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판돌이서 일등 벤처 사장으로(곰TV)

[제이 주]

1987년 대학생 한 명이 체신부(현 정보통신부) 차관실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문을 열고 차관과 만나고 싶다고 강짜를 부린다. 차관을 보좌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선 ‘또라이’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그 학생은 차관 얼굴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학생은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나 오명 차관이요. 얼마 전 날 찾아 왔다는 배인식군인가?” 차관은 일단 찾아 온 이유를 물었다. 국민대 금속공학과 2학년 배인식이 장관을 만나겠다고 객기를 부린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텍 배인식 사장> “전국 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를 좀 만든다는 사람들이 모인 연합 서클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임에 오셔서 강연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배씨는 “이야기를 드리고 나니 장관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자네 같은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며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더군요.” 당시 배 사장은 모 여대를 강의 장소로 택했다. 이유가 재미있다. 여학교라고 하면 출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남자인 회원들이 공식적으로 여대를 들어갈 기회다. 그리고 오명 차관은 똘망똘망한 학생 프로그래머 앞에서 강연을 했다. 그들은 강연 내용은 대체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 차관이 당시 준 선물은 똑똑히 기억한다. 오 차관은 강의가 끝나고 연합 서클에 속한 대학 동아리마다 컴퓨터를 한대씩 사줬다. 오명 차관은 통이 컸다. 당시 각 대학 동아리에는 XT급 컴퓨터가 한대씩 들어갔다. 배씨는 당시 XT 컴퓨터 가격이 900만원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돈은 장관이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데이콤에서 컴퓨터를 보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오명 전 부총리는 그 일을 자기 평생 가장 남은 투자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제일 큰 골치거리가 전산운영이었다. 책임은 담당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져야 했다. 그리고 88년 올림픽이 열렸다. 오 차관은 이번엔 배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각 대학에서 제일 똘똘한 친구들을 보내 달라고 했다. 당시 날고 긴다는 대학생 해커들이 올림픽 경기장에 모였다. 그 결과 88올림픽 전산운영은 당연히 아시안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한국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는 유난히 86학번이 많다. 네이버 이해진, 한게임 김범수, 넥슨 김정주,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들이 대체로 86학번이다. 86학번들은 중고등 학교 시절 대략 30만원만 주면 용산에서 8비트 애플 컴퓨터 복제품을 살 수 있는 시대 환경의 혜택을 누렸다. 그 전엔 컴퓨터란 대학이나 국가 기관이나 사는 고가품이었다. 덕분에 당시 학생들은 몇 년 전 공부한 선배들을 압도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 게임 전산 운영 정도는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오 전 부총리 입장에선 투자 대비 대성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 대학에 뿌린 XT급 컴퓨터는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산물을 낳았다. 각 대학 동아리에 XT급 컴퓨터가 자리를 잡고 난 다음 그 해 대학 소프트웨어 동아리 연합회가 연 소프트웨어 발표회에는 16비트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왔다. XT는 16비트 컴퓨터다. 8비트와 16비트는 숫자로 보면 2배에 불과하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혁명이었다. 자동차보다 비싼 16비트 컴퓨터를 가지고 논 학생들이 그 해 발표회에 내 놓은 프로그램 목록에는 ‘아래아한글’, ‘보석글’도 들어 있었다. 지금 배인식씨는 벤처업체인 그래텍 사장이다. 그래텍은 차세대 국민 소프트웨어로 불리는 곰플레이어를 만든 업체다. 하루 300만명이 곰플레이어를 통해 동영상을 본다. 컴퓨터 동영상 재생의 세계 표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미디어플레이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선 곰플레이어가 MS를 누르고 있다. 그런 국산 소프트웨어는 한컴의 한글, 이스트소프트의 알집, 알씨가 있다. 이른바 국민소프트웨어다. 배 사장은 곰플레이어도 이제 그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얼마 전 이스트소프트 김장중 사장과 만난 뒤 아직이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곰플레이어를 아세요?” “알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날 두 사람은 회사 대표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놓고 대결을 벌였다. 음식점 종업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우리 회사 대표제품을 아는가를 물어 봤다. 결과는 배 사장의 패배.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배 사장은 좀 실망한듯하다. 그래도 곰플레이어는 컴맹들도 아는 극소수 국산 소프트웨어 가운데 하나다. 배 사장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 IT 산업의 산 증인 가운데 하나다. 