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Traveller)
마음이란
모든 먼 곳을 품고 있으면서도
가까이 닫혀 있는
하나의 지평이다.
그러나 그것은
삶의 밀물과 썰물이
우리를
우리가 너무도 잘 안다고 믿었던
고향으로부터
데려가고
또 떠나게 하는
그 거센 침식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우리를
그토록 굳게
머물고자 했던
그 자리에서
찢어 놓는다.
정박지는
모두 사라지고,
얼굴들은
모두 변해 버린다.
남는 것은
흘러가고
달려가는
한 생명의 흐름뿐.
그 흐름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영원한 목소리마저
훨씬 넘어
멀리 나아간다.
마치
신이란
오직 도착 그 자체이며,
무게를 품은
밀물의 기다림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오직
내일이 되어서야
알도록 되어 있는 것처럼.
마치 우리는
애초부터,
처음부터,
이미
자기 자신을
훨씬 넘어선 곳에서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우리 존재 전체는
앞을 향해
끝없이 길을 떠나는
한 마리 유령.
그 유령은
오직
뒤돌아볼 때에만
자기 자신을
알아본다.
언제나
막
집을
찾으려는 순간.
언제나
도착까지
머리카락 하나 차이.
언제나
결코
놓쳐지지 않을
그 품을
찾으려는 순간.
우리라는 존재는
스치듯
왔다 가는
손길 같고,
한 줄기
숨결 같으며,
좀처럼
붙잡히지 않는
본질.
그리고
오직
'이것'에서
'저것'으로
옮겨가는
그 전환 속에
온전히 담긴
기적을 통해서만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는
한 번의
방문이다.
~~~~~~~~~~~~~~~~~~~~~~~~~~~~~~~~~~~~~~~~~~~~
짧은 감상
이 시는 "인생은 어디엔가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라는 흔한 말을 뒤집습니다. 도착은 끝에 있는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 자체입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the shift from this to that
은 불교적으로 읽으면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공간적 변화가 아니라,
한 생각에서 다음 생각으로, 한 자아에서 자아 없음으로, 한 집착에서 자유로 넘어가는 찰나의 전환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our whole being a travelling onward ghost, that sees itself only in looking back
("우리 존재 전체는 앞으로 나아가는 유령이며, 뒤돌아볼 때에만 자신을 본다.")
라는 구절은 선불교의 "길 위에는 길이 없고, 지나온 뒤에야 길이 보인다"는 통찰과도 깊이 공명합니다.
이 시는 결국 '집(Home)'이란 장소가 아니라 존재방식이며, 우리는 평생 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이 되어 가는 존재라는 아름다운 역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TRAVELLER
The heart’s a close-in horizon
that holds all distance
but gives
no explanation
to the tidal scour
of life
taking us
on and away
from the home
we know so well,
tearing us
from
the place
we tried to inhabit
so firmly,
the anchorage
all gone,
the faces
all changed,
only the run and flow
of a life moving far
beyond even the eternal voices
of those we love,
as if God
were all arrival
and understood
only through
a weighted tidal anticipation,
as if we were meant
to know
what we wanted
to know
only tomorrow,
as if we were,
after all,
from the very
beginning
born
far beyond
ourselves,
our whole being
a travelling
onward ghost,
that sees itself
only
in looking back,
always
just about
to find
a home,
always a
hairsbreadth
from arrival,
always about
to find
the arms
that will never
fall away,
a self
as touch
and go,
a breath
and
an essence
hardly
ever held,
and
a visitation
able to
become real
only through
the miracle
fully
contained
in the
shift
from this to that.
'Traveller' in “Pilgrim” © David Whyte and Many Rivers Pres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