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초인종
-새벽 3:00-
가난한 고시생인 청년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아침 9시가 되면 컵라면 하나에
하루를 견디며 서점 아르바이트를 위해
또 아침을 달려 나갑니다
-pm 5시-
단추공장에서 지방으로
올라가는 많은 짐을 배송 차량에
옮기는 작업이 여덟 시에 끝나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청년이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요양원에 당뇨와 지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하신 엄마 병원비를
보내드리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인데요
새벽 3시가 되기까지
고시 공부를 해야 하는 청년에겐
지나는 바람조차 안을 수 없을 만큼
하루가 힘들어 보입니다
몰려드는 잠을 애써 외면한 채
출근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타는듯한 고약한 냄새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나고 있었습니다
고시원 바로 위층에서 불이 난 걸 확인하고는
건물 밖으로 몸을 피한 청년은
고시 공부와 생계에 시달린
같은 처지에 이웃들이 떠오르면서
휴대전화기로 119신고를 한 뒤
건물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갑니다.
청년은
층층이 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불이 났어요
’ ‘어서 나오세요’
새벽이라 한창
곤하게 잠들어 있던 고시생들은
그 소리에 깨서 밖으로 대피를 하고 있었고
청년도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몇 명이 나왔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거센 불길과 연기에도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궈진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리며
"쾅쾅쾅!"
‘빨리 나오세요,
불이야’
라며
계단을 오르며 계속 초인종도 누릅니다.
‘"일어나세요.
빨리 나오세요’"
그 사이
소방차가 도착을 했고. 다행히 고시원에 있던
주민들은 청년 덕분에 무사히 밖으로
나올수 있었습니다.
그때
주민 중 누군가가 외칩니다.
‘"우리를 깨워준 청년이 안 보여요
안에 있는 것 같아요’"
방독면을 한 소방대원들이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2층 계단에 연기에 까맣게 그을려
질식한 채로 쓰러져 있는 사람은.
초인종을 누르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그 청년이었습니다.
이웃을
모두 살리고 세상을 떠난 청년은
두 번째 가슴에 초인종을 누릅니다
장기기증을 통해
또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떠나는 날
엄마는 귓가에 대고 말해주었습니다.
‘잘했다. 내 아들.
정말. 잘했어...’
"내 가슴에 초인종
당신도 지금 눌러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