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1-02-21 12:02 조회 : 1743 |
| | | 내 생애 최고의 봄
이진화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멀지 않았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춥고 혹독했기 때문일까, 어느 해보다 더 봄이 기다려진다. 태어난 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전쟁과 무서운 역병의 소식들이 가뜩이나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짓눌렀었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봄은 잰걸음으로 우리집 대문의 문턱을 넘어서고, 꽃나무들은 눈 이불을 걷어내며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우선 크게 기지개를 펴고 옷이 가벼워지는 고마움을 기억해두어야겠다.
어린 시절에는 봄을 피부로 느꼈다. 가난한 뜨락에는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에서 뾰족하게 새순이 돋고, 아이들은 빨갛게 튼 볼로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홑껍데기 옷을 입고 내달리는 아이들의 몸에서는 햇살과 바람의 냄새가 나고 아지랑이가 피었다. 언 땅이 녹으면서 촉촉해지는 흙 위로 날마다 커지는 아이들의 발자국이 부지런히 찍혔다. 그 발걸음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느려지고 있다 해도 이번 봄에는 기어이 부드러운 땅을 밟아보려 한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세포와 유전자가 활기를 찾고 깨어난다니 말이다.
며칠 전 일간신문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사진이 실렸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아직 갈아엎지 않은 마른 논 위에서 하늘높이 솟아오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들은 전문 무용수들이지만 그 춤의 원조는 안무가 안은미가 채록하고 집대성한 ‘할머니 춤’이다. 가난하고 슬퍼도, 괴롭고 아파도 노래만 나오면 춤을 추는 할머니들의 자연스러운 몸짓을 예술적인 춤으로 승화시킨 예술가의 노력이 고맙다. 시골에서 올라온 25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무용가들과 무대에 오른다고 하니 얼마나 재미있고 기상천외한 일인가.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비록 대처방법이 미숙하고 거칠고 자주 실패를 해서 시행착오를 일으키긴 하지만 그런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루하고 눈물 나는 삶이라 할지라도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이 막혔던 숨통을 열어주고 한 조각 살아갈 힘을 주는 게 아닐까. 누구보다 지난 반생을 정해진 틀 속에서 살아온 내게 그런 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올 봄에는 지난 계절 내내 감기 몸살, 배탈 한 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지낸 나에게 특별한 상을 주려고 한다. 30대에서 60대까지 코칭을 함께 공부한 동문들이 모여 콘서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봄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준비를 하여 가족과 친지들을 초청하고 연말에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책 출판과 낭독), 해본지 오래된 일들(악기 연주와 밴드, 합창과 중창, 연극과 율동), 전혀 해보지 않은 일(사진이나 그림 전시)에 도전을 한다. 마침 우리들 중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아이들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봄이 ‘내 생애 최고의 봄’이 되리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마당을 지키는 모과나무와 함께 여덟 번째 봄을 맞으며 향기로운 모과꽃이 황금빛 열매를 얼마나 맺을까 미리 그림을 그려본다. 생애 가장 골이 깊은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많은 그림을 보러 다녔다. 색채 속에서 무한 자유를 누린 샤갈의 그림과, 하늘나라로 가신지 20주년이 되는 장욱진 화백의 간결한 그림이 겨우내 소진된 생명력을 채워 주었다. 답답하고 초조할 때는 마음속에 담아둔 샤갈의 그림을 꺼내 보고, 쪼들리고 불안할 때는 장욱진 화백의 손바닥만 한 자화상과 엽서 하나 크기에 꽉 차게 그린 가족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제부터 우울할 때 흙길을 걷거나 신나게 춤을 추어볼까 한다.
나의 다락방 하늘창가에는 언제나 천경자 화백의 아트포스터 ‘4월’이 붙어있다.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한, 봄은 항상 내 곁에 와있다. |
| 임병문 | 11-02-21 13:59 | | 이진화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처럼 시련의 겨울이가고, 봄은 이내 화사한 얼굴로 우리곁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세월동안 우리는 언 땅, 녹은 땅에 어떤 발자국을 찍으며 살아왔을까요. 동과 서에 찍힌 무수한 발자국을 보며 그것이 어떤 흔적인지조차 모르는 채, 그냥 살아만 오지 않았던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봄,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충격으로 느껴지는 글귀들. 그것은 해오던 일들, 해본지 오래된 일들, 그리고 전혀 해보지 않은 일들, 그것들이 저에게는 정말 생각조차 내보지 못했던 사실들로 일말의 양심에 가책이 오고 공허한 마음이 앞섭니다. 봄이 가기 전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일깨워주신 좋은 글 감사드리며 읽었습니다. 항시 건강하옵소서. | |
