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한 끼 남았습니다. 만찬을 누리고 나면 곧 상경을 해야 할 터입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이번 여행 최후의 만찬을 즐길 곳은 범위를 넓혀 탐문했습니다. 부산이라도 좋지만 경로 상에 있는 집이라면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 마눌님의 희망 1순위는 경산에 있는 남산식육식당이지만 거기는 일찍 문을 닫기에 간당간당합니다.
김해식당의 아구수육(좌)과 자갈치시장의 꼼장어구이(우)
갑판장의 희망은 대구 상주식당의 추어탕이거나 자갈치 김해식당의 아구수육, 남포동 성일집의 양념꼼장어 따위였는데 갑판장과는 식성이 상이한 마눌님과 단둘이 가기에는 좀 거시기 합니다. 그래서 마눌님과 갑판장 둘의 입맛을 동시에 아우를 만한 음식점들을 궁리했는데 마눌님이 연화리 전복죽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 집은 삼천포 출신으로 부산에서 성장하여 부천에서 일을 하는 서울사람인 척 하는 지운아빠가 종종 언급했던 곳으로, 증언에 의하면 대식여제 지운엄마도 엄지 척을 했던 집이랍니다.(믿거나 말거나)
(좌상에서 시계방향으로) 고래수육, 낙엽콩잎장아찌, 털게찜, 꽃새우회/해전, 양산
술 좋아하는 남자 넷이라면 양산의 해전 또한 매우 훌륭한 선택지였을 겁니다. 수완 좋은 아지매가 고래를 포함한 다양한 해산물을 한상 가득 차려내는 코스요리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기본 상차림에 더해 좀 더 스페셜한 것들을 맛보고 싶다면 예약을 할 때 부탁을 드린 후, 비용도 스페셜하게 지불하면 됩니다.
흰여울마을/영도, 부산
연화리는 현재 갑판장네 부부가 머물고 있는 영도 흰여울마을에서 30km 남짓한 거리입니다. 상경 경로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여행 중이지 말입니다.
부산항대교/부산
영도를 벗어나니 살벌한 부산항대교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빙글빙글 돌며 이중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진입램프가 어지간한 롤러코스터 못지않습니다. 특히 양쪽 난간이 시야를 차단시키는 콘크리트가 아닌 동네 개천의 다리에나 설치될 법한 철제사다리를 옆으로 뉜 형태로 밖이 훤히 보이는 것이라 고도가 올라갈수록 심장이 쪼그라듭니다.
일전에 커피예술 사장님이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엄청나게 무서운 다리 위에서 벌벌 떨었다는 말씀이 과연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지릴 뻔 했습니다. 진짜루~
해녀할매집/연화리, 부산
자동차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연화리 서암포구는 전복죽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적했습니다. 해녀할매집 바로 앞에 주차를 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그리 넓지 않은 구조인데도 빈 테이블이 여럿 보입니다.(이 분위기 어쩔?)
둘이라 해산물모둠(개불, 소라, 멍게, 해삼, 낙지) 작은 것(소)과 전복죽 2인분(이상 주문가능)을 주문했습니다. 전복죽은 주문을 받고 나서 끓이기 시작하므로 조리를 하는데 20분 이상 소요 된 답니다. 그러기에 해녀할매집에 온 거의 모든 손님들은 전복이나 개불, 해삼 등 해산물을 먹으며 전복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눈칩니다.
식당 측에서는 전복죽을 먹으러 온 손님들께 해산물로 추가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좋고, 손님의 입장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별 부담이 없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니 좋은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상호 win-win의 경우이지 싶습니다.
해산물모둠 소(좌)와 서비스로 받은 전복회(우)/해녀할매집
먼저 나온 해산물 모둠에 소줏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자리가 다 찼습니다. 갑판장네가 차지한 자리는 두 테이블씩 두 쌍(테이블 4개)이 길게 이어진 자리 중 왼쪽 두 번째 자리였습니다. 손님들이 들고 나는 과정에서 마침 왼쪽으로 한 테이블, 오른쪽으로 두 테이블이 빈 상태였는데 한 무리의 가족이 무대책으로 와서는 어른 8명에 아이 5명(총 13명)이 함께 앉을 자리를 찾습니다.