김장중 사장은 “배인식 사장은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대부로 불릴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전국대학컴퓨터서클 연합회(UNICOSA)는 지금도 살아 있다. 예를 들어 지금도 대학생 후배들이 MT를 간다고 배 사장을 찾아와 손을 내민다. 배 사장은 “요즘 학생들은 MT를 위해 관광버스를 대절한다”며 “세상이 너무 변했다”고 말한다. 배 사장은 아마 국내 벤처 업계에 가장 폭 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일 것이다. 예를 들어 김장 사장과 배 사장이 직접 만난 것은 얼마 전이지만 둘은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 사장이 한양대학교 재학시절 활동한 동아리가 바로 유니코사 산하에 있었다. 말하자면 전설 같은 선배다. 유니코사에 몸을 담았다가 창업한 사람 숫자는 엄청나다. 또 다른 그의 인맥의 원천은 삼성그룹이다. 그는 9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세계 수준의 프로그래머를 대거 양성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이다. 프로그램에 소질이 있는 전국 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여러 가지 혜택을 줬다. 포트리스로 유명한 CCR 윤석호 사장, 스팸 차단 솔루션 분야 1위 업체인 오치영 사장 등이 멤버십 출신이다. 멤버십을 관리한 사람이 바로 배 사장이다. 멤버십 출신 벤치기업 창업자 숫자는 대략 100명, 전체 멤버십 수료자는 6000명에 달한다. 유니코사 회원 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배 사장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삼성전자에서 일한 때도 그는 개성과 의욕이 넘치는 젊은 직원이었다. 심지어 조금 지나치게 넘치는 편이었다. 어느날 배인식 사원은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 후 그는 사내 정보화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실 주로 한 일은 고위 임원들 컴퓨터 고치기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면 제가 가서 해결했죠.” 물론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는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 문건을 컬러화해 삼성전자의 정보화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혁혁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처음 가보니 공유 프린터 관리를 제대로 못하더군요. 상사에게 편하게 바꾸겠다고 했더니 해보라며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던데요.” 그는 프린터 서버로 사용할 컴퓨터와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그 컬러 레이저 프린터의 용도는 인터넷에 떠도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 사진을 총천연색으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얼마나 야한 사진을 컬러로 뽑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장에는 그날 이후 모든 문건이 색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당시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대단한 듯 하지만 사실은 ‘판돌이’였습니다.” 당시 회사 사장단 회의에서 OHP(Overhead Projector)를 이용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말하자면 설명이 끝나면 필름을 갈아 넣어 다음 페이지를 보여주는 일을 했다. “당시 회의를 윤종용 부회장이 주도했는데 늘 말 없이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분이었습니다. IMF 이후 말 없는 사람이 화나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았죠.” 말 한마디 못하고 판만 돌렸지만 그에게도 소득이 있었던 듯하다. 일단 그 대단한 사람들도 어떤 면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동네 아저씨들 모여 농담하는거나 그 분들 회의 전에 잡담하는거나 거기서 거기던데요.” 게다가 그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커지면서 나날이 더 대단한 사람으로 변했다. 이제 그들은 삼성 뿐 아니라 세계에서 통하는 명사다. 예를 들어 윤종용 부회장,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등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배 사장이 요즘 대기업 오너나 계열사 사장들 앞에서 여유 있고 당당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해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 배 주임은 모범사원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사고를 내 문책을 당한 일도 있었다. “당시 회사에선 게임 분야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육성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이름으로 나간 게임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제를 만들었다. 어느날 소비자 보호원에 대기업인 삼성이 만든 게임이 이따위냐는 항의가 들어왔다. 게임CD를 넣고 게임을 하는 도중에 컴퓨터를 열고 CD를 꺼내면 ‘빨리 문닫아, 이 XXX야’란 상소리가 튀어 나왔다. 게임을 만든 것은 말하자면 벤처기업 젊은 프로그래머들이었다. 게임을 만들 때 장난을 친 것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배포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게임은 삼성 로고를 달고 팔렸다. 회사는 용산 등에 깔린 제품을 다 거둬 들었지만 해당 사업 실무자인 배 사장은 끝도 없이 긴 시말서를 몇 번이나 써야 했다. 