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佛畵)의 한 형태. 산스크리트로 본질·진수(眞髓)·제호를 뜻하는 만다(manda)와 소유를 나타내는 접미사 라(la)를 합성한 말로서, <본질을 소유하는 것> <본질을 도시(圖示)·도해(圖解)하는 것>이란 뜻이며, 불교에서는 구역(舊譯)으로 단(壇), 신역으로는 윤원구족(輪圓具足)·취집(聚集)이라고 한다.
만다라는 밀교(密敎) 법구(法具)의 중심으로서, 불화의 장르에 들어가는데, 용도의 방법·목적에 따라 크게 양계(兩界) 만다라와 별존(別尊) 만다라로 나누어진다. 다만 정토교(淨土敎) 회화의 정토변상도(淨土變相圖)도 만다라라고 한다. 또 우주의 현상 및 형상론적(形相論的) 설명으로서 만다라의 표현을 대(大)만다라·삼매야(三昧耶)만다라·법(法)만다라·갈마만다라의 4종으로 나누며, 이를 줄여서 <대·삼·법·갈>이라 하고, 사만다라(四曼茶羅)라 한다. ① 대만다라:마하만다라(mah-mandala). 우주의 전체를 제불제보살(諸佛諸菩薩)로 간주하고(六大의 當體로서 표현), 오대(五大)의 색이 주어져서 표현된 회화·조각·공예품류를 말한다. ② 삼매야만다라:사마야만다라(samaya-mandala). 제존(諸尊)이 소지하는 여러 가지의 기구(器具)는 부처의 본서(本誓)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그 도검(刀劍)·윤보(輪寶)·연화(蓮華) 등의 기구만을 상징으로 표현한다. ③ 법만다라:다르마만다라(dharma-mandala). 제존을 종자(種子;梵字)·진언(眞言)의 문자로 나타낸다. ④ 갈마만다라:카르마만다라(karma-mandala). 우주의 움직임을 실재(實在)의 상징적 표현으로 간주하고, 제존을 목조(木造)·동조(銅造)·철조(鐵造)·소상(塑像) 등으로 표현한다.
1 양계만다라
밀교의 양계만다라는 어느 것이나 큰 폭(세로·가로 1m에서 3m 남짓)이며, 금당(金堂) 또는 관정당(灌頂堂)이라는 비교적 큰 건물의 내부 내진(內陣)에 안치된다. 이것에도 2종류가 있는데, 벽같은 곳에 걸어 놓는 괘폭용(掛幅用)만다라와 단상에 까는 부(敷)만다라로 나뉜다. 오늘날에 와서는 진언종(眞言宗) 사원이라면 아무리 작은 곳일지라도 만다라 1∼2개는 반드시 상비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정면으로 향해서 오른쪽, 동쪽에 걸어놓는 것을 태장계(胎藏界;정확하게는 胎藏)만다라라 하며, 여성적 원리에 기초하는 이(理)의 세계, 또는 물질적인 세계관을 나타낸다. 정면으로 향해서 왼쪽, 서쪽에 걸어놓는 것을 금강계(金剛界)만다라라 하며, 남성적 원리에 기초하는 지(智)의 세계, 또는 정신적인 세계관을 나타낸다. 이 2가지 만다라에 곁들이는 단은 각각 따로 마련되어 있고, 당(堂) 전체의 구상으로서는 양쪽 한복판에다 불이단(不二壇)을 배치한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는 판이한 2개의 대립개념이 서로 작용하고 있으며, 만다라의 양계, 즉 <이(理)>와 <지(智)>도, 그 덕(德;작용)에 있어서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살면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밀교의 최고 득도(得道) 경지, 즉 즉신성불(卽身成佛)도 이 태장계와 금강계(이 둘은 태금 또는 금태라고 약칭함)가 융합하고 있음으로써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1) 태장만다라
