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숱한 팬을 자랑하는 야구 시합의 마무리인 가을야구 때가 돌아왔습니다.
우리 나라 야구계도 준플에이오픈 경기부터 관중이 들끓습니다.
미국의 경우, 분명히 만화는 아니렷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란 선수가 기적을 일구었네요.
한 해 50홈런 50도루를 거침없이 넘어서더니 54홈런 59도루를 기록했다고 야단법석입니다.
내로라하는 선수가 득실득실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 역사를 새로 쓴 날
우리나라 언론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오타니는 7회 초 공격에서 마침내 50번째 홈런을 폭발했다.’ 기자도 아마 흥분했나 봅니다.
‘폭발하다’는 큰 소리가 나며 터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자동사(自動詞), 곧 목적어가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홈런을 폭발했다’ 하다니 ‘홈런을 터졌다’고 한 셈이잖아요.
굳이 쓰려거든 사동(使動) 접미사 ‘-시키다’를 붙여 ‘홈런을 폭발시켰다’ 해야 옳았습니다.
‘홈런을 터뜨렸다’ 하든지...
난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지요.
‘9회 초 마지막 타석 2사 1·2루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51호 홈런을 작렬했다.’
‘작렬(炸裂)하다’ 역시 자동사여서 목적어와 어울릴 수 없습니다.
‘작렬시켰다’ 하거나 ‘51호 홈런이 작렬했다’ 하면 됐을 텐데...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50번째 도루 장면에서도 감탄이 아니라 탄식이 샜습니다.
‘1회 초 1사 1·2루에서 더블 스틸로 3루 도루를 성공했다.’
‘성공하다’ 또한 ‘~에’가 앞서야 하는 자동사입니.
‘도루에 성공하다’나, ‘성공하다’를 타동사로 변형한 ‘도루를 성공시켰다’로 써야 했습니다.
자동사를 타동사로 잘못 쓰기보다 더 심각한 일도 있습니다.
‘호날두는 여전히 맨유를 애정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애정해 키우는 분들’….
한자어 명사 상당수가 접미사 ‘-하다’와 합쳐 동사를 이루지만
‘애정(愛情)’처럼 행위나 동작을 담지 않은 말은 그럴 수 없습니다
(→ ‘맨유를 사랑하고’ ‘반려동물을 좋아해’로 쓰면 자연스울 텐데).
거친 감정을 드러냈다는 뜻으로 ‘격정(激情)했다’ 할 수 없잖아요.
예외로 ‘기초(基礎)하다’ ‘위치하다’처럼 동작성 없는 명사로 이뤄진 동사가 있기는 합니다만.
오늘 우리 야구 플레이오픈에서 맞서는 팀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