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여행
'두바퀴의 로망' 바이크-자전거 갤러리 이동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투어 길라잡이 쟈니블랙입니다. 이번달 투어는 고되지만 한편으로 무척 뿌듯한 여정이었습니다. 비록 제 몸은 힘들었지만 볼거리는 풍부한 정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충주호
지난달 여행을 떠났을 때 못내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라이더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대표적인 와인딩 로드 3군데 중 한 곳이 단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정이 맞지 않아 지나쳐야 했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단양을 향하는 빠른 길을 포기하고 충주호를 거쳐 가기로 했습니다. 충주호가 청풍호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를 아시나요? 충주호의 큰 두 개의 길 중, 금성 면사무소를 기점으로 왼쪽을 흔히 충주호, 그리고 오른편으로 호수가 생겨나면서 물속에 잠겨버린 마을을 그리워하며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 청풍호입니다. 충주호는 육지 속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가 거대한 호수이고 주변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가득한 장소입니다. 라이더들이 내비게이션 상에 나타나는 도로만 보고 주행하다가는 본의 아니게 임도길로 접어들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충주호에 도착해 우선 달려간 곳은 이곳 충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갈비집입니다. 충주는 호수를 품은 지역답게 각종 민물 매운탕 중 특히 쏘가리 매운탕과 송어회를 잘하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담양과 더불어 떡갈비가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이죠. 특히 오늘 달려간 청풍 떡갈비는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인 마늘을 듬뿍 올린 마늘 떡갈비 맛집!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으로 환생했다는 웅녀의 전설이 생각날 만큼 수북하게 올라간 마늘이 특징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끼기에 딱 입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멀기에 부지런히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인 청풍랜드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번지점프대 인공암벽 등 이런저런 놀 거리가 있던 청풍랜드는 그야말로 횅하기 그지없더군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착한 청풍대교. 이때 청풍대교를 건너는 길보다는 청풍대교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선택해 라이딩 하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곧 옥순대교를 건너 반대쪽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기왕이면 조금 더 청풍호를 바라보면서 달리는 길의 경치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옥순대교를 건너 이제부턴 36번 도로를 따라 쭉 달려주면 단양이 나옵니다. 이번 여행에 굳이 단양을 다시 찾은 이유는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보밭재와 구인사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협곡에 둘러쌓인 구인사
보밭재와 구인사
보밭재는 단양의 도담삼봉을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한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딩 로드 3곳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의 지안재, 흑산도의 상라산 용마름재, 그리고 이곳 단양의 보밭재는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선명한 S자 도로로 라이더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곳을 주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만한 장소입니다. 지리산 지안재는 이미 여러 번 바이크로 경험했으며 흑산도의 용마루재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다가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본 경험이 있습니다. 단양의 보밭재는 수도권의 접근성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위치한 쉼터에서 기념이 될 만한 주행 영상이나 사진을 남기기 좋아서 독자 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겨울산의 황량한 경치는 국내 대표 와인딩길이라는 명성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리더니, 설상가상으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착한 구인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면통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구인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로도 유명한 곳으로 특히 한겨울 눈 덮인 사찰의 모습이 장관인 곳인데 너무 안타깝더군요. 이곳은 일반적인 사찰과 달리 좁은 협곡의 경사를 따라 길게 지어진 사찰로 건물 하나하나의 규모가 웅장하며, 국내 최대의 법당이 있는 곳이니 나중에라도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청룡포
그런데 문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하늘로 날린 드론이 한파와 돌풍에 갈팡질팡하다가 돌아오던 중 송골매로 추정되는 맹금류에 의해 공격을 받아 추락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드론비행 중 새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 세 번째인데 결국 드론이 못쓰게 되어버렸네요. 두 시간 이상 추락한 드론을 찾아 헤매고 나니 기운이 쫙 빠져버렸습니다. 드론을 찾은 후, 남한강 줄기를 타고 평창으로 향한 저의 투어 포인트는 청룡포와 선돌 한반도 지형이었습니다. 사실, 청룡포와 선돌 두 장소 모두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시즌에 둘러본다면 아름다운 경관과 아기자기한 코스로 충분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소들입니다. 제가 가본 장소들은 모두 스산한 기운만이 가득하더군요. 아침부터 준비해서 출발한 이번 여정을 사진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살을 붙여 마감한다면 기사는 어떻게든 만들어지겠지만 독자분들에게 지금 이 시즌에 다녀오시라고 추천할만한 코스는 분명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당일치기 여정이 1박 2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디로? 동해를 향해서 말이죠.
