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4월26일(수)흐림
오늘 초하루 독경법회. 보살님들이 공양물을 올리고 불단을 장엄한다. 독경 끝나고 침묵에 들다. 나가서 점심 먹다. 돌아와 커피를 내려 마시다. 야단법석이 벌어지다. 저녁에 월/수 강의를 종강하다. 바르도의 가르침을 이로써 완성했다. 말미에 유서를 써온 사람들은 읽다. 송계거사, 운암거사, 금성보살, 초록, 해성은 미리 준비한 유서를 읽고, 문인이 즉석에서 유서를 말한다. 감정에 복받쳐 우는 사람도 있다. 새로 태어난 것처럼 새로운 삶을 살자.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닌가? 백년 후면 여기에 없을 사람들과 이 세상 경험이 그립고 아쉽지만 아련한 기억으로 남지 않겠는가? 그 기억까지도 끝내 흩어져 갈 것이어늘. 끝나고 차담을 나누다.
하안거 동안 자습할 것을 이야기 하다. 월/수반 연락은 해성보살, 집전담당은 운암거사, 녹음청취 담당은 해성과 초당, 수요일 자습담당은 명성보살, 청소담당은 심원보살. 화요반 연락은 리화보살, 화요반 동영상 담당은 초당거사. 번개모임 연락은 초록보살. 초하루/보름 독경법회연락은 문인, 공양담당은 향인, 문정, 현정보살.
2017년4월27일(목)맑음
모처럼 하늘이 맑다. 하늘이 당연히 맑아야하건만 요즘은 春日晴明춘일청명을 들먹이기 어렵다. 사람이 예전 같지 않으니 하늘도 예전 같지 않게 변했다. 高雲보살님 공양 청이 있어 외식하다. 진주성 한 바퀴 돌며 고운보살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나와 도향스님께 잣 한 통과 도라지 캔디를 공양 올린다. 그러고 보면 봄 산철이 이렇게 흘러갔나보다. 곧 하안거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오후에 수간호사 팀 미팅이 있다. 아미화 차타고 혁신도시로 달린다. <해독밥상>에서 만나다. 하심, 향원, 명안, 범련, 초암보살님과 향산거사님이 참석했다. 함께 공양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진주선원 모임의 모태였던 경상대병원 수간호사 팀이 근래에 소극적이었던 점과 모임에 책임을 나누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줄 것을 이야기하다. 토요일에 문경 봉암사에서 수좌대회가 개최된다. 사부대중이 모여서 직선제과 종단개혁문제에 대해서 토론한다. 거기에 참석하려고 차량편의를 제공할 사람을 찾다가 아미화보살에게 부탁하다. 아미화의 夫君되는 道庵도암거사가 운전해주겠다 한다. 좋은 일이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미묘하게 이상한 상태이다. 빨리 쉬는 것이 상책이다.
2017년4월28일(금)맑음
화창한 아침 하늘. 문인에게 문자하여 정진할 것을 격려하다. 점심 공양 청을 받다. 문정과 현정에게서. 공양 받고 진양호반을 걷다. 푸르른 신록의 터널을 지나니 바람도 푸른 물이 든 듯 푸른 손길로 나무들 이마를 만지고 간다. 돌아와 누워서 쉬다. 저녁에 수행 팀 모임이 있다. 운암, 초당, 금성, 해성, 명성과 하안거 동안 자습할 것과 명상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초당의 삶에 바뀌는 것에 대해서 격려와 자애를 보내다. 돌아와 내일 장거리 출타준비를 하다.
