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을 넘은 자식이 매일같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다면 어떨까요? 더구나 나이 든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고 다닌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까맣게 타 들어 갈 것입니다. 차마 자기 자식 학대할 수는 없고 그저 말없이 돈 벌어 주는 남의 집 자식들이 부럽기만 하겠죠.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자식들이 사고도 잘 칩니다. 파출소에 들락거리며 합의금 물어 주기도 하고, 신용카드회사에서 신용불량자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부모들은 장롱 속에 숨겨놓은 비상금을 털어 내 놓기도 하지요. 예쁘지도 않은 게 꼭 미운 짓만 골라 하거든요.
요즘 나이 드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십니다. 몸에 열이 나서 불덩이가 될지라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기별도 하지 않습니다. 어려워도 혼자 참아내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십니다. 그러나 색다른 음식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시던가요. 먼저 자식들부터 챙기십니다.
자식은 저도 자식을 나서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하던가요. 자신은 1년에 한 번도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서 자기 자식들에게는 너희들은 커서 따로 살게 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놀러 오라고 한다면 그 자식의 자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자신은 스스로 호박씨를 심어놓고 자식들에게는 나중에 수박처럼 되라고 한다면 속이 훤히 들여다뵈는 말이라고 봐야 하겠는데 글쎄요, 필자 자신부터 호박과 수박을 구별하지 못한 채 살아 왔고 그러한 세월을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늘 후회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농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종사는 자식 농사라 했고, 부모는 이 세상 어떤 농사보다도 자식 잘 되면 그걸로 인생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농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부동산 농사가 깃발을 들고 자식농사와 나란히 서는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
젊은 부모나 나이 드신 부모나 아파트 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애를 쓰는 세상이 됐는데 작년과 금년에는 가뭄이 들어 오히려 종자만 허비했고 수확은커녕 인부들 품삯(대출이자)만 추가 되었다고 울상인가요. 본전장사를 못한 곳도 있는 반면에 그런대로 농사를 잘 지은 곳도 있지만...
<<왜 깡통 아파트인가>>
2005년부터 분양을 했던 아파트 중 충청 이하 지방에 속칭 깡통 아파트가 쫙 깔려 있습니다. 깡통 아파트는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로서 그야말로 영양가 없는 아파트라고 봐야 하는데 허우대만 보고 잘 못 샀다가는 호주머니도 깡통 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시행. 시공사를 골탕 먹이는 악재이기도 하지만 먼저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에게도 아주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되기도 하지요. 우선 장기미분양으로 가게 되면 아파트의 시세가 뜨지를 않아 입주 후에도 손해를 보게 되거든요.
초기 분양률이 50%에 이르게 되면 건축에는 지장이 없으나 시행. 시공사가 고전을 하게 되고, 70%에 이르게 되면 원만하게 되며 80-90%에 이르게 되면 성공이라고 하는데 현재 지방 분양률은 40%를 밑도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분양에 성공한 것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건축을 하고 있는 현장도 알고 보면 60-70%의 분양률에 머물고 있어 많은 미분양을 안고 있고, 입주 때까지 20-30%의 미분양을 안고 가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웃어도 찡그리고 웃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합니다.
깡통 아파트는 지독한 불효자식과 다를 바 없다고 봐야 하는데 이게 건설회사나 수분양자 모두에게 골탕을 먹입니다. 돈을 붙여주지도 못한 주제에 오히려 경비만 지출되게 하니까요.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으련만 어디 가지도 않고 계속 알짱거리게 되면 오장육부가 뒤틀리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수년 동안 애써서 만든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분양 받아 놓고 가슴 부풀었는데 막상 입주 때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게 되면 환장한다는 말이 나오게 되지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불효자식이라도 자식은 자식인데 깡통 아파트에 비유함은 좀 지나친 처사인가요? 그렇게 써야만 칼럼이 좀 재미있을 것 같아 과대표현을 해본 것뿐이니 그리 이해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솔직히 영양가 없는 아파트는 속상하기도 하지 뭐,
<<깡통 아파트가 생기는 이유>>
결국 끝까지 남게 되는 20-30%의 주인 없는 아파트가 바로 깡통 아파트입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하청업체에 지급할 공사비 대신 1,2층을 골라 대물로 지급 하게 되지요. 즉 하청업체에 지급 할 공사비를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로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창호, 조적, 콘크리트, 조경, 인테리어, 놀이시설 등 부분공사를 맡은 하청업체는 수 십 곳에 이르지요.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거라도 받지만 팔아서 현금융통을 해야 하므로 분양가에서 15-20% 할인하여 은밀히 팔아 버리게 됩니다.
