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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장, 현지는 참으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현지는 자신이 예전하고는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무엇이든지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게 된 현지는 성격마저 느긋하고 온화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당신 참으로 따뜻해진 것 같아!” 주성은 그런 현지를 보면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내가 그렇게 느껴져요?” “응! 예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항상 당신 기분을 살펴야만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어지고 뭔가 따뜻한 기온이 감도는 듯한 것이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지는 것만 같아!“ 주성은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말을 한다. “여보! 난 참으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할 줄도 모르고 오직 내 기분대로 내 마음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으니 나로 인해 상처받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새삼스럽게 그런 소리를?“ ”아니에요. 정말 형님을 보면서 너무나 배운 것이 많아요. 우리 명지가 왜 그렇게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이해를 하겠어요.“ “당신이 명지를 이해를 해 주니 마음이 편해진다. 사실 나도 명지로 인해 당신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명지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참 많았어!“ “그래요! 형님은 그 누구라도 모두 끌어 안아주시는 넓은 가슴과 따뜻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에요. 그런 형님에 비하면 난 얼마나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였던지 생각만으로도 정말 부끄럽고 한심스러워요.“ “명지 엄마!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사람은 누구나 모두 자신의 그릇의 크기대로 살아가는 법이야!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신의 그릇에 맞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또 당신은 당신대로 작지만 예쁜 그릇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주성은 현지를 살며시 끌어안는다. 영미가 투박하고 큰 질그릇이라면 현지는 작고 앙증스러운 예쁜 그릇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주성이다. “여보!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이다음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형님처럼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투박하지만 거짓 없고 많은 사람들을 안을 수 있는 그런 커다란 질그릇처럼 그런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고 싶어요.“ ”당신과 같은 작지만 예쁜 그릇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아니요! 그 작은 그릇은 누가 예뻐해 주기 전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요. 그 누군가의 단 한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그 사람이 싫증을 내면 가차 없이 버림을 받게 되는 그런 예쁜 그릇보다는 투박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고 누가 찾기 전에 스스로 많은 것들을 담아 낼 수 있는 그런 투박하면서도 커다란 질그릇이 되고 싶어요.“ 주성은 그런 말을 하는 현지를 보면서 얼굴이 달라 보인다. “그래! 아마 당신의 그 꿈이 이루어질 거야! 지금도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많이 변해가고 있어! 이젠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그렇게 살아보자.“ 현지의 삶은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변해간다. 집안에 무슨 때가 되면 미리 내려가 영미의 일손을 돕고 스스로 그 집안사람의 일원으로서 모든 일들을 해 나가고 있었다. 영미는 언제든지 현지가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다. 이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시어머니의 탈상을 끝내고 나서 영미는 대대적인 집수리에 들어갈 계획을 세운다. 옛날의 구조가 되어 모든 방들이 작고 천정이 낮다. 또한 밖으로 다니는 것들이 너무 많아 겨울에 춥기도 하고 사랑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끼니때나 아침에 아들들을 깨우려면 종종걸음을 쳐야만 한다. 영미는 남편인 주성에게 집을 고치겠다는 말을 한다. 직장문제만 아니라면 남편에게 공사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직장에 매여 있는 남편에게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명섭 아부지! 내 마음대로 수리를 해도 되지예?“ “그야 내가 상관할 권한이 있나?” “그래도 당신이 이 집안의 가장인데 무신 말을 그리 합니꺼? 내가 당신을 그리 생각했다믄 뭐 하러 당신에게 말을 합니꺼?” 주성은 자신이 말을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실수했소!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이 집에 대해서는 당신이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 좋을 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었소.“ ”그라몬 지가 마음대로 하겠습니더! 그러나 되도록 시간을 만들어 공사를 하는데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더!“ 영미는 남편이 말이 조금은 서운해져 온다. 