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아닌 곳에 겨울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폭풍 같은 바람을 동반하고 있을 자리가 아닌 계절에 와서
지난겨울에 못 다한 한풀이를 하는 것 같다.
기상대는 몇 십 년 만에 따뜻한 겨울이라며 입방아를 찍더니 3월이 되어 꽃망울을
맺으려는데 난데없이 겨울보다 혹독한 추위가 봄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리고 만다.
눈이 내리고 눈이 녹아 고드름이 되어 매달려있다. 땅이 다시 딱딱해지고 눈이 녹
아 얼음이 되어도 마지막부리는 심술이거니 할 뿐이다.
어제의 나는 가고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날과 함께 별을 타고 온 새로운 사람이라며
하루를 시작한다. 검푸른 바다같이 보이는 하늘은 맑아 보이고 보름이 이틀지난 달
이 계란형으로 변해가며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동쪽하늘에 유일하게 혼자 빤짝이며 달을 전송하는 샛별만 보일뿐이다.
보름날 날씨의 심술로 보름달은 구름건너편에 있어 보지 못했지만 아내는 오곡밥을
만들어 이웃을 불러 같이 먹었다. 대보름은 음력 정월 보름 상원을 일컫는 말이다.
상원은 1년 중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중원(7월 보름), 하원(10월 보름) 등 삼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농경을 기본으로 한 우리 문화에서 달은 여신, 대지 등 생
명력을 뜻하며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주민들이 동제를 지내고 풍물패가 집
집마다 돌며 흥겹게 놀아주는 지신밟기 등을 연다. 달집태우기라 해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태우며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쥐불놀이 횃불싸움 등을
하며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을 맞기도 했다.
금년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가 오는 바람에 쥐불에 의한 사고 는 신문에 나지
않았다. 차갑지만 새벽이 검다는 것은 날씨가 맑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달은 여우가 우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두려움의 화신도 된다.
그리움에 젖는 때도. 어머니가 정화수를 장독위에 올려놓고 비는 손끝에도 있었다.
까만색보다 청록색에 가까운 새벽하늘로 아파트 보일러실 굴뚝에서 하얀 증기가
하늘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 때문에 얼어버렸는지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샛별마저 없었다면 공해로 막을 치고 있는 공기 때문에
사람들은 별들을 잊어버렸을 것 같다. 새벽을 좋아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습관이 되어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나는 것보다 더한 충동이 마음을 괴롭히기 때문
이다. 어쩌다 새벽을 깨우지 않으면 하루가 없어지는 허전함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바람소리도 없는 골목을 지나 교회로 향하는 새벽은 나를 위하여 마련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던 최초의 사람인 것 같다.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보이던 거리는 차가운 날씨가 진정시켜 주어 태초의 고요를
되찾게 했다.
차가운 날씨는 공원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가 되어도 기온은 그대로 옅고 몇 만평
의 공원 주인은 나 혼자 것이었다. 봄의 향기에 마음을 설래 던 겨울나무들이 주인
을 보고 하소연 하는 것 같다.
벗어버렸던 겨울옷을 다시 달라는 소리같이 들린다. 벗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없듯
이 벗어버린 시간으로 갈 수 없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신의 섭리에 순종하는 인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고통 후에는 고통 보다 더한 고통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하다 싶을 때가 기회
라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불행은 행복해지려는 기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무엇이던 맛이 있다. 배가 부르면 맛도 잊어버리고 먹기도 싫어진다.
비어 있을 때 원하는 갈급함이 있을 때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폐활량이 좋아서 그런지 평소에 열심히 운동은 쉬지 않아 그런지 푸시 업(팔굽혀
펴기)을 할 때 30회 까지 숨을 쉬지 않는다.
입으로 터질 것 같은 숨을 참다가 30회체 숨을 쉬면 순간이지만 폭발하는 기쁨이
있다. 다음 오십 회 때 숨을 쉴 대도 마찬가지 다.
1회에 65회를 하는 동안 숨은 두 번밖에 쉬지 않는다.
시작할 때 폐 깊은 곳까지 두세 번 긴 호흡 을하고 마친 후에 가쁜 숨을 쉬지만 이
제는 숨고르기에 익숙해졌다.
TV프로그램에 주변에 있는 달인들을 찾아 숙달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망치로 못을 박는 사람 스티커를 찍어 내는 사람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지만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만큼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들을 한다.
오랜 손놀림과 감각은 그들로 하여금 눈을 가리고도 다른 사람 너 댓 사람이 하는
일을 힘도 들이지 않고 해나간다. 신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군인들에게 반복교육을 하는 것도 배운 것을 잊지 말고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군에서 배운 것 중 잊지 않은 것은 군 도수체조다. 매일처럼 했더니 잊어지지 않
고 숙달이 되어 모든 운동을 시작하고 끝마칠 때 반사적으로 해나간다.
인간이 달을 왕래하는 것도 끝없는 도전과 실패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 없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의 말처럼 인간은 벌서 불가능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에 접목시켜 살고 있다.
맑고 은은한 은쟁반 같던 달은 화산의 분화구로 보기흉한 땅임을 사진까지 찍어 확
인해 전송해 왔다. 금성도 아름다운 여신이란 이름에 맞지 않게 뜨거운 열기로 사막
화된 죽음의 땅임을 알게 되었다.
금방이라도 이티 같은 우주인이 나타날 것만 같았던 신비한 행성들이였다.
과학은 우리의 정신을 혼돈케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불가능하게만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화되고 있다.
달은 달로서 감동을 잃어가고 셋별의 아름다움이 퇴색해 가고 있다.
이제 외국에 살다오는 것이 이웃집 마실같다 오는 것쯤으로 보편화 되었다.
짧아진 밤 때문에 서쪽부터 괴물 같은 건물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아침의 여명이 창문에 부디 처 반사되어 또 다른 빛을 반사한다.
밝은 빛이 밀물처럼 도시의 빌딩사이로 파고드는 것이 쓰나 미가 일고 있는 것 같
다. 새벽을 깨운 사람들은 아름다운 빛의 황홀함을 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태양
을 보고 느끼고 있는 것은 혼자인 것 같다.
태양은 우주의 중심으로 봤고 빛과 열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 때문에 예로부터 전지
전능. 불멸불사(不滅不死)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에너지의
보고가 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불멸불사(不滅不死)은 오로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궁창 같던 대지가 물갈이하듯 맑아지면서 새 하늘과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대지 위의 모든 생물들이 해를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잠시 자기의 위치를 상실한 겨울도 자기자리를 찾을 것이다.
신의 섭리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봄은 잠시 자리를 양보 했을 뿐이다.
세월만큼 자신도 시간을 어떻게 보넬 것인가를 아는 전문가가 되어 있다.
왔다가 그냥 갈 수 없는 하루다. 순간은 보네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부여된 하루를 전무가 다운 요리를 해야 갰다.
20070307 이승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