안목 해수욕장
강릉 안목항에서 주문진으로
다음날 제가 찾아간 곳은 강릉에 위치한 커피로 유명한 안목항 해변입니다. 강릉은 믹스커피만을 즐기던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를 원두커피로 바꿔버린 국내 원두커피의 메카와도 같은 곳입니다. 특히 안목항은 일명 카페해변이라 불릴 만큼 카페가 많습니다. 오늘은 커피가 아닌, 조금은 색다른 <순두부 젤라또 2호점>을 찾아왔습니다. 바닷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위치는 아니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안목 해변이 나타날 만큼 접근성이 좋습니다. 하얀 건물의 외형이 깨끗한 두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순두부 젤라또는 맛이 부드럽고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약간의 찰기까지 느껴져 맛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모닝커피 대신 핥으며 안목항을 둘러보셨다면, 이제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이 해안도로는 송정해수욕장과 강문해수욕장이 이어지는 길로, 송정해수욕장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늘어선 바닷가를 만나게 되는데 한여름 피서철에는 차량의 정체가 심한 곳이니 우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제가 도착한 곳은 바로 주문진항입니다. 이곳은 속초의 묵호항과 더불어 해안을 대표하는 수산물의 메카와 같은 곳입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인 도루묵찌개, 연탄불이나 야영장 캠프파이어에 주전부리로 구워 먹으면 그만인 양미리, 그리고 살짝 끓는 물에 데쳐낸 뒤 숭덩숭덩 큼지막하게 썰어 초장에 찍어먹는 문어숙회, 도치알탕 등이 진짜배기 한겨울 강원도의 맛이죠. 주문진항에 오셨다면, 싱싱한 생선을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게 노릇노릇 구워낸 모듬 생선구이 한상을 추천합니다.
휴휴암의 전경
휴휴암과 죽도해변
주문진 항은 한때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봤을 정도로 제겐 친숙한 곳이었기에 시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역시 시장은 볼거리와 즐거움이 많은 곳입니다. 어제까지 썰렁한 거리와 얼어버린 강물,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다가 왁자지껄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강원도 해안에 오니 활기가 넘치는 게 좋네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이쪽을 싹 다 훑어보아야겠다는 사명감이 샘솟습니다. 주문진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죽도를 향하다 보면, 남애해수욕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좌측에 주유소와 편의점이 하나 나올 겁니다. 그 주유소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 숨은 명소 중 하나인 휴휴암이라는 사찰입니다. 이곳은 7번 국도에 위치해 있어, 한여름 피서철만 제외하면 바이크로 사찰의 거의 입구까지 갈 수 있습니다. 또 해안가 바위 언덕 위에 있어 무척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천수보살
거대한 보살상과 그 주위를 지키는 16나한[十六羅漢]의 석상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 이상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래쪽 해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물고기와 거북이 등을 방생하는 방사장과 일반적인 절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화려한 자계로 꾸며진 천수보살상(팔이 여럿 달린 부처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죽도 해수욕장의 서퍼들
서핑의 성지 양양
휴휴암을 모두 둘러본 후, 다시 7번 국도에 올라 바로 첫번째 오른쪽으로 빠져 만나는 해변이 인구해변입니다. 인구해변과 죽도해변, 동산해변 이 세 곳의 해변이 흔히 말하는 서핑의 성지인 양양 죽도해변이라 불리는 곳이죠. 약 십년전 강원도 최초의 서핑장이 있던 38휴게소에서 시작된 양양의 서핑 문화는 이젠 동해안 해수욕장 어디서나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성장했습니다. 추위속에서도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겨울용 웻슈트가 없어 여름용 웻슈트 두벌을 껴입고 고무장갑을 테이프로 칭칭 감고 한겨울 서핑을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하조대에서 바라본 풍경
추억의 죽도를 뒤로 하고 이번에 도착한 곳은 바로 하조대입니다.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청유하였다하여 붙여진 지명인데 기암절벽과 노송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어 경치가 그야말로 압권인 곳이죠. 이곳의 해돋이는 그야말로 장관이며, 이곳도 바로 100m 근처까지 차량의 진입이 가능하므로 오랫동안 바이크를 두고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름의 하조대 해수욕장은 전반적으로 물의 깊이가 완만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좋은 해변입니다. 그렇게 양양의 하조대를 뒤로하고 이번 여정의 마지막이 될 속초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속초
속초는 국내 최고의 관광 도시로 설악산의 정령과 동해 바다의 호탕한 경치 모두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대다수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라이더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속초의 많은 명소 중 아바이 마을과 청간정으로 유명한 영랑 해안길을 가볼 생각입니다. 7번 도로를 타고 속초를 향하다보면, 제일 먼저 속초의 이정표와도 같은 묵호항이 나오는데 서울에서 출발할 때 만나는 묵호항은 제게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을, 또 반대로 서울로 돌아갈 때 만나는 묵호항은 여행의 끝을 알려주는 그런 상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또 약간 출출할 때 묵호항에서 파는 새우튀김이 적당한 간식거리로 최고죠. 묵호항을 지나 청초호를 왼쪽에 끼고 설악대교를 건너면 마치 섬과 같은 곳이 나오는데 바로 아바이 순대로 유명한 아바이 마을입니다. 아바이라는 지명은 6.25전쟁이후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낮보다는 저녁에 야경과 더불어 가볍게 술 한잔 기울이기에 딱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식당은 단천식당으로 3대째 이어진 내공이 있는 식당입니다. 이곳에서 아바이 순대를 주문하면 강원도식 회냉면이라 불리는 황태회 냉면에 고명으로 황태무침을 올려주는데 저는 이 황태회무침 먹는 맛에 이곳을 들리곤 합니다. 혹시 속초에서 1박을 하실 분들은 영랑해안길이 유명한 속초의 포장마차 거리라는 점도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겁니다. 한 여름에는 영랑해안길 이집 저집을 옮겨 다니며 맛보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저 역시 영랑해안길에서 이번 여정을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