| | 이진화 | 11-02-22 00:36 | | 임병문 선생님, 고맙습니다. 올봄에 새로운 일 하나 시작하시고 새 봄을 지어보시죠. 연말 출판기념회 때 숙제 검사 하겠습니다. ㅎㅎ..^^ | |
| | 한동희 | 11-02-21 22:43 | | 이선생 수면제 한알먹었느데 컴퓨터자판도 ㅇ이상하게 보아네,ㄴㄴ나도 새봄ㅁ앧들어가 같아 놀구샆으니까 내자리 비어놓으라구.우리집에 장구있으닊가 내가 장궃ㅊ칠ㄲㄱㄱㄱㄱ게.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머리가 아프고 졸음ㅁ이와서 그만쓸께. ㅁㅁ몽롱해 | |
| | 이진화 | 11-02-22 00:40 | | ㅎㅎ.. 네~, 선생님! ^^ 잠이 잘 안 오시나 봐요. 즐겁게 노세요. 그래야 잠이 잘 옵니다. 한국수필작가회 예술단 사물놀이패 하나 만들까요? (^_^* | |
| | 임재문 | 11-02-22 07:48 | | 이진화 선생님 새봄 너무나 화려합니다. 저도 그렇게 화려한 새봄맞이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회원님들 모두다 그렇게 화려한 새봄맞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이진화 | 11-02-22 10:30 | | 네, 임재문 선생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가쁨의 샘이 솟는 봄날 맞이 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_^* | |
| | 최복희 | 11-02-24 10:51 | | 이진화 선생님 글을 읽으며 절로 힘이 솟습니다. 우선 제목에서 부터 생기를 느끼게 하네요. 역시 탁월한 문장력 예리한 문학적인 감각, 최고의 봄을 엮어가는 지혜의 역량이 글에 질펀하게 펼쳐져 있어 희망을 갖게 하는군요. 저 역시 인생 3막을 살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어 어리둥절 해요. 금년 봄엔 결혼을 앞둔 선남 선녀들에게 '결혼을 위한 성교육' 강의를 하게되어 어리둥절 합니다.ㅎㅎ 교육 받은 내용과 경험을 밑바탕으로 말입니다. 좋은 결과 꼭 이루시길 빕니다. | |
| | 이진화 | 11-02-24 23:42 | | 언제 만나도 반가운 최복희 선생님, 오늘 뵙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매우 보람있는 일을 하십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지요. 강의 하시는 모습을 직접 뵙고 싶네요. 매년 다가오는 최복희 선생님의 봄이 언제나 생애 최고의 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_^* | |
| | 일만성철용 | 11-02-27 14:10 | | 유난했던 강추위, 큰눈, 소돼지 320만 마리 이상 살처분해야 했던 괴질 구제역의 이 겨울은 우리들이 잊지 못할 겨울로 가고 있나 봅니다. 구제역이 영하 4도 내외에서 기승을 부린다 하니 금년 봄은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생의 최고의 봉이 될 것입니다. 저의 집 베란다의 군자란이 꽃대에 꽃망울을 달고 키를 키우고 있네요. | |
| | 이진화 | 11-02-28 11:14 | | 일만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누구보다 먼저 봄마중을 가시겠지요. ^^ 저도 어제 동네 산을 한 바퀴 돌았는데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늘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3월 보내세요.(^_^* | |
| | 이희순 | 11-03-03 23:14 | |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쇠스랑으로 해묵은 더덕을 캤습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죽은 듯 잠들어있을 줄 알았던 더덕의 머리마다 연록의 움이 터오르고 있었습니다. 빛도 소리도 차단된 흑암 중에 생명의 봄 소식을 전해준 이는 누구일까요. 바람은 이리도 매서운데 우둔한 나그네는 비밀에 싸인 하늘의 섭리에 넋을 잃었습니다. | |
| | 이진화 | 11-03-06 23:51 | | 이희순 선생님, 해묵은 더덕이라면 그 향기가 십리는 가겠습니다. 생명력이 농축된 더덕 드시고 건강한 새봄 맞이하세요.^^ | |
| | 정진철 | 11-03-07 12:50 | | 전생에대한 보상(?) 아니면 선조들께서 덕을 많이 베푸신것 같아요 행복한 모습을 보니 저도 즐겁습니다 | |
| | 이진화 | 11-03-07 23:30 | | 예전에는 결핍에 대하여 마음이 허한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적더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누리는 기쁨, 없는 것은 꿈꾸는 즐거움으로 삽니다. 정진철 선생님, 가지고 계신 것 찾아 누리며 행복한 새봄 맞이하세요.^^ | |
| | 김자인 | 11-03-09 21:04 | | 이진화 선생님 생애 최고의 봄을 맞이하고 계시는군요, 하루하루의 활기찬 선생님의 모습이이 눈에 선합니다. 언제나 귀여운 소녀같은 선생님, 문학적 감성이 무르익어 가고 계시네요. 이 봄 좋은날들 맞으세요. | |
| | 이진화 | 11-03-10 00:03 | | 늘 자상한 김자인 선생님, 오늘 이사회에서 못 뵈었네요.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죠? 선생님도 매년 생애 최고의 해를 맞으세요.(^_^* | |
| | 박원명화 | 11-03-26 13:30 | | 늘 바쁘게, 그렇지만 삶의 의미를 알차게 영글어가는 모습에서 좋은 글도 탄생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나누며 산다는 것, 멀리서 보는 것은 아름답지만, 실제 내 몸을 불태워야지만 실천 할 수 있음이지요.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기쁨이 넘치는 행복을 맛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 | 이진화 | 11-03-27 22:17 | | 박원명화 선생님, 이제 돌아온 따님 가족들과 함께 푸근한 나날 보내시겠지요. 많은 식구 맛있는 것 해주시느라 너무 고되지는 않으신지요. 아직 바람이 찬데 건강하시길 빕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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