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석 前헌법재판관, 차기환 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방통위 상임위원(방통위원) 회의를 열고 서기석(70) 전 헌법재판관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는 안(案)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차기환(60) 변호사를 임명하는 안을 의결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전 KBS 이사와 최근 자진 사퇴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의 후임(보궐) 이사 후보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이사장으로도 유력 거론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사장 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회와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 구성이 바뀔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공영방송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통위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상인 방통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현 방통위원 3인으로 구성돼 있다. 김 직무대행과 이 위원이 서기석·차기환 추천·임명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커 통과가 유력하다. KBS 이사는 윤 대통령이 추천안을 재가하면 정식 임명되며, 방문진 이사 임명권은 방통위에 있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현재의 KBS·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재판관은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청주·수원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2019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여권 관계자는 “서 전 재판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 KBS본부(제2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 때 재판장을 맡아 ‘사측은 KBS본부와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하는 등 균형 감각을 갖춘 법조인”이라며 “KBS가 언론의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공공성·공익성을 갖출 수 있도록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 변호사는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판사 출신이다. 이미 2009년 8월부터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KBS 이사도 한 차례 지낸 적이 있다. 방송계 관계자는 “법률가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했다.
서기석·차기환 두 사람에 대한 인사안이 방통위를 통과하면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판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방통위는 과거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여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년 전 KBS 이사를 지난달 해임한 데 이어 남영진 현 KBS 이사장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또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진 안형준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해 이달 초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MBC 경영 관리·감독 부실 등의 이유로 해임 처분 사전 통지서를 송달했고, 김기중 이사에 대해서도 해임 처분 사전 통지서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 방통위는 당사자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중 해임안을 심의·의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의 경력 등을 볼 때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은 각각 KBS 사장과 MBC 사장 임면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이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