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집 제7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해장 팔영(海莊八詠). 윤경망(尹景望)을 위해 짓다.
寒空閃閃暮鴉飜。紅日亭亭下海門。
但使夕陽無限好。不須多事怕黃昏。
右蝟島落照
추운 허공에 번득번득 저녁 갈까마귀 날고 / 寒空閃閃暮鴉飜
붉은 해는 고운 빛으로 해문에 떨어지는구나 / 紅日亭亭下海門
그저 석양이 무한히 좋도록 할 뿐이요 / 但使夕陽無限好
일 많아서 황혼을 두려워할 것은 없어라 / 不須多事怕黃昏
위는 ‘위도의 낙조〔蝟島落照〕’이다.
千疊峯巒展畫屛。朝朝爽氣滿窓櫺。
幽人柱笏看雲處。最愛天邊一髮靑。
右瀛山挹翠
鯨海茫茫迥接空。馮夷鼓浪駕雷風。
乾坤自古東南豁。日月浮沈元氣中。
右溟海觀濤
東津迢遞水連空。一陣檣烏杳靄中。
宗愨平生破浪願。幾時容借半帆風。
右沙津遠帆
江干愁色滿蘆花。望裏長洲一帶斜。
何處靑天 數行字。晩風吹落白鷗沙。
右蘆洲雁陣
鶴汀鳧渚望依依。幾處殘村掩竹扉。
江口夜深聞犬吠。月明知有打魚歸。
右竹嶼漁村
江上孤城欲閉門。戍樓寒角報黃昏。
幾枝吹徹浮雲盡。正見沙汀月一痕。
右孤城戍角
遠林初日上銅鉦。極浦微茫眼底平。
遙識人家在沙岸。隔江猶見亂煙生。
右極浦炊煙
[주-D001] 柱 : 拄
석주집 제7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해장 팔영(海莊八詠). 윤경망(尹景望)을 위해 짓다.
천 겹의 봉우리들 그림 병풍 펼친 듯 / 千疊峯巒展畫屛
아침마다 시원한 기운이 창문에 가득해라 / 朝朝爽氣滿窓櫺
유인이 홀로 턱 괴고 구름을 보는 곳에 / 幽人拄笏看雲處
하늘 저편 한 올 푸른빛 가장 사랑하노라 / 最愛天邊一髮靑
위는 ‘영산의 푸른 산빛〔瀛山挹翠〕’이다.
바다는 망망해 아스라이 허공에 잇닿았나니 / 鯨海茫茫逈接空
풍이가 우레와 바람 타고 물결을 일으키도다 / 馮夷鼓浪駕雷風
건곤은 예로부터 동남방이 넓게 트였나니 / 乾坤自古東南豁
일월이 천지의 원기 속에서 부침하는구나 / 日月浮沈元氣中
위는 ‘바다의 파도〔溟海觀濤〕’이다.
동쪽 나루는 멀고 물은 허공과 잇닿았는데 / 東津迢遞水連空
일진의 돛대 위 까마귀는 안개 속에 아득해라 / 一陣檣烏杳靄中
평생에 물결을 헤치고 싶은 종각의 소원 / 宗慤平生破浪願
그 언제나 반 범의 바람을 빌릴 수 있을꼬 / 幾時容借半帆風
위는 ‘모래톱 나루의 먼 돛단배〔沙津遠帆〕’이다.
추운 허공에 번득번득 저녁 갈까마귀 날고 / 寒空閃閃暮鴉飜
붉은 해는 고운 빛으로 해문에 떨어지는구나 / 紅日亭亭下海門
그저 석양이 무한히 좋도록 할 뿐이요 / 但使夕陽無限好
일 많아서 황혼을 두려워할 것은 없어라 / 不須多事怕黃昏
위는 ‘위도의 낙조〔蝟島落照〕’이다.
강가에 시름겨운 빛 갈대꽃에 가득한데 / 江干愁色滿蘆花
멀리 시야에 긴 모래톱이 띠처럼 비꼈어라 / 望裏長洲一帶斜
어드메 푸른 하늘에 몇 줄의 글자가 / 何處靑天數行字
저물녘 바람에 불려 백구의 모래톱에 내려앉나 / 晩風吹落白鷗沙
위는 ‘갈대 우거진 물가의 기러기 행렬〔蘆洲雁陣〕’이다.
학정과 부저가 멀리 아련히 뵈나니 / 鶴汀鳧渚望依依
몇 곳 쇠잔한 마을은 대 사립이 닫혔어라 / 幾處殘村掩竹扉
강어귀에 깊은 밤 개 짖는 소리 들리니 / 江口夜深聞犬吠
밝은 달밤에 고기 잡아 돌아오는 줄 알겠네 / 月明知有打魚歸
위는 ‘죽서의 어촌〔竹嶼漁村〕’이다.
강가 외로운 성은 문이 닫히려는데 / 江上孤城欲閉門
수루의 찬 화각 소리 황혼을 알리누나 / 戍樓寒角報黃昏
몇 가닥 불어서 뜬구름이 사라지니 / 幾枝吹徹浮雲盡
그야말로 백사장에 달빛만 비치누나 / 正見沙汀月一痕
위는 ‘외로운 성 수루의 화각 소리〔孤城戍角〕’이다.