시행사에서도 입주 후 미분양을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세금문제 등 여러 면에서 부담이 되므로 하청업체와 마찬가지로 15-20% 할인한 금액으로 인근 부동산을 통해서 팔아 버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아파트는 3-5년 동안 시세 상승이 없게 되고 입주민들은 P를 보는 게 아니고 진짜 피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아파트에 대한 거래질서가 문란해지고 누구는 3억에 중도금 대출 후불제 이자까지 물고 분양 받아 총 3억5천만 원이 소요되었는데 누구는 아무런 조건 없이 2억 5천만 원에 덜렁 분양받았다고 한다면 먼저 분양받은 사람은 배가 아프게 되고 건설회사에 대하여 배신감이 일어나게 되기도 합니다.
늦게까지 입주를 지켜보고 있던 일부 수분양자들은 손해 볼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계약금 포기하고 입주 거부로 돌아서 버리기도 하더군요.
입주 후 미분양은 이래서 또 늘어나게 되고 거래질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므로 그 아파트로서는 어쩔 수 없이 깡통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깡통 아파트의 장점>>
깡통 아파트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깡통 아파트 중 해약된 매물을 고르게 되면 옵션까지도 갖춰져 있고, 확장이나 외부샷시 까지도 돼 있는 아파트를 건질 수 있습니다. 분양가에서 15-20% 할인해 사면서도 다른 부속경비까지도 덤으로 덕을 보게 된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시세 면에서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 아파트가 있는 해당지역 주민으로서 꼭 내 집 마련의 길에 있는 분이 이런 물건을 잡는다면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오는 복을 만났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 아파트도 3-5년이 지나면 시세는 회복이 되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원체 급해서 분양계약서에 잉크 마르기도 전에 시세상승이 없으면 여지없이 돌아서 버리는 게 현실입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다가 나중에 가끔 후회하기도 하지만,
돈이 부족하면 잔금대출을 받아서 매수할 수 있으므로 아주 적은 돈으로 손쉽게 큰 규모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데 극히 일부에 해당된 일이고 근본적인 수요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대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겁니다.
저층은 원래 시세도 다소 저렴하지만 그 금액에서 다시 할인을 해서 매수하게 되므로 1억원 이하의 현금보유라도 대출만 받는 다면 능히 거주할 만한 아파트를 마련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칼럼 인터넷에 올라가게 되면 그런 아파트 어디 있느냐, 한 채 사고 싶다고 전화 하실 필요 없습니다. 도시락 싸들고 경부선과 호남선 한 번씩만 왔다, 갔다하게 되면 저절로 아시게 되고 간 곳마다 현수막 걸려 있습니다.
다시 말씀들이 건데 그런 아파트는 입주 3-5년 까지는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섣달 그믐날 시집 온 색시에게 정월 초하룻날 아침 “시집 온지 1년이 됐는데 어찌 애가 없느냐”고 다그치는 서두름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깡통 아파트의 단점>>
그러나 대부분의 깡통 아파트들은 1, 2층 저층이거나 향이 안 좋거나 조망이 없는 층이 대부분이고 분양가보다 오히려 시세가 내려가는 아파트가 많다고 볼 수 있지요. 어떤 아파트는 입주 2년 후까지 잔금을 나누어 받는 회사도 있습니다.
죽도록 은행이자 내고 시세가 수천만 원 내려앉는다면 눈에서 불꽃이 튀게 되겠지요. 올라줘도 시원찮을 판에 값이 내려가서 웃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집 없을 때에는 집값 오르는 게 무섭지만 집 장만 해 놓으면 내리는 게 더 무섭지 않던가요.
또 그런 아파트 일수록 단지구성이나 인테리어의 뒷마무리가 매끄럽지도 아니하고 기반시설이 취약하여 거주하기에 불편함도 있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시행사와 입주민간에는 계속적인 분쟁이 있게 되고 늘 데모하자는 말이 유행어로 등장 하게 됩니다.
아파트에 “땡처리”라는 게 있습니다. 즉 할인해서 떨이로 판다는 말이지요. 지방의 어느 아파트는 1차 약 600세대가 3년 전에 입주 할 당시 20여 세대의 악성미분양이 있었고, 1년 전에 2차 약 900세대가 입주 할 때에도 100여 세대의 미분양이 있었는데 요즘 그걸 “땡처리” 하는 걸 봤습니다.
아파트 분양 받으면서 잘 못 골라 나중에 악성 미분양 땡처리하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를 하면서 맘고생을 하게 됩니다. 입주민 스스로 나서서 미분양 줄이자고 해봐도 결국은 남게 되고 품질까지 별로 좋지 못한 처지에 시세까지 오르지 아니하여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 받게 될 땐 분양률만은 꼭 살필 줄 아는 지혜도 필요 하다고 봅니다. 싸다고 아무거나 덥석 분양받고 난후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게 되면 피 같은 돈 주고 마음으로 손해보고 금전으로 손해 보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불효자식 같은 깡통 아파트 -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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