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복지 수준은 국가 수준의 가늠자
군사회복지학회 창립ㆍ‘군인복지기본법’ 등 토대 닦아
전문가들 “군사회복지사 법제화는 꼭 필요” 한 목소리
군복무 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21세의 M일병. 군병원에서 대학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된 M일병은 항암요법에 따른 탈모가 시작되면서부터 슬픔, 불면증, 긴장, 불안, 비정상적 식욕증가, 피로로 인한 우울 등 심각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설상가상 17평 짜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며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그의 부모는 하루하루 불어나는 치료비 감당과 아들 걱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M일병과 그의 부모에게 햇살이 비쳤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나서 M일병의 일부 비급여 상급병실사용료를 제외한 입원비용을 보훈청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도록 조치한 것이다. 동시에 입원기간 중 의료급여 1종 및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군인의 신분으로 민간병원에 이송된 상태에서 겪는 행정절차 및 수속 문제의 어려움을 해결코자 소속부대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 대학병원에서 계속 위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모든 긍정적인 변화는 준비된 사회복지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이 변하고 있다
과거 절대 명령복종이라는 명제 하에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인권적 대우를 감내하도록 강요했던 군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근무환경 개선 차원이 아니라 ‘군사회복지’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서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복지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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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알려진 바와 같이 군의 복지수준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직업적으로는 총기ㆍ탄약 취급, 작전ㆍ경계, 훈련 등 임수 수행상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있고, 가정적으로는 빈번한 이사, 격오지ㆍ무연고지 근무로 인해 원치 않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방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군인들의 평균 이사 횟수는 중령이 17.6회, 대령이 21.4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읍ㆍ면 이하 지역에 근무하는 비율이 49.9%로 공무원의 12.8%에 4배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도 소령은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로 공무원 60세에 비해 4~15세가 짧으며, 전역 후 재취업률은 49%에 그치고 있다. 병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병사들의 생활관은 노후 침상형이 41%에 이르고, 병영 생활공간은 0.7평에 불과하다. 군 관사도 노후(13%), 협소(24%), 부족(8%) 물량이 전체의 45%에 이른다. 직업군인의 자가 보유율은 국민 평균의 절반 수준인 29.9%이다.
“이래서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진 것은 당연하다. “해외파병 장병들에 대한 복지가 한 국가의 복지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일각의 지적은 차지하고라도 군사회복지의 고양은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또 사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군 무형의 전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앞서 M일병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병복지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M일병은 과거처럼 단순 전역조치됐을 것이다.
‘군사회복지학회’ 그리고 ‘군인복지기본법’
이러한 군의 변화 속에서 지난 2006년의 한국군사회복지학회 창립과 2007년 ‘군인복지기본법’ 제정, 그리고 올해 발표된 ‘군인복지기본계획’은 사회복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군사회복지학회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를 초대회장으로 △군사회복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구체적인 군병영문화 및 프로그램 개발 △민주화된 군조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조흥식 교수는 “창설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어 낸 우리 군은 이제 병사들의 군 생활 적응, 군 간부와 그 가족에 대한 복지시스템, 전역군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군사회복지학회의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학회 탄생에는 군 안팎의 사회복지사들이 군사회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해 2005년 6월 온라인상에 카페 형태로 둥지를 튼 ‘군사회복지연구회’가 중요한 산파 역할을 했다.
학회 창립 이듬해 날아든 ‘군인복지기본법’ 제정 소식과 올 4월 발표된 ‘군인복지기본계획’도 군사회복지가 일대 도약기를 맞기에 충분하다.
‘국인복지기본법’은 5년마다 군인의 복지실태에 관한 조사를 실시토록 하고 국방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인복지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방안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창군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군인복지기본계획’에는 2012년까지 현재의 침상형 병영생활관이 개인용 침대로 바뀌고, 개인 생활에 익숙한 병사들에게 기존 0.7평에서 2평 규모로 개인 공간을 늘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군인 자녀들의 교육여건 개선돼 현재의 특별전형 입학 대상 대학을 현재의 81개 대학에서 2012년까지 서울대 등 전국 모든 대학으로 확대한다.
국방부가 시설을 제공하는 보육시설도 현재의 7개에서 2012년에는 55개로 대폭 늘어날 뿐만 아니라, 면세품도 현행 주류 한가지에서 여러 품목으로 다양화한다.
장기복무 군인의 내 집 마련 비율을 현재의 30%에서 2012년 50%로 커지고, 민간수준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2개의 사단급 의무대를 2012년까지 55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제대군인의 취업을 위해 모두 1만6천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게 된다.
“군사회복지사 도입돼야”
이 같은 바람을 타고 대학에는 ‘군사회복지전공’도 등장했다. 국립공주대학교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교육정보·복지 대학원에 ‘군사회복지전공(정원 10명)’을 신설, 2009학년도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했다.
공주대 관계자는 “최근 국방 및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병영문화 개선과 군사회복지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이 분야의 군인 및 일반인 전문가를 양성하고, 인문사회분야의 학·군 연계를 확대 및 활성화 하는 일환으로 개설하게 됐다”며 “이 학과 신설을 계기로 안보학 및 군사회복지 관련 학·군 공동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바로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군사회복지사 법제화’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군인 신분의 사회복지사가 500여명, 민간사회복지사가 1,000명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는 사단별로 2명씩 배치된 병영생활 전문상담관과 대대 및 연대별로 1명씩 배치된 자살예방 전문교관 제도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2012년까지 약 450명의 상담관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 군사회복지사 법제화 문제는 2005년 국회 계류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대령 출신인 이대식 한국군사회복지학회 부회장은 “군사회복지사는 전체 군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복지체계와의 연계 및 협력을 통해 군복지를 달성한다는 점, 그리고 군인의 인권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부회장은 “군대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병사들의 병영생활 적응을 돕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군 예산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공동모금회, 국민건강증진기금, 기업체 사회공헌팀 등 다각도로 자원을 연계할 수 있는 부류는 군사회복지사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흥윤 군사회복지연구회 회장도 “연대급까지 사회복지사 배치시 500여명의 전문요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매년 약 20만명의 자원이 바뀌고 가족까지 더할 경우 대상자가 1000만명으로 확대된다고 볼 때 군사회복지와 이에 따른 군사회복지사 법제화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군사회복지는 곧 군의 사기로 이어지며 이는 곧 국방력의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인 군사회복지에 대한 이해 제고 노력이 더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사회복지사 법제화’를 포함해 우리 군의 명예와 사기를 위한 다양한 실질적 복지시책들이 부단히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