먼 숲에 막 뜬 해는 구리 징이 솟는 듯 / 遠林初日上銅鉦
아득한 극포는 눈 아래 평평히 펼쳐졌어라 / 極浦微茫眼底平
인가가 기슭에 있는 줄 멀리서 알겠노니 / 遙識人家在沙岸
강 너머에서도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인다 / 隔江猶見亂煙生
위는 ‘극포의 밥 짓는 연기〔極浦炊煙〕’이다.
[주-D001] 홀(笏)로 턱 괴고 :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는 성품이 소방(疎放)하고 구속을 싫어하여
거기장군(車騎將軍) 환충(桓沖)의 기병참군(騎兵參軍)으로 있으면서 업무를 보지 않았다.
이에 환충이 “그대가 부중(府中)에 있은 지 오래이니 이제 업무를 보아야 할 것이다.” 하니,
왕휘지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수판(手板), 즉 홀로 턱을 괴고서,
“서산에 아침이 오니, 상쾌한 기운이 이는구나.
〔西山朝來 致有爽氣耳〕” 하였다. 《世說新語 簡傲》
[주-D002] 풍이(馮夷) :
수신인 하백(河伯)의 이칭이다. 《초사》〈원유(遠遊)〉에 “상령으로 하여금 비파를 타게 함이여, 해약으로 하여금 풍이를 춤추게 하도다.〔使湘靈鼓瑟兮 令海若舞馮夷〕” 하였다.
[주-D003] 돛대 위 까마귀 :
돛대 위에 까마귀 모양으로 만들어진 풍향계로, 정처 없는 생활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두보의 〈야숙서각효정원이십일조장(夜宿西閣曉呈元二十一曹長)〉에
“문의 까치는 새벽빛에 일어나고, 돛대의 까마귀는 묵었던 곳에서 날도다.
〔門鵲晨光起 檣烏宿處飛〕” 하였다.
[주-D004] 종각(宗慤)의 소원 :
종각은 남조(南朝) 송나라 사람으로 자는 원간(元幹)이다.
그의 숙부 병(炳)은 뜻이 고상하여 벼슬하지 않았다.
종각이 어릴 때 숙부가 그의 뜻을 물으니 종각이 대답하기를,
“원컨대 긴 바람을 타고 만 리의 풍랑을 헤치고 싶습니다.
〔願乘長風 破萬里浪〕” 했다. 《宋書 卷76 宗慤列傳》
[주-D005] 반 범(帆)의 바람 :
돛에 반쯤 찰 수 있는 바람이다. 소식(蘇軾)의 〈자호협조풍(慈湖夾阻風)〉에
“누워서 보니 떨어진 달빛이 천 길 물에 걸렸고,
일어나 맑은 바람을 불러 반 범을 얻었어라.〔臥看落月橫千丈 起喚淸風得半帆〕” 하였고,
송나라 양만리(楊萬里)의 〈주행득풍만지영주(舟行得風晩至靈州)〉에
“해신이 나를 잘 전별하여, 반 범의 바람을 빌려 주도다.〔海神能餞我 借與半帆風〕” 하였다.[주-D006] 그저……없어라 :
이상은(李商隱)의 〈낙유원(樂遊原)〉에 “저물녘에 마음이 울적하여,
수레 몰아 높은 언덕에 올랐어라. 석양은 무한히 좋으나, 단지 황혼이 가깝구나.
〔向晩意不適 驅車登高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하였다.
여기서는 석양의 좋은 경치만 구경하는 데 만족해야지 더 많은 것을
오래 구경하고 싶어 황혼이 오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말하였다.
[주-D007] 몇 줄의 글자 :
기러기 행렬을 비유한 것이다. 백거이(白居易)의
〈강루만조경물선기음완성편기수부장적원외
(江樓晩眺景物鮮奇吟翫成篇寄水部張籍員外)〉에
“바람이 흰 물결 뒤집으니 꽃잎이 천 조각이요,
기러기가 푸른 하늘에 점 찍으니 글자가 한 줄일세.
〔風翻白浪花千片 雁點靑天字一行〕” 하였고,
송나라 진사도(陳師道)의 〈귀안(歸雁)〉에
“교묘히 비스듬한 줄로 글자를 써서,
도성 떠난 사람에게 돌아가라 재촉한다.
〔巧作斜行字 催歸去國人〕” 하였다.
[주-D008] 학정(鶴汀)과 부저(鳧渚) :
당나라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학이 사는 모래톱과 오리가 사는 물가는 섬을 빙 둘렀다.
〔鶴汀鳧渚 窮島嶼之縈廻〕” 하였다.
[주-D009] 깊은……알겠네 :
당나라 유장경(劉長卿)의 〈봉설숙부용산(逢雪宿芙蓉山)〉에
“사립문에 개 짖는 소리 들리니, 눈보라 치는데 밤에 돌아오는 사람 있구나.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하였다.
[주-D010] 구리 징 :
소식(蘇軾)의 〈부양묘정관동쌍성고택(富陽妙庭觀董雙成故宅)〉에
“나무 위에 막 뜬 해는 구리 징을 걸어 놓은 듯해라.〔樹頭初日挂銅鉦〕”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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