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에 중독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농약의 급성 노출에 의한 신체영향은 농약의 화학적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독성 기전은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농약에 의해서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도가 감소되는 것이다. 이들 농약이 콜린에스테라제와 결합하여 콜린에스테라제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서 신경근접합부 (neuro-muscular junction)에 아세틸콜린이 과잉 축적되어 처음에는 신경 전도를 자극하다가 (피로현상에 의해) 점차 신경전달이 마비된다. 축적된 아세틸콜린과 농약들은 무스카린 (muscarine) 및 니코틴 (nicotine) 수용체에 대한 자극으로 호흡곤란, 구토, 동공 수축, 눈물․땀․침 분비물의 증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유기인계 증상은 DUMBELS (Diarrhea, Urination, Miosis, Bronchospasm, Emesis, Lacrimation, Salivation)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임상증상은 노출량, 농도, 접촉시간, 노출경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4개 국가에서 6,35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농약중독에서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영국에서 약 4,000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보고된 증상들이 농약의 독성학적 성질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고하였으며, 우리나라 농업인들에서도 작업 시 농약중독과 관련되어 농약 종류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보다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두통, 피부 가려움, 눈앞이 흐려짐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흔하게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특정 물질에 노출되는 복용이나 사고와 달리 농작업 시에는 여러 가지 농약들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농약 성분별 특이적 증상보다는 비특이적으로 혼합된 증상들을 먼저 호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농약중독에 의한 증상은 대체로 주관적이고 비특이적이어서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기존에 수행된 연구들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들마다 농약 노출 이후에 호소하는 증상의 종류와 횟수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외 연구에서의 증상을 우리나라 농업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제한점이 있다. 이처럼 농약중독증상이 갖는 주관성은 많은 연구에서의 공통적인 한계점이지만 경미한 상태의 중독자를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주관적이고 비특이적인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일관된 기준을 설정하여 중독자를 정의한다면 보건학 연구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임상증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 노출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임상증상과 별도로 농약 노출이 있었는지를 묻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그리고 노출이 먼저 일어났을 때 농약 중독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더 간단한 방법으로는 스스로 농약 노출 때문에 중독이었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농약중독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노출과 증상 및 질병을 스스로 판단하는 주관성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남성 농업인 표본조사에서는 먼저 21개의 임상 증상 (메스꺼움, 목이 따가움, 콧물이 남, 두통, 어지러움, 불안감, 과도한 땀분비, 근무력, 피부나 눈이 가렵거나 따가움, 눈물 많아짐, 피로감, 구토, 설사, 호흡곤란, 시야 흐려짐, 손발 저림, 말 어눌해 짐,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 사지마비, 실신) 유무를 조사하였고 다음으로 이러한 증상이 농약 노출 48시간 이내에 발생된 것인지를 물었으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를 직업성 급성 농약중독으로 정의하였다. 임상증상 자체에 대해서는 과대보고가 있을 수 있으나 노출여부 및 인과성 항목을 동시에 적용하면 상당부분 줄일 수 있으며 따라서 농약 중독의 인과성에 대한 전문가적 평가가 한 요소로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기억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얼마의 기간을 두고 농약중독 경험을 물어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주제도 보건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심한 질병의 경우일수록 정확히 기억하는 경우가 높기 때문에 심한 재해의 경우 12개월까지는 재해율 산출에 영향을 주지 않은 기억력을 보인 반면 경미한 경우는 3개월이 지나면 기억력이 유의하게 감소된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농약중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증상만 호소한 경우에는 기억력 손실로 인해 과소 보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입원 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정확히 보고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경미한 농약중독 증상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는 지난 1년간으로 묻는 것 보다는 농약 살포시기에 지난 1개월의 중독증상과 작업 상황을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첫댓글 주로 일어난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