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안보면 이승에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겠는가!
오월은 푸르구나!
계절의 여왕이 향기를 뿜어 내면서 우리 경복40회를 부른다!
금년 들어 유난히 가까운 동문들의 투병 소식이 잦아져서 슬프고 꿀꿀한 마음으로 지내는 날이 많았다.
나이드니 자연스레 즐거운 일도 재미있는 일도 점차 사라지는듯 하다.
그런 안개낀 일상 가운데 반갑게도 우리 40회가 분당에 있는 ‘율동공원’으로 봄소풍을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눌누랄라~ 콧바람 쐴 겸 혼자서 율동공원을 찾았다.
아! 도심속에 이런 보물단지가 있단 말인가!
운동장보다도 더 큰 공용 주차장이 있어서 바로 주차후 길따라 층계를 올라가니 탁 트인 넓은 호수와 싱그러운 신록의 상큼한 나무 냄새에 마음 설레이고 묵었던 체증이 날라가면서 내리 눌렀던 마음이 피어나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우선 소풍 집합장소인 시계탑 쪽을 향해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앞쪽으론 연녹색 녹음과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한 호수가 있고 뒤쪽으론 드넓은 푸른 잔디 광장이, 그리고 그 뒤에는 책 테마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에는 황톳길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에 열중이다.
예전에 다녀왔던 대전 계족산 황톳길 추억이 떠올라 과감히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의 청춘, 아니 황혼이 되어 걷기 시작했다.
황토와 맨발의 촉감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고 발가락사이가 시원해지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길이가 짧은 700m라서 두바퀴를 돌았더니 발바닥 마시지 받은 것처럼 개운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세족시설에서 발을 씻고 여기 저기 살펴보니 배드민턴장, 발 지압장, 애완동물 놀이터, 다양한 어린이 놀이터도 있고 가족공원으로서 휴식공간 배려도 완벽한 것 같다.
사랑하는 손주들에겐 최상의 놀이터를, 반려견애는 천국을 선물하는 멋진 할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누려보면 좋겠다!
모처럼 홀로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어느덧 1.8㎞의 수변 산책로를 다 걸었다.
머리는 비우고, 몸은 채워 ‘땅을 디딘 영혼’의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바람결에 춤추는 카바이트 등불아래 아스라이 사라져 가던 소녀의 뒷모습을 품었던 까까머리 미소년이 어느덧 백설이 휘날리는 노익장이 되어 이제 사라져 가는 우리가 지금 안보면 이승에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겠는가!
건강도 챙기면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그리웠던 동문들과 두런두런 수다도 떨고, 궁금했던 동문들의 얼굴도 보고 내 얼굴도 보여 주는 즐겁고 정감 있는 40회 봄소풍을 기대한다.
자연에 대한 심미안적인 통찰력은 없더라도 신록의 아름다움이 주는 청량감에 취할 수 밖에 없었고, 황톳길 걷기 접지효과인지 까마득한 옛날에 경험했던 몸은 구름위에 떠있고, 얼굴은 촉촉하여 그야말로 유쾌하고 통쾌한 꿀잠을 취했다.
간만에 휴식과 힐링이 되었고 유익했던 율동공원 답사기다.
첫댓글 수고하셨어요. 글도 잘 쓰시고
선창 兄, 답사기 잘 읽었습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