배인식 삼성전자 주임이 당시 한 일 가운데 IT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사실 ‘약장사 이론’을 들고 온 젊은이를 밀어 준 것이다. 어느날 삼성SDS에서 왔다는 과장 하나가 기획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내 앞에 오더니 자기 이름은 이해진이라며 우리 프로젝트를 없애면 팀 전원이 회사를 나가겠다며 담당자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당시 삼성 그룹 내부에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팀이 3개 있었다. 3팀은 서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삼성은 늘 이런 식으로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때가 오면 교통정리를 한다. 이해진 과장이 이끄는 팀이 개발한 검색엔진은 내부 경쟁에서 밀려나 폐기 처분 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문서를 들고 왔는데 맨 앞장 내용이 ‘약장사 이론’이었습니다. 약장사가 약을 팔려면 일단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한다. 돈을 벌려면 그게 먼저다. 북적거리는 사람이 바로 돈이다. 우린 사람 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약장사 이론은 정말 통했다. 일단 수익은 머리 속에서 지우고 다른 약장사보다 더 많은 사람을 모았다. 약의 품질은 다 거기서 거기다. 배 주임은 이해진 과장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에 사내벤처란 제도가 생겼다. 회사를 나가 딴 사업을 해 보겠다면 아예 나가지 말고 회사에 적을 둔 채로 직접 해 보란 이야기였다. 사내벤처 1호가 바로 이해진 사장의 네이버다. 그리고 네이버는 지금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검색 포털로 컸다. 이해진 과장이 하필 배인식 주임 앞으로 걸어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물어 본 것은 천운이었다. 군대에선 ‘보직이 깡패’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사실 그렇다. 자회사 과장이 삼성전자 기획실 부장이나 임원에게 물어봤으면 얼차려나 받고 돌아 갔을 가능성이 크다. “제가 원래 특이한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사람도 성격 별난 사람들이 좋아요.” 이해진 사장과 배인식 사장은 지금도 가끔 전화하는 사이다. 배 사장은 결국 삼성을 나와 벤처기업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제일 친한 선배, 형뻘이었던 지오인터렉티브 김병기 사장과 함께 창업을 했다. 누가 먼저 누구 옆구리를 찔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어느 날 배 사장은 그래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래텍은 2002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큰 돈을 벌었다. 매출이 140억, 순익이 70억에 달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운영체제, 혹은 인터넷 디스크, 웹하드라 불리는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래서 회사는 2003년 코스닥 등록을 시도했다. 등록 전 장외시장에서 회사 주가는 4만원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등록 직후 주가가 다시 치솟는 것을 고려하면 새 황제주가 곧 코스닥에 등장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회사가 상장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배 사장은 “심사위원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들은 인터넷 디스크 서비스가 음란 동영상이나 지적 재산권 문제가 있는 영화 파일을 주고 받는 도구로 쓰인다는 것을 지적했다. 아마 심사위원들은 듣도 보도 못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사업인데, 순익률이 룸싸롱의 몇배에 달하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기사를 보아하니 나중에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배 사장은 당시 심사에서 거부당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장했다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회사 주가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추락했을 겁니다.” 당시엔 돈이 너무 쏟아져 들어오는 통에 장기적인 전략이나 비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한번 고배를 마신 뒤 기업공개 이야기만 나오면 신중해진다. “곰TV와 게임에서 각각 100억원 매출이 나오면 상장할 생각입니다.” 이게 언제 상장할 것인가를 물어봤을 때 배 사장이 이야기하는 가장 구체적인 답이다. 그래텍은 한때 회사를 대표했던 구루구루 서비스를 포기했다. 이 서비스가 2002년 대박을 이끈 회사의 간판 상품이었다. “그걸 만든 직원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원이 떳떳하게 내 작품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금 회사가 힘껏 밀고 있는 것이 바로 곰TV(gom.ipop.co.kr/tv/index.html).곰플레이어가 TV 수상기라면 곰TV는 수상기 옆에 셋톱 박스까지 달린 물건이라고 보면 된다. 보기엔 거의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그 차이는 크다. 말하자면 곰플레이어는 순수 제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곰플레이어는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그걸 TV나 모니터 같은 세상을 보는 창으로 이용한다. 창을 통해 무엇을 볼까는 제조업자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반면 곰TV는 엔터테인먼트업종 성격이 강하다. 만든 사람이 창안에 볼거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로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놀 사람을 불러와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월말 50여개라던 프로그램 공급업체 숫자가 두달이 지난 5월말 70여개로 늘어났다. 