2017년4월29일(토)맑음
아침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봉암사 갈 채비를 하다. 아침 8시30분 출발. 도암거사 운전하여 3시간 걸려 봉암사에 도착하다. 산천은 쇄락하고 풍광이 찬란하다. 가람이 일신되어 전각마다 영광이요, 마당엔 금모래가 깔린 듯 반짝인다. 울창한 솔숲과 옹울한 희양산 봉우리, 法乳법유가 흐르는 용추계곡. 희양선원은 문을 잠근 채 선정에 들어있는데 솔바람은 사통팔달로 거래가 자유롭다. 객스님들이 나타나고 재가불자도 슬금슬금 모여든다. 공양간에서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제를 위한 토론회>가 시작되다. 수좌회 공동대표 현묵스님(송광사 유나)과 의정스님(양평 상원사 선원장)의 말씀이 있었다. 월암스님이 좌장을 맡고 범허스님이 발제한다. <조계종의 현실진단과 개선방향>을 말하다. 이어서 윤남진 거사가 <한국사회와 불교10년 성찰과 2025불교미래의 모색>을 이야기 하다. 곧이어 자유토론이 펼쳐졌다. 용주사 범계 주지(용주사 주지 성월은 은처승의 혐의를 받고 있다) 퇴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거사님의 발언을 시작으로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발언한다. 자승 총무원장의 전횡과 총무원 기득권승려들의 권력독점으로 승가의 화합이 파괴되었고 포교에 실패하여 불자가 감소하였으며 국민들에게서 불교의 신뢰도가 하락했다. 현재 한국불교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는 진단은 모두가 동의한다.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우희종 교수는 조계종 수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곡을 찌르는 답은 없었다. 아마도 현재의 간화선 수행법과 교화방법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을 유도하는 질문이었는데 거기에 치중하다보면 논의가 장황해져 시간이 부족할뿐더러 직선제 쟁취에 대한 실천에 대한 논의가 동력을 잃을 것 같아서 간과된 것 같다. 여의도 포교원장 현진스님은 ‘수좌계의 어른 스님들이시여, 이번엔 총무원 문제 꼭 해결해주이소! 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읍소한다. 직선제 운동을 처음 발의하여 그 실현에 주력하는 허정스님이 직선제 쟁취를 향한 대중의 행동을 촉구한다. 또 인권관련단체에서 오신 젊은 보살님이 말한다.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체제의 적폐가 청산되듯이 조계종의 적폐도 불자들의 촛불로 청산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가 왔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불교는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어떻게 달 것인가? 조계종 적폐 청산의 단초는 자승 총무원장의 퇴출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계 언론이 스님들과 불자들 사이에서 여론을 불러일으켜 힘을 모은다. 수좌회는 재가불자와 연대하여 총무원에 대항하고, 종헌을 개정하여 직선제를 채택하게끔 압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점진적 합법적인 단체행동이다. 초합법적 단체행동으로는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지막 카드이다. 예전에는 승려대회를 개최한다고 사발통문이 돌면 수좌들은 누구나 할 것이 없이 참석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이권에 걸린 수좌들이 있어 승려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승려대회를 개최한다하더라도 다수의 수좌들이 참석해서 승가의 정의를 천명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수좌계 내부에서 서로의 의식을 깨우는 대화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전개되니 스님들의 실천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4시30분쯤 되었다. 사회를 보는 월암스님이 어째든 승려대회를 개최하리라 선언하고 결말을 맺는다. 현묵스님은 조계종개혁과 자기수행이 둘이 아니니, 분노와 적의를 가지고 개혁을 하려하지 말고 항상 정진과 인욕과 자애로써 하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축원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오랫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알고 지내던 진흙속의 연꽃님을 상봉하다. 연꽃님은 한 눈에 나를 알아보고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회의장으로 들어온 후 그대로 헤어졌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아름다운 기약의 문자를 보냈다. 안동에서 온 아원보살도 먼 빛으로 바라보고는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 물 따라 돌고, 골짜기 따라 휘어지며 달리고 달린다. 도암거사가 운전하기에 피곤할 것인데도 정성을 다한다. 원지에서 저녁 공양하고 진주로 돌아오니 10시 가량. 긴 하루, 먼 여정이었다.
2017년4월30일(일)맑음
하루 종일 쉬다. 조현학의 유투브강의 <초끈이론과 화엄사상>을 보다. 황혼 무렵 강가로 산책을 나가다. 강가는 푸른색 생명의 잔치가 열린다.
2017년5월2일(화)맑음
아미화 보살과 점심 공양 같이 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화창한 오월의 하루. 푸르름이 산천에 가득하다. 초록 생명의 잔치에 초대된 우리는 활기를 마시는 숨을 쉬며 평화를 누린다. 있는 그대로, 나타난 그대로 진리라는 말이 분명하다. 무엇이 모자라며 무엇이 부족한가? 만법이 그대로 감사하고 은혜로운 선물이다.
