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강릉으로의 문학기행세서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핫플레이스 몇 곳을 찾아갔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맛집이거나 볼거리가 많고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장소 등이 대상입니다.
방송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에도 그날그날 화제의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보통 두 명 또는 세 명을 추려 ‘오늘의 핫 2’ 또는 ‘오늘의 핫 3’란 이름으로 패널들과 함께 분석하더라구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를 두 명일 때는 ‘오늘의 [핫 투]’로, 세 명일 때는 ‘오늘의 [핫 삼]’으로 각각 소개합니다.
하나는 영어의 수사로, 다른 하나는 고유어 수사로 읽는 것인데요.
그는 어떤 차이로 [핫 투]와 [핫 삼]을 구별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우리말에서 아주 사소한 듯하면서도 잘 풀리지 않는, 곤혹스러운 난제가 하나 담겨 있습니다.
‘핫 3’을 [핫 삼]으로 쓰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핫 스리]로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외국말에서 들어온 이 단어인 듯, 단어도 아닌 말이 우리말의 합리성과 과학성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잖아요.
그리고 언어생활에 혼동을 초래하는 것이니. 우리말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문규범에선 아쉽지만 이런 경우까지 발음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준거로 삼을 용례가 없으니 더 혼란스럽지요. 쉽게 말해 ‘엿장수 마음대로’인 셈입니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우리는 정쟁거리로 비화했을 정도로 사회적 혼란을 겪습니다.
보기에 따라 여기엔 거대담론 못지않은 논점이 담겨 있어서 그렇습니다.
‘핫 3’나 ‘3D’를 [핫 삼] [삼디]로 읽는 것은 우리말 우선주의 관점인데요.
우리 것이 있으니 우리말로 읽는다는 뜻입니다.
[핫 스리] [스리디]로 읽는 이들은 굳이 그런 관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말의 자연스러움에 더 무게중심을 놓으니까요.
이들의 차이는 좀 거창하게 말하면 ‘언어 순혈주의 대 혼혈주의’의 다툼인 셈으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말에서 숫자와 결합한 영어 표기가 단어처럼 쓰이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대략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부터로 볼 수 있는데요.
당시 우리 경제의 대대적 구조조정 속에 ‘빅(Big) 3’란 용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를 읽을 때 대부분 [빅 삼]보다 [빅 스리]로 발음했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빅 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차이 말고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적을 때 뒤에 오는 조사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네요.
‘[빅 삼]은/이/을~’인 데 비해 ‘[빅 스리]는/가/를~’로 표기가 달라집니다.
정보기술(IT) 산업이 발전하면서 ‘3D 프린터’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3D 산업’이란 말이 유행한 적도 있거든요.
이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스러운(dangerous) 산업을 가리키는 용어였습니다.
건축업·제조업·광업 등 이른바 굴뚝산업의 노동을 기피하는 데서 이를 ‘3D’라는 약어로 나타냈지요.
이때만 해도 이를 [스리디] 산업이라 하지 않고 [삼디] 산업이라고 읽었습니다.
‘3D(Dimensions)’는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3차원’ 또는 ‘입체’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때 함께 제시된 말이 ‘스리디, 스리디멘션’입니다.
이런 걸 보면 이를 ‘삼디’라 하기보다 ‘스리디’로 읽는 게 일반적 방식이라고 할 만하네요.
우리말이 결합하는 양태도 합성어를 이룰 때
한자어는 한자어끼리, 고유어는 고유어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발음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좇는 게 일반적이겠지요.
그렇다면 영어는 영어식으로 읽을 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미스트롯 3>를 [~스리]라고 하지 [~삼]이라고 하는 이가 별로 없으니...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