비록 식사 중이었지만 갑판장네가 왼쪽으로 한 칸 옮기면 해결이 될 상황이라 그리 했습니다. 갑판장네 눈치만 살필 뿐 차마 자리를 양보해 달란 말씀을 하지 못하시던 식당 측에서 반색을 합니다. 강구막회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기에 누구보다도 쥔장의 심정을 잘 압니다.
식당 측에서 감사의 표시로 환한 미소와 함께 전복회 한 접시(마리)를 내주셨습니다. 해산물 모둠에 전복이 빠졌던 터라 살짝 아쉬울 뻔 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역시나 환한 미소로 답례를 하곤 맛있게도 냠냠 먹었다나 뭐라나...ㅋ.
몽땅고추와 자색양파
깍두기가 맛있어서 더 달랬더니 고봉으로 담아다 주시고, 갑판장과 마눌님이 해녀할매집에서 으뜸으로 꼽은 아삭한 몽땅고추와 달콤한 자색양파도 접시를 비우기가 무섭게 채워 주십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산 만큼 복을 되돌려 받습니다.
전복죽/해녀할매집
20분 만에 전복죽이 나왔습니다. 무쇠솥이긴 하나 그리 무겁진 않은 솥에 담겨 나온 죽은 덜어 먹고, 남으면 포장해 가면 된답니다. 양이 적은 마눌님과 단둘이라 남길 줄 알았는데 한 솥을 싹 비웠습니다.
심심하게 나온 전복죽은 간이 더 돼서 나왔더라면 전복내장 특유의 바다를 품은 꼬슨 맛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증폭되어 도드라졌을 테지만 갑판장은 입에서 덜 맛있더라도 노이즈 없는 전복 자체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기에 간이 약한 편을 선호합니다. 해녀할매집의 것이 그랬습니다.
서암포구/기장, 부산
해녀할매집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렀나 봅니다. 부른 배도 식힐 겸 연화리 서암포구를 산책했습니다. 지금 상경하나 한 시간 더 머물다 상경하나 어차피 귀가시각은 자정 무렵일 겁니다. 경험에 의하면 출발시각을 늦추는 편이 오히려 평균주행속도가 빨라져 총주행시간을 단축 시킬 수도 있습니다.
소풍/연화리 서암포구
전망이 좋은 곳에 로스터리 카페 소풍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도 흰여울마을의 수더분한 아지매가 운영하는 카페 고미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지만 소풍을 그냥 지나칠 갑판장네가 아닙니다. 곧 닥칠 험난한 상경길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즐기지 못 할 거면 아예 여행을 안 떠나는 편이 낫습니다. 기왕지사 작정하고 나선 길이니 충분히 누리렵니다. 어차피 운전대는 마눌님이 잡을 테니까요.(딸꾹~) 마눌님이 베스트 드라이버인 게 이렇게 고마운 겁니다.(감사)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삼천포도 함 가봐얄텐데 말입니다.
& 또 덧붙이는 말씀 : 내일(8/3, 수요일)은 저녁 5시 30분부터 영업을 재개합니다. 낮에는 사정상 쉽니다.
첫댓글 좋구먼!
영화보구 밀면 한그릇하고 쉬는중 ㅎㅎ
것도 좋지.
자고 또 자도 졸립네. 더위를 먹은 겐가...
연화리 좌판이 정리가 된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립니다,,, 삼천포도 대중교통 1박2일로 좋지요 ^^;(백갈비, 아구찜, 실비, 곱창전골, 중국집으로만 달려도 ),,, 저희도 부산이나 한번,,,
이번에는 할매국밥, 나담이 휴가 중이었다나 뭐라나...피서철의 부산은 피해야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