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신이 있었다면
진정한 신이 있었다면
천지창조만 있고 종말구원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완전히 설계했다면
원죄도 종말도 구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아의 자유와
자연에서 찾아낸 과학의 필연성은
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전가이거나
신이 인간임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신과 선은 본래존재의 다른 이름이다.
본래존재에서 발현된 것이 악이다.
역사에서 결코 악은 사라질 수 없다.
악은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가능태이다.
생각해 보면 신도 인간의 일이다.
생각이 없다면 신을 어떻게 상상했겠는가.
신은 스스로의 이름이 필요 없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나다.”
스피노자는 신과 자연을 실체로 보았다.
신과 능산적 자연, 둘이 실체라는 것은
스스로 존재하는 독립적 실체의 모순이다.
스피노자는 신을 버릴 수 없었을 뿐이다.
신을 두고 능산적 자연을 나란히 둘 필요가 있는가.
능산적 자연이란 창조권능을 자연에 돌려주는 일이다.
심신평행론, 사유와 연장은 유물론의 시작이다.
신은 태초부터 인간과 자연의 은유였을 뿐이다.
신은 인간의 권력경쟁이 투사된 상징이다.
신의 자리에 과학이 들어서면 신은 죽는다.
신은 이제 고대와 중세의 유물이 되었다.
휴머노이드의 탄생은 인류종말의 신호이다.
인간의 문명을 자연에서 보면
한낱 불장난, 장난감로봇놀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사태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실망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을 앞세운 서양철학과 문명은 오늘날
전체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대중은 신의 노예, 철학자는 이데아의 노예이다.
신은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숨어있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