아니, 자신이 남편의 말이 서운하다기 보다는 남편이 많이 서운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집안의 모든 재산들은 명섭과 명규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남편은 서운하리라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미는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남편이 서울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굳이 한 집에 살려면 못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렇다고 한 집에 두 아내를 두고 살 수 있는 배짱도 없는 남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미였다. 영미는 전문가를 불러 집의 구조와 모든 것들을 상의한다. 영미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집이 구조변경이 가능한 것이었다. 안채와 사랑채를 이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고 너무 넓고 황량하기만 한 대청마루를 줄여 안방을 넓게 만들고 사랑채와 안채에 욕실을 두고 주방 또한 현대식의 넓고 쾌적한 주방으로 꾸미기로 구조를 잡는다. 더구나 사랑채는 이제 두 아들들의 거처가 되는 것이다. 아들들을 위해서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영미의 마음이다. 영미는 그동안 집안의 모든 수입을 맡아 왔기에 집을 헐고 새로 지을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집 자체를 모두 헐어내고 새로 신축한다는 것은 조상님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뼈대를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을 한다. 집을 공사하는 시기는 아이들 방학 때를 맞추었다. 여름방학을 맞추어 공사를 시작한 것은 명지를 당분간 서울로 올려 보낼 생각이고 명섭과 명규에게 집의 공사를 눈으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남자아이들에게 그 모든 것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여자아이인 명지에게는 험한 일을 하는 공사장에서 보내게 할 수 없어 일단 서울로 올려 보내는 것이다. 여자는 될 수 있는 한 그런 험한 곳에서 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영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명지는 자신도 함께 현장에서 고생을 하며 가족들을 돕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영미는 그것만은 용납하지 않는다. 하나뿐인 딸인 것이다. 귀하고 소중한 딸에게 공사장의 어수선하고 험한 모습들을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인 것이었다. 집수리라고는 하지만 신축공사보다 더 어수선하고 힘든 것이 집수리인 것이다. 헐고 다시 짓고 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영미는 딸아이가 그런 험한 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나뿐인 집안의 딸인 명지를 그런 곳에 내 놓고 싶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명지는 영미가 하는 일들을 하나씩 배우며 영미의 곁에서 일손이라도 거들고 싶은 것이다. “엄마! 나도 이곳에서 오빠들과 함께 집이 새롭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싶어요.“ “아니다! 딸은 소중하고 귀하게 키워야 하는 것이다. 사내들이야 무엇이건 보고 배우며 가족을 이끌어야 하지만 딸은 그렇게 험한 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 어미 마음이 무엇인지 알제?“ 명지는 그런 영미의 마음을 헤아린다. “어미는 우리 명지를 아주 귀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그래야만 이 다음 결혼을 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대우를 받고 귀한 사람이 되는 거이다. 이 어미처럼 이렇게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살지 말고 아주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으며 살기를 바라고 있는 어미 마음이다.“ 방학을 하는 날 바로 명지는 서울로 올라간다. 이제 명지는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시점에 있다. 모든 신경을 써서 좋은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야만 대학을 무난하게 자신이 바라던 대로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두 오빠들은 대구에 있는 대학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입학을 한 것이다. 이제 어머니의 바람대로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명지였다. 그러나 이곳 어머니를 떠나 서울로 가서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오빠들처럼 대구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주말이면 이곳에 오고 싶은 명지의 마음이다. 명지는 서울에서보다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항상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엄마와 오빠들의 정겨운 눈동자가 명지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는 언제나 앞치마를 입고 바쁘게 몸을 움직인다. 서울에 있는 생모처럼 우아하게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보다는 살아있는 삶의 향기를 진하게 품어내는 모습에서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느끼는 것은 명지 자신도 깨닫지 못하면서도 그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이는 것이다. 세련된 멋이 아니라 진한 정을 우러나오게 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명지는 항상 영미를 보면서 느낀다. 항상 따뜻한 느낌과 무엇이라고 표현을 할 수 없는 구수하고도 투박스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져 나오는 진한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편안하게 해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명지는 오랜만에 서울 집으로 돌아가 엄마인 현지와 마주 앉는다. “네가 이렇게 집에 돌아와 있으니 정말 좋다.” 현지는 많이 달라진 딸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해 한다. “엄마는 건강이 어떠세요?” “너무 좋아졌단다. 