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아파트 시장에도 통용된다. 한때 경제적 여유의 상징이었던 중대형 아파트가 몰락하고 소형 아파트가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과연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인가.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궁금증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소형 쏠림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한 집에 사는 가구원수가 줄어들고 1~2인가구가 늘기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코니 확장에다 안목치수가 도입되면서 ‘작은 집’이 ‘큰 집’ 효과를 내고 있는 점도 소형 수요의 증가 요인이다. 인구구조상 우리나라보다 15년 이상 앞선 일본에서는 요즘 4인 가족용 ‘패밀리형 주택’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혼자, 미혼 싱글족 등 소형 수요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추세를 봤을 때 우리나라 역시 소형주택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며 이런 추세를 반영, 소형쏠림 현상은 좀 더 이어질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중대형 아파트는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에게 아파트 평수 넓히기는 유일한 재테크이자 삶의 보람이었다. 20대에는 20평형대 집을 사고, 30대는 30평형, 40대에는 40평형으로 서서히 옮기는 식이다. 그래서 큰 아파트 하나 갖고 있으면 노후가 든든할 것으로 생각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중대형 아파트는 폭락했다. 공급 과잉에 실속 소비에 따른 수요 부족이 겹친 탓이다. 주로 가격이 급락한 곳은 용인 수지, 죽전, 분당, 일산 대화, 과천, 김포 일대 중대형 아파트들로 고점 대비 50% 가량 급락했다. 서울에서도 목동, 강남, 송파, 서초구 일대에서도 30~40%가량 하락한 곳도 많다. 그동안 평수가 클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지난 40년 아파트 시장의 통설 같은 것인데 최근 이런 통설이 무너졌다. 이 바람에 큰 집 보유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른바 ‘중대형 아파트 불패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이 바람에 베이비부머들은 멘붕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대형 아파트 트라우마’ 영향으로 요즘은 오히려 소형 아파트들이 강세다. 여기에다 경기 침체로 주택을 과소비하기보다는 실속 소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는데 대형 아파트는 관리비 부담으로 기피하는 주택소비의 다운사이징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왕 집을 사려면 굳이 필요 이상의 큰 집을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중대형아파트는 과거처럼 시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형이 장기적으로 대세라고 하더라도 지금 사서 돈을 벌수 있을 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소형 아파트는 단기간 가격 하락이 거의 없고, 공급부족에 따른 희소성도 많이 사라지고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메리트는 크지 않는 것 같다. 매입을 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10%이상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게 좋을 것이다. 소형 아파트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비싸게 사면 현명한 자산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빚을 내더라도 집값의 30%이상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집값이 크게 오를 때에는 대출을 많이 낼 경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저성장 체제에서는 과도한 빚은 무거운 짐만 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큰 아파트는 정말 사면 안되나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겨 타기를 하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고점 대비 반토막 날 정도로 과매도권에 있는 중대형 아파트가 그 예인데, 재테크보다는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가령 부모를 모시거나 자녀 방이 별도로 필요해 20,30평형대에서 40평형대로 넓히는 경우 등에서는 고려해볼만하다는 얘기다. 중대형은 가격이 크게 오르기 힘든 만큼 매수 가격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경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출처: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