12대원(大院)으로 구성된다. 불상은 만다라내에 합계 410존을 그리며, 12대원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화면의 중앙에 있으며, 8엽의 빨간 연꽃잎 위에는 4방(方) 4불(佛)과 네 구석에 4보살을 배치한다. 8엽의 연꽃잎은, 고대 인도의 의학서에 따르면 8엽의 육단심(肉團心)이라 불리며, 8방으로 펼쳐지는 8엽은 주변 11원에 피를 통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의 목적은, 힘이 상호작용하여 서로 잡아당기는 가지상응(加持相應)의 종교적 각성을 터득하는 장소이다. ② 편지원(遍智院):중앙의 바로 위에 있다. 이곳에는 편지원이라 불리는 세모꼴과 <만자(卍字)>의 상징이 표현되어 있다. 이 상징은 이성(理性)을 나타내며, 인간의 인식능력을 안에다 숨겨 놓고 있다. ③ 연화부원(蓮華部院;觀音院):관음보살 그룹으로, 편지원까지 쌓아올려 놓은 두뇌적인 지혜를 감성(感生)방면에서 자비로서 높여가는 장소이다. ④ 금강부원:연화부원과는 달리 지성(知性) 방면에서 더욱더 갈고 다듬어서 미망(迷妄)을 끊고 뛰어난 지혜를 작용시키는 관제(管制) 부문이다. ⑤ 오대원(五大院):연화부원과 금강부원의 대비(大悲) 및 지혜를 통일하는 기능을 지닌다. 따라서 부동명왕(不動明王) 등의 진언(眞言)을 소리내어 외는 등 실제로 괴로운 수행을 한다. ⑥ 석가원(釋迦院):임시적인 주역(主役)으로서 설법(說法)해 나간다. ⑦ 지장원(地藏院):연화부원의 왼쪽 옆에 있으며, 그 기능도 연화부원과 크게 관련된다. 즉 관음의 자비에 철저해서 몸을 육도(六道;地獄·餓鬼·畜生·修羅·人間·天上)에 두고 미망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⑧ 허공장원(虛空藏院):허공장보살의 복덕(福德;행복과 이익) 소원을 실현하는 세계이다. ⑨ 제개장원(除蓋障院):금강부원의 오른쪽에 이웃하고 있으며, 번뇌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⑩ 문수원(文殊院):문수보살의 지혜를 나타내며, 인간의 인식 작용을 가장 높은 수준에까지 완성시켜간다. ⑪ 소실지원(蘇悉地院):허공장원 밑에 있고, 인간을 <깨달음>의 경지로 안내하는 인도자(引導者) 역할을 담당한다. ⑫ 외금강부원:최외원(最外院)이라고도 하며, 육도(六道) 윤회의 모든 모습과 상황이 비쳐져 있다.
(2) 금강계만다라
《금강정경(金剛頂經)》을 설명하는 것으로서, 화면을 구회(九會)라고 부르며, 9개로 구획된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상과 삼매야형(三昧耶形)이라 불리는 상징이 그려져 있고, 합계 1461존이 있다. 9개의 구획을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성신회(成身會):갈마회라고도 한다. 주역은 세로·가로로 그려진 상호공양(相互供養)의 부처 등 37존이다. ② 삼매야회:보탑(寶塔)이나 금강저(金剛杵) 등의 상징만으로 표현하며, 인간과 부처가 교감(交感)하는 것을 가르치는 장소이다. ③ 미세회(微細會):부처를 금강저 안에 그리며, 인간이 명상하면서 만다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표시한다. ④ 공양회(供養會):대일여래(大日如來)와 4방의 부처들이 상호공양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그 의의를 가르친다. ⑤ 사인회(四印會). ⑥ 일인회(一印會):4방 4불이 일체(一體)임을 보이면서 즉신성불을 목표로 한다. ⑦ 이취회(理趣會). ⑧ 강삼세 (降三世) 갈마회. ⑨ 강삼세삼매야회:탐욕이나 사랑 따위의 감정을 차라리 살려서 번뇌를 억누름으로써 역(逆)으로 <번뇌, 즉 보리(菩提)>의 경지에 도달하여 밀교의 여래라는 독자적 이상상(理想像)을 완성하는 장소이다. 진언밀교의 의식에서는 만다라를 눈앞에 내걸고, 앞쪽에다 단을 설치하여 수법(修法)을 행한다. 그 의식에는 방위(方位)·소작(所作)·법구(法具)에다 성명(聲明) 등의 음악이 따르며, 의식을 행하는 내진(內陣) 공간에는 음성과 향기가 눈을 통하여 들어오는 오채현란(五彩絢爛)한 <채색>의 융합미가 제시된다.
