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추적] 청와대 군 핵심 수뇌부 대폭 물갈이 검토
도 넘은 군 기강해이 '새판짜기'…北 안보라인도 대폭 강화 움직임
일선 군부대 가혹 행위 잇따라… 병영문화 근본적 개선 '한목소리'
해당 부대 책임자 문책 요구도 거세… 민감한 시기 9월 이후로 늦출 수도
윤모 일병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일선 군부대 병사 가혹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병영 가혹행위 탈영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부대의 경우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이에 여야 등 정치권과 청와대 내부에서는 군 인사개편과 관련된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군 기강해이와 관련해 전반적인 군 인사 단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군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명절을 앞두고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일부에서는 군 인사가 이뤄질 경우 추석이 지난 직후 정도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앞서 북한군의 노크 귀순과 북한 무인정찰기 파문 등이 일었을 때 군 인사 개편 관측이 제기됐으나 특별히 이와 관련된 군 인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군 기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청와대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따라서 일그러진 병영문화 개선 의지를 보이기 위해 청와대가 모종의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군 통수권자 역할과 책임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 중인 지난 21일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지휘소를 방문해 현장상황을 점검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수방사 지휘소를 방문한 것은 1991년 이후 23년만의 일이다.
박 대통령은 김용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수도방위사령부는 수도권 방어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서울은 우리나라의 심장이고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만큼 여러분의 임무가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항상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며 “대통령도 여러분을 신뢰한다. 힘내어 훈련에 잘 임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UFG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 군 상황실과 지휘현장 등에서 연습상황을 청취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순시는 한미연합사령관을 비롯 정부 및 군 주요지휘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 등 일부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일선 부대를 순시하며 훈련을 참관하고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도 군 사기진작(士氣振作) 차원에서 수방사를 방문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군 기강해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군통수권자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군 인사 최고 권한책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즉, 차후 군 인사와 관련해 군부 내 불만과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훈련 중인 일선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군 인사 단행 소문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권 등에서 끊임없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김 실장에 대한 유임을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소재를 군 실무라인으로 돌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둘러싼 조직적 축소·은폐 의혹과 함께 군(軍) 수뇌부 문책론이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책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서둘러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정·청이 이구동성으로 “김관진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보고체계를 감사하는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사건의 상세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군 당국도 윤 일병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꼬리 자르기’를 통해 김 실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후속조치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가 4월 중순에 개최됐고, 5월 1일에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당시 군 수뇌부가 사건의 전모를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청․정 일단 버티고 볼 일
박 대통령이 군 인사 단행을 최대한 미룰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 개혁과 함께 인사 개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사태를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속내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병영문화 혁신을 국가안보차원의 과제로 생각하고 강력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병영문화를 완전히 새롭게 혁신해달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틀째인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을지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우리 군 지휘관부터 장병들까지 새로운 생각으로 병영문화를 일신해야 할 때”라며 “현재 병영문화혁신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정부가 군납비리 척결을 위해 군 인사법 개정을 하고, 8월부터는 국방부 주관으로 군납비리근절대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 군 인사 단행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등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여서 안보의 핵심인 군을 수술대에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아 군 인사가 9월 단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일단 청와대는 군 기강해이 문제는 현 수장들과 실무자들이 결자해지 하도록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육군 참모총장의 교체 외에 추가 인사는 청와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언행에서도 묻어난다.
김 참모총장은 지난 20일 “병영폭력 완전 제거작전을 전개해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며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과거 사례라도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부대는 발견 즉시 소속부대 전 부대원을 타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일병 사건’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온 일련의 정부 대책들이 변죽만 울리고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 당국이 내놓은 국방인권협의회 설치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발족 등 해법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가 국방지휘부(군 수뇌부)에 내재하고 있는 이상 병영 내 각종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이 군 수뇌부 인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정황과 최근 문제가 된 군 인사 번복 사태 등을 고려할 때 김 실장의 입김이 청와대의 군 문제 판단에 상당히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이 승인한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관련 징계 인사가 하룻밤 새 ‘누군가에 의해’ 뒤집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육군본부가 윤 일병 사건 보고누락 문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류모 인사참모부장(소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는데 하루 만에 없었던 일이 된 것이다.
인사 번복을 두고 김 실장의 ‘외압설’ 등이 번지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 참모총장이 지난 15일 류 소장과 김모 육군훈련소장의 보직을 맞바꾸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날 취소돼 그 내막을 놓고 여러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류 소장은 지난 14일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방부 감사결과 보고 누락과 지휘 소홀 등을 이유로 징계위 회부가 결정됐다. 김 총장은 감사결과 발표 이튿날, 그것도 휴일에 이례적으로 류 소장 교체를 단행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번복했다.
유례없는 고위 장성의 인사명령 철회 사건을 두고 군내에서는 김 실장의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 인사권은 총장 고유권한으로 국방부 장관도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최고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고는 뒤집어지기 어려워 외압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김 실장은 장관 재임 당시 특정 인맥을 챙긴다는 논란을 빚었다. 류 소장 역시 김 실장의 장관 시절 군사보좌관을 지냈고 준장 진급 1년 만에 소장이 되는 등 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요직에 올랐다.
출 처 : http://daily.hankooki.com/lpage/politics/201408/dh20140823092510137430.htm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