2017년5월3일(수)맑음
눈부시도록 맑은 하늘. 부처님 오신 날. 하늘 위 하늘 아래서 드높은 인간이여, 삶을 기회로 삼아 지혜와 자비를 닦아라. 오전 10시 경상대병원 법당으로 향하다. 불기2561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를 하다. 선원 학생 10명이 참석하다. 보련회 회원과 환자와 간병인들이 참석했다. 부처님의 전생 인연이야기와 탄생설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주는 메시지를 이야기하다. 해성, 문인, 명성과 보정 보살이 번갈아가면서 법문을 읽고 나는 유아독존의 의미, 전도선언, 행복의 길, 불자의 길을 이야기하다. 말미에 다 함께 자애의 기도와 축원문을 합송하면서 마무리 짓다. 아기 부처님을 관욕시키다. 학생들과 함께 점심 공양하고 선원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여운을 느끼다.
2017년5월4일(목)맑음
사전투표하다. 해성보살과 교직 근무 같이 하다가 출가한 비구니 現瑞현서스님을 만나다. 해성과 현서스님과 함께 공양하고 선원으로 돌아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아미화 보살이 보배여행사 대표 변영호씨와 같이 와서 차 대접을 하다. 그에게서 인도성지 순례 스케줄을 듣고 확정하다. 여행사 대표에게 계약금 백만 원을 주고 계약하다. 아미화, 해성과 현서스님이 동행하여 죽향으로 가서 작설차를 마시다. 올해 첫물 녹차인 玉露옥로를 마시며 茶半香初다반향초를 感得감득하다. 밤에 이슬비가 내린다.
2017년5월5일(금)맑음
대구 관오사 가다. 지우스님과 娥林아림보살과 앞산공원으로 산책가다. 고산골 공룡화석을 모형화한 공룡을 만들어 전시해놓았다. 공룡모형의 몸통과 꼬리, 눈이 움직이고 소리를 지르니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어린이날이라 가족끼리 놀러 나온 사람들에게는 좋은 볼거리이다. 숲속을 산책하는데 소낙비가 내려 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가 돌아오다. 저녁에 경진스님, 지우스님, 도연스님과 목욕하고 놀다.
2017년5월6일(토)맑음
오후2시에 초기불교 공부모임 시작되다. 열 명 참석. 영일스님의 발제로 토론이 활발히 전개되다. 만민스님은 경북대 부근에 포교당을 열었는데 대학생에게 불법을 전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두가 격려하고 일차 방문하기로 하다. 모임의 총무를 맡은 영일스님은 수행하러 미얀마로 떠난다기에 후임 총무를 뽑다. 모임의 회장인 나는 하안거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 신임 총무를 위해 회원들에게 한턱내다. 수성못 근처에서 빙설을 공양하다.
2017년5월7일(일)맑음
진주로 돌아오다. 내일 하안거에 들어가기 위해 진주를 떠난다. 학생들이 저녁에 송별 모임을 갖는다. 한우물에서 공양을 하였다. 아미화, 명안, 향원, 향산, 보석, 해성, 문아, 문인, 보정, 지나, 해성, 금성, 심원 그리고 일광스님. 문아가 꽃다발을 가지고 오다. 공양이 끝나고 죽향으로 자리를 옮겨 차 모임을 갖다. 문정과 현정이 뒤 늦게 합류하다. 보석은 몸이 아파서 일찍 자리를 떠다. 지나보살은 한 달간 감기로 고생했다. 모두 건강하기를. 심신의 조화를 영위하기를. 영화 <스위치Switch>를 이야기 해주다.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해주는 한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은 천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메시지. 그리고 세실리아Cecilia(1967~, 노르웨이 가수)의 <우린 전에 만난 적이 있어요/We have met before>를 들으면서 해성보살이 가사를 읽어주다. 서로 정담을 나누고 산회가를 부르면서 송별모임을 마무리 하다. 하안거 동안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평화롭게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