2 별존만다라
밀교의 수많은 현세이익(現世利益)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개별적 존상(尊像)만다라이며, 기도·수법(修法)을 행하는 별존법의 본존이다. 불부(佛部)·보살·명왕(明王)·천부(天部)나 경법(經法)으로 구분되며, 수많은 만다라가 현존한다. 중앙에는 예배자의 기원을 이루어주는 본존(예컨대 一字金輪佛頂)을 배치하고, 주위에는 칠보(七寶)를 그린다. 동시에 일자금륜법을 행하고, 별존만다라 앞에서 조정(朝廷)·고관대작·친족일가 등이 기우(祈雨)·지우(止雨)·제병(除病)·연수(延壽)를 빌었다.
3 티베트의 만다라
양계만다라의 원본이 된《대일경(大日經)》은 7권의 한역(漢譯)이 전해지고 있다.《금강정경》은 18회(會) 10방게(方偈)가 있었는데 그 중 초회(初會)만이 한역본 등으로 전해지며, 산스크리트본(일부분 발견)은 7세기 후반에 인도의 중부와 남부에서 성립하였다고 한다. 티베트의 만다라는 앞에서 말한 금강정경계의 것이 대부분이고, 그 고래의 양식이 서(西)티베트(라다크)에 전해지고 있다.
4 기타의 만다라
만다라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유명한 자바의 불적(佛蹟) 보로부두르도 <보현금강살타의 입체만다라이다> <불탑의 차이티아(Caity)이다> <법계(法界)만다라이다>라는 등의 해석이 있다. 또한 만다라의 세계관을 인도의 종교적 의식으로 구현한 도시(圖示), 입체적인 형태(공예품)로서는 힌두교 탄트라에서도 쓰이고 있다. 특히 얀트라는 차크라라고도 하며, 우주의 진실의 상(相)과 마음의 상을 짝지은 것으로, 만다라의 윤원구족의 취지와 비슷하다.
5 한국 불화와 만다라
한국에서는 밀교의 본격적 만다라라 할 수 있는 양계만다라는 전해지지 않는다. 한국에 밀교가 처음으로 전해진 것은 신라시대 명랑(明朗)에 의해서였고, 그 뒤 혜통(惠通)·혜일(惠日) 등에 의하여 몇 차례 전해졌으나, 양계만다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인도밀교 중기 이후에 발생한 순밀(純密)이라고 하는데, 현재 한국에서 널리 실행되고 있는 밀교는 인도밀교 초기에 발생한 잡밀(雜密) 계통이다. 따라서 한국의 만다라는 초기의 밀교에 바탕을 둔 불화이다. 특히 한국의 밀교는 잡밀 중에서도 화엄밀교(華嚴密敎)에 속하기 때문에 만다라 또한 양계만다라가 아닌 화엄만다라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 까닭은 만다라의 일차적 원리가 다양한 신앙 형태를 체계적으로 통일한다는 기본원리에 입각한 것이고, 한국의 불화는 다양한 신앙 형태를 화엄의 원리에 입각하여 통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가의 성도상(成道相)·설법상(說法相)을 묘사한 불화는 만다라적인 성격을 지닌 한국 특유의 독창적인 불화이다. 성도상을 나타낸 불화를 화엄변상도(華嚴變相圖) 또는 화엄만다라라고 하며, 설법상을 나타낸 불화를 법화변상도 또는 영산회상도(靈山會相圖)라고 한다. 화엄만다라는 《화엄경》에 기록된 8회의 설법 내용을 묘사한 불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