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시멘트길을 따라 수선화 가득핀 시골집 담장을 기웃거려보는 여유를 가져보면서 비슬산정으로 발길을 옮겨갑니다.. 나목은 아직
지고 진달래핀 붉은 마음으로 산정으로 향했으리라.... 비슬산(琵瑟山) 이란 이름은 신선이 비파를 타는 형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유가사 창설 내력을 보면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렀답니다... 비슬산은 진달래의 유명한 산
이지요.. 경상도 지방에서는 참꽃이라 불리는 꽃이 30여만평에 군락을 이루며 온산을 환상적으로 물들이기도 하는데 계절의 흐름을
휴일의 정산석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못습으로 다가서지 못하나 봅니다. 수많은 유산객들은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고 긴줄을 선
채로 기다려야 함에 미련없이 포기한채 한발 물러섭니다
이제 막 피어난 왕버들이 이제 봄을 알리는데 성급한 마음으로 산정에 올랐던 우리들은 계절의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채 참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이내 작은 아쉬움을 남겨둔채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합니다
긴 암릉자락을 늘어드린 채 유가사를 바라보는 산정은 동쪽보다는 서쪽이 더 평평한 지형을 이루는 동고서저의 형상이니 태고적 산
이 생겨나면서 동쪽의 단조대가 높은 형상을 한 반면 서쪽은 자연스러움을 이룬 경상도의 전형적인 산세를 하고 있지요
조화봉 옆에 우뚝 솟은 인공건물은 낙동강유역 강우 레이더 기지가 볼품없는 모습으로 산자락을 어지럽힙니다.. 자연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홍수 걱정없는 삶도 가능 할텐데... 다 우리가 일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는데 사람사는 일이 그런것
이라 여겨 볼 뿐입니다
조화봉 삼거리에서 대견사로 이어지는 길은 올망졸망 암릉의 묘미를 보여주는 곳이기에 바쁘게 그림을 줏어 담아보지만 흐린날씨
에 비까지 흩날리는 변화무상한 날에 자연의 섭리에 따를수 밖에 없습니다
기암 기봉들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서 자연은 우매한 인간에게 질서를 가르키고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듯한 숭고함이 잔잔히 묻어 나
오지요
대견사터 이지요.. 남쪽 끝자락에 신비스럽게 서있는 석탑과 미완성의 연화대석이 옛 절집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 절터를 받치고
있는 축대와 거대한 암반들이 절터 주변을 싸고있는 암릉과 기암괴석과 어울어져 장관을 이루는 모습이 하나의 미술품을 보기위해
박물관에 들어선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진달래가 만발하면 발디딜틈 없이 복잡한 길이며 꽃 향기에 취해 봄직한 날이지만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이 봄의 기운을 받고자 애
써보는데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어 놓습니다
산정에서 벋어나간 능선은 누렇게 말라버린 억새밭을 뚫고 굼실거리며 산 마루금을 이어 놓습니다..아직도 참꽃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고요. 꽃눈을 뜰 생각도 않은채, 나뭇가지는 이미 지나버린 겨울 잠속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누렇게 마른 억새숲까지 봄
이 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림의 시간을 인고해야 하는지.....
대견사터...남쪽으로 다락처럼 벋어나간 능선에 절터를 만들고 절터의 끝자락 아스라한 바위벼랑의 윗면을 깍아서 탑을 세워는데
절집이 없는 빈터에 탑만 우뚝하여 마치 산정의 등대같은 모습이지요 집이없는 그곳에 유산객의 작은 쉼터로 변해진것 같습니다
하늘의 신선이 내려와 공기놀이하다 올려놓은듯 바위의 형상들은 언제봐도 아름다운 곳이지요
석탑주위는 언제나 흔적을 남기려는 님들의 공간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1034봉의 모습은 극락세계인듯 암릉자락이 굽이굽이 펼쳐지니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곳 소재사로 향하는 등산로
가 열려있는 곳이지요
형제바위..닮은 모습을 한 것이 꼭 형제처럼 다정하게 붙어있습니다
백곰바위입니다 곰처럼 생겼나요...
단애의 모습들이 참 곱습니다.. 때로는 웅장하면서 넘어질듯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진달래는 볼수 없지만 비슬의 속살을 보
는 것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마른자리 풀잎돋고 봄이 무르익어 손짓하는 날 나는, 어느산정에서 비슬산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을련지.. 마음의 변화를 이기지 못
해 다시금 찾을지 생각속에 접어두기로 합니다
깍아지른 벼랑의 끝에서 봄을 맞고 싶은날.. 아쉬움은 또 다른 기다림으로 채워가면서 삶은 사는 인생이라 오늘 보지못한 것은 다음
날 기약하연서 비우지 못한 마음들을 버리고 떠납니다
절집마당에 쓴 묵연스님의 "인생은 다 바람 같은거야" 를 읽어면서 마음을 비웁니다
인생은 다 바람 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
요하듯....아무리 지극한 사연도....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 거고...이 육신
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을 떨어뜨리듯....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
지... 어차피 바람뿐인 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니.....결국 잡히지 않는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니....다 바람이야... 그
러나 바람자체는 늘 신선하지....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바람처럼 살다가는게 좋아....
마른가지에 신록의 새순이 돋아나듯이 작은 희망을 안고 봄을 기디리는 소박한 꿈을 키우면서 산정에 머물렀던 시간들이 삶에 활력
소가 돤다면 참 좋겠다
절간 입구에 늘어선 시골 할머니의 작은 장터에서 진한 삶의 향기를 느껴보기도 합니다 고향에 온듯한 작은 착각에 머무는 마음은
언제나 평범의 일상을 걷는 작은 삶이고 싶었기에
솜나물 화사한 춤을 추어주고
할미꽃 무덤가에 꽃을 피웠네
솜방망이 곱게 피어나는 봄날의 유희는 아쉬운듯 하지만 잔잔한 가슴으로 걸어던 길이 진한 향기속에 각인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