요즘 인터넷은 움직인다. 주류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다시 동영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움직이는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불법이다. 말하자면 모니터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상당수가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다. 곰TV는 프로그램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동영상을 보여준다. 크게 보아 배 사장은 이해진 사장이 말한 약장수 이론을 실천한 것이다. 이 사장은 웹브라우저란 장터에 사람을 모았다. 배 사장은 웹브라우저 장터는 포기했다. 대신 곰플레이어란 장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장터엔 이미 자리를 잡은 약장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 장터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동영상 사이트와 포털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우선 차려 놓은 장터에 찾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네이버에 한번 들렸다 온다. 다시 말해 네이버에서 길을 막아 버리면 약을 살 사람을 모을 수가 없다. MS도 문제다.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프로그램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MS 미디어플레이어가 있어 새 플레이어를 깔 마음이 없다. MS에서 전세방을 얻어서 네이버가 안내해 오는 손님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신세다. 그러나 곰TV는 이런 문제를 이미 해결해 놓은 상태다. 곰플레이어가 바로 곰TV다. 하루 300만명이 곰을 쓴다는 이야기는 매일 300만명을 장터에 모아 놓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포털에 들려 돌아 오는 사람이 아니다. 포털이 길을 열어주지는 않지만 막을 방법도 없다. 물론 MS 눈치를 볼 일도 없다. 과거 없었던 새로운 사업의 결말은 대체로 2가지다. 대박 아니면 쪽박. 지금까지 곰TV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주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고, 또 거기에 붙일 광고가 늘어난다고 한다. 물론 장애물도 있다. 보통은 방송위원회가 규제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방송위가 곰TV를 규제한다는 것은 인터넷을 규제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정부도 인터넷을 규제할 능력이 없다. 곰TV를 규제하려면 같은 기술로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도 규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나 인터넷 언론사도 같은 서비스를 한다. 이것도 규제대상이다. 곧 일반 네티즌들도 같은 서비스를 할 것이다. 그럼 모든 네티즌을 규제해야 한다. 결국 규제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래텍이 제일 무서워해야 하는 것은 곰플레이어 사용자들의 습관이다. 웬만한 컴퓨터엔 곰플레이어가 깔려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내가 가진 동영상 파일을 보는 도구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곰플레이어 아이콘을 두번 빠른 속도로 누르는 이유는 동영상 파일이 있기 때문이다. 파일 재생이 끝나면 플레이어를 꺼버린다. 곰TV가 성공하려면 그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아이콘을 두 번 눌러줘야 한다. 마치 저녁에 집에 들어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TV에 전원을 넣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하루 최대 30만명 정도가 곰TV를 본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아무 이유 없이 곰TV를 모니터에 띄우고 바라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 이건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좋은 컨텐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라도 곰TV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지금까지 보던 곳에서 동영상을 본다. 게다가 큰 인기를 끌 콘텐츠를 독점하기는 너무 힘들다. 또 독점한다해도 그게 곰TV에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면 TV를 켜듯이 아무 생각 없이 PC에 전원을 넣을 때 곰플레이어를 실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곰플레이어를 사람들이 쓰는 이유는 뭔가 화끈하고 재밌는 파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곰TV가 성공하려면 반대로 곰플레이어를 띄우는 이유가 뭔가 재밌는 동영상이 없어서여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인식의 혁명적 전환이란 의미다. 그래텍은 그와 비견할만한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한다면 이른바 새로운 산업이 하나 생긴다. 실패한다면? 100억 매출은 어림도 없다. /백강녕 young100@chosun.com

[언제나]

열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향기]

두뇌가 명석한 그래텍 배인식 사장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잘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귀한자료 감사합니다^^^*

[테니스]

우리의 젊은이들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