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 “이제 내가 법정 변론” 나섰지만 李가 거부
이세영 기자
이화영, 김형태
8일 열린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단 중 민변(民辯) 출신 변호사가 자신이 법정 변론을 맡겠다고 했다가 이 전 부지사에게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작년 10월 기소된 이화영씨는 법무법인 해광 소속 서민석 변호사에게 법정 변론을 맡겼다. 그런데 이날 법정에는 서 변호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법무법인 덕수 소속인 김형태 변호사가 나왔다.
김 변호사도 ‘이화영 변호인단’ 중 한 명인데 한동안 법정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창립 멤버인 김 변호사는 과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변호사는 “해광 측이 ‘재판에 안 나가면 공전될 수 있으니 덕수 변호인단이 대신 출석해 달라’고 해서 고심하다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화영씨는 이날 “(덕수가 아니라) 해광의 도움을 받아 다음 기일에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화영씨가 모르는 상태에서 이씨 아내가 서 변호사의 ‘변호인 해임’을 재판부에 신청했다가, 재판정에 나온 이씨가 취소시킨 일이었다. ‘서 변호사와 검찰이 한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이씨 아내는 법정에서 남편을 향해 “변호사한테 놀아났다” “정신 차려라”고 소리쳤다.
이화영씨는 최근 검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것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술을 이씨가 재판에서도 유지한다면 이재명 대표를 사법 처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화영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김형태 변호사는 “잠시 휴정을 해주면 이씨와 상의해 보겠다”고 해 10분간 휴정했지만 이씨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재판 중 김 변호사는 검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가 국선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화영씨에게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인해 사실과 다른 자백을 했다는 진술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의 변론이) 이화영씨의 입장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김 변호사는 “당신(검사)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 질렀다. 검찰은 “당신이라뇨.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이 “(김 변호사가) 진술 조서를 오로지 부인하는 ‘미션(임무)’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김 변호사는 “재판장님. (검사가) 미션을 얘기하는데 놔두시는 거냐”고 했다. 재판장이 “변호사님”이라며 큰 소리로 김 변호사를 제지하자 김 변호사는 “왜 소리를 지릅니까. 40년 동안 이런 재판은 처음 해본다”며 법정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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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이날 이화영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부인한다는 의견서,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함께 변호인 사임서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은 “재판부가 이화영씨의 의사를 확인해 이씨가 재판부 기피신청을 철회하도록 정리하고, (이날 제출된) 변호인 의견도 배척하기로 했다”며 “김 변호사에 대해선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파행된 재판은 오는 22일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