어린 시절, 애틋한 모자간의 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진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열무 삼십 단을 이고 나가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습니다. 소년 기형도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어머니를 기다립니다. 소년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염려와 홀로 어머니를 기다리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공존합니다. 그 중첩된 슬픔이 시인의 유년을 차가운 윗목으로 만들었다고 고백합니다.""사랑은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어머니는 내가 하는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장바구니물가를 모른다."고 어느 책에 썼습니다. 그래도 모자가 서로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p.105)
이정록의 '불주사'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정록 시인이 무서운 불주사의 기억을 되살려 쓴 재미있고 따뜻한 시다. 이정록 시인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숭고한 인연을 노래하는 시를 써왔다. 이 작품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왼 어깨에 있는 상처가 비록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처럼 못생겼지만 어머니와 자신을 잇는 소중한 인연의 증표라고 말한다.
"제 몸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만든 작은 상처가 있습니다. 제가 젖먹이였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품에 안고 어루만지다가 실수로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를 살짝 긁었답니다. 손톱 끝에 피부가 아주 조금 벗겨졌는데 그게 아물면서 흉터로 남았습니다. 머리카락 바로 아래에 있던 흉터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지금은 눈썹 위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이 흉터를 가리키시며 "이 상처는 왜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십니다. 마마 자국처럼 파인 그 상처를 제 어머니도 미안해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흉터가 지워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것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어머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작은 사건을 새긴 인연의 불주사이기 때문입니다."(/ p.111)
천수호의 '백수광부의 처'의 백수광부는 직업이 없는 백수를 의미한다. 천수호 시인은 몇 해 전 남편의 명예퇴직 소식을 듣고 '온 몸에 화살을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시에서 백수광부의 처는 화살처럼 가는 몸을 하고도 그 비를 피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부부는 비가 올 때 함께 그 비를 맞는 사이여야 하기 때문이다."저도 어떤 괴로움이 우리 가족에게 닥친다면 그것이 혼자서 짊어지는 등짐이 아니라 함께 맞는 비와 같기를 바랍니다. 그 비를 맞으며 어려움을 나눠서 지고 희망도 함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천수호 시인은 말을 부려 시 읽는 맛을 살리는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제맛이 납니다. 이 시에서는 ‘촉’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산문시인데도 독특한 운율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p.136)
김남조의 '너를 위하여'를 읽고 이 책의 저자는 결혼을 해서 자신의 가족이 생기고 나니 "이미 준 것은 / 잊어버리고 /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는 지행이 자신의 마음을 대신 고백하는 문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는 '본전'이란 셈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그것은 저자에게 열린 새로운 세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신은 어쩌면 그런 경지를 모르고 사는 우리를 측은히 여겨 가족을 만들어주셨나 봅니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저처럼 속된 사람도 베풀고 희생하는 거룩한 기쁨을 조금은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삶에 선물처럼 와준 가족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이 가족 밖으로도 넘쳐나 우리 이웃과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밝고 아름다워지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고 용기가 나지 않아 부끄럽습니다. 그저, 내 가족을 위해 남을 짓밟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족은 제게 염치와 겸손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하군요. 올해는 더욱 정성스레 섬겨야 하겠습니다."(/ p.259)
박라연의 '참 좋은 풍경'이라는 시가 눈길을 끌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어린 시절 가난했다. 그 가난은 행복에 대한 갈망을 낳았고 훗날 시인은 어른이 되어 그 갈망을 되시갬질해 이 작품을 썼다. 시에 나오는 부부에게 안방은 행복을 배우는 서재이다. 아이가 두 발로 일어서는 연습을 하는 동안, 부부는 작은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행복하게 사는 연습을 한다. "시인은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행복을 연습하라고 권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행복을 경험해보라는 거지요.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 훗날 어려움이 닥쳐도 행복했던 경험이 백신처럼 힘을 발휘합니다. 희망과 용기라는 면역 물질이 분비돼 가족을 지킵니다. 반면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고 폭력을 일삼는 가족은 고난이 닥쳤을 때 그냥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행복을 연습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297)
책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를 읽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zn**fl 2016-03-26 21:08:19 총 5 중 5
시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입니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 책의 시들은 그렇지 않아요. 쉽고 감동적인 시들이 모였어요. 가족에 관한 거의 모든 풍경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기쁨과 행복에서부터 슬픔까지, 울컥하는 장면이 참 많았답니다.
읽으면서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이 책을 쓴 저자가 작정하고 슬프게 쓴 최루성의 책이 아니라, 가족을 이루어 사는 모습을 담담하게 썼는데, 오히려 더 큰 감동이 느껴집니다. 가족의 삶을 담아낸 책이니까요.
따뜻하면서도 위트있는 저자의 목소리도 음성지원 되네요. 아버지 한 분이 나긋나긋, 읽어주는 느낌!! 시 뒷얘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 보면서 많이 울었네요. 정채봉 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도 그렇고. 곰국을 끓이며도 좋았어요.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할 거예요. 이 세상 모든 가족을 응원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네요. 귀한 시들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래들어 펑펑 울며 읽은 책! 강추!! 혹시 다 읽기 귀찮은 사람이라면 이 꼭지만이라도 한번 읽어보세요. 장석주 "장화를 신은 문장", 마종기 "바람의 말", 이정록 "불주사"
==아래는 본문 중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사랑은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어머니는 내가 하는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장바구니물가를 모른다.”고 어느 책에 썼습니다. 그래도 모자가 서로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지식은 머리로 기억하지만 정은 마음이 기억합니다. 제 피부는 할머니 등에 업혔을 때의 온기를 일찌감치 잊었지만 그때 제 마음을 데운 할머니의 사랑 육아법은 손주를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두 할머니는 제 마음에 마르지 않는 샘을 파셨습니다.
훗날 손주를 보게 되면 그 샘에서 정을 길어 듬뿍 나눠줄 생각입니다.(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