우리 명지가 그 때 엄마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 ”내가 고생한 것이 뭐가 있어요? 그쪽 엄마가 고생을 하시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도 하시지 않고 잠시도 쉴 사이 없이 바쁘게 사시면서도 엄마를 지극히 돌봐주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그래! 네 말대로 형님의 삶이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삶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숭고한 것이라는 걸 느꼈다.“ ”엄마! 엄마는 지금도 아빠가 없으면 안 되겠지?“ “무슨 말이냐?” 현지는 긴장을 하면서 묻는다. “그냥..... 내가 잠시 생각해 본 것이에요. 만일, 지금 아빠에게 엄마가 없다면 아마 그쪽 엄마는 더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 현지는 명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안다. 아직 단 한 번도 남편의 곁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현지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명지야! 지금 나만 없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할 것 같니?“ “엄마!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하세요. 그저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에요.“ “..................” 그러나 현지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자신만 없다면.... 자신만 남편을 보내 줄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딸아이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명지야! 너는 내가 없는 것이 더 좋겠지?“ “..................” 명지는 그렇다는 말도 아니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도 모두 다 자란 것이다. 자신이 돌보아 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큰댁에서 잘 거두어 줄 것이다. 남편도 자신만 없다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느라고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지였다. 그러나 현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친정 부모님이다. 평생을 자신만을 바라고 살아오신 친정 부모님이시다.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느 곳에 가서 아무런 하소연도 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내 놓고 말을 할 수도 없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아픈 눈으로 바라보고 계신 부모님이시다. 그런 부모님께 자신이 행방을 감추어버린다면 또 다시 얼마나 큰 상처를 드리고 두 분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드릴까 하는 생각을 하니 현지는 자꾸만 마음이 약해져온다. 안 그래도 아픈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살아가시는 부모님이시다. 현지는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또 다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골집은 거의 집 공사가 마무리가 다 되어간다. 주성은 명지의 개학을 오일 정도 남기고 휴가를 내어 명지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당신도 함께 가지 그래?” 주성의 권유에도 현지는 따라 나서지 않는다. 남편이 없는 동안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함인 것이다. 이제는 그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라고 결심을 한 것이다. 확고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친정 부모님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만 할 것이었으나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현지의 그런 마음을 알 길이 없는 주성은 명지를 데리고 고향에 도착을 한다. 그동안 시간을 만들어서 자주 내려와 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집은 대단한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보다 완전히 다른 집으로 바뀐 것이다. 아직 완공이 덜 된 집이었지만 참으로 멋지게 바꾸어 놓은 아내의 결정에 그저 감탄을 할 뿐이었다. “이제 마무리 공사만 남았는데 얼마나 더 걸린다고 하오?” 이제 일주일 정도면 모든 공사가 끝이 나요. 우리 명섭이와 명규를 결혼을 시켜 한 집에 데리고 살 생각입니더!“ “당신 생각처럼 그렇게 될까? 요즘 사람들이 어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가려고 하겠소?“ “내가 생각이 그렇다는 깁니더! 저희들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꺼?“ 영미는 남편을 보며 오랜만에 농을 하면서 씩 웃음을 웃는다. 이제는 남편이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은 왜 함께 안 데리고 왔습니꺼?” “함께 오자고 했는데 한사코 싫다고 하더군! 아마 다른 볼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오.“ “명섭 아부지! 우리 모두 합쳐서 이 집에 모여 살면 안 되겠습니꺼?“ “무슨 말이오? 합치다니? 서울 식구들하고 합치겠다는 말이오?“ ”집을 수리를 하고 보니 그 사람하고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더! 평생을 마음 편안하게 살아보지 못한 그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며 형님 아우님하면서 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더!“ 주성은 그런 말을 하는 영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내의 마음이 이토록 깊고 대단한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감사함니더,~^______^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밨어요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