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가 578돌 한글날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에는 별 관심도 보이지 않던 여러 언론이 미래 세대의 문해력 수준을 걱정했습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지요.
어휘력이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문해력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 능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어느 시대나 학생들의 문해력은 어른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1980년대에도 요즘 대학생들의 국어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논문과 신문기사가 있었고요.
당시 어른들의 혀를 끌끌 차게 만든 건 학생들이 한자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쉬운 한자를 못 쓸 수가 있나, 또는 한자음을 모를 수가 있나 걱정했습니다.
당시 신문은 국한문 혼용이었는데 대학생이 신문을 제대로 못 읽는다고 걱정했지요.
90년대에도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자주 나왔는데,
주로 교수님들이 논술 채점을 해보니 학생들이 글쓰기를 너무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읽기 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우수한 성과를 보입니다.
PISA는 전 세계 만 15세 학생(중3, 고1)을 대상으로 3년마다 수학, 읽기, 과학 영역의 학업성취 수준을 측정합니다.
문해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은 읽기 입니다.
2022년 읽기 영역에서 한국 학생들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7위.
2018년에는 2~7위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교사들은 이와는 다른 평가를 했습니다.
한국교총이 10월 7일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 학생의 문해력 실태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을 조사했더니
5848명의 교원 중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답니다.
조사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수준은 심각합니다.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우측통행과 수저의 의미를 모르는 초등학생도 있었답니다.
중학생 중에는 ‘두발 자유화’의 두발을 두 다리로 이해하기도 했다네요.
중3년생이 나라의 대표 도시인 ‘수도’의 뜻을 몰랐는가 하면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하는 교사가 욕설(시발)했다고 오해했고
‘혈연’, ‘풍력’의 뜻을 모르는 고교생도 있었답니다.
PISA의 평가와 달리 우리 학생들이 글자는 읽어도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는 얘기이니 충격적입니다.
PISA는 만 15세 학생만의 문해력 측정인 반면
이번 조사는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인식이기에 심각성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다 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디지털 중독이 문해력 저하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디지털 중독과 문해력 저하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 초3·4, 중1, 고1은 수학, 영어, 정보 수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교과서도 함께 쓰게 된다고 합니다.
학생 문해력이 개인화된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교과서로 개선될지,
아니면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더 떨어질지 주목됩니다.
문해력 저하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아이 탓만 할 일은 아니지요.
아이들에게는 핸드폰 좀 그만 보라고 하면서도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고 있으니까요.
깊이 있는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상상력과 사고력, 창의력까지가 다 문해력입니다.
이를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한글날이 어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