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님께선
가끔 고무신을 씻는 날이 있었다.
육지 대덕 5일장을 보러 가신 날과
용산 은지동 누님댁에 가신 날이었다.
가시기 전날 조부님께선 손수 미역,김,우뭇가사리등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과
꼬득 꼬득 정성을 다해 말려 놓으신 마른 반찬(乾魚)들을
등에 메실 보따리로 만들어 놓으시고
평소 아까워 잘 신지도 않으신 하얀 고무신을 꺼내어
정성을 다해 닦아서 토방 옆에 뒤집어 말리셨다.
돈 만들기 위해 장에 가신 어느 날 새벽
조부님께선 나를 바라 보시더니
"옷 입어라~! 같이 장에 가자~!"하셨다.
이게 꿈인가~! 나도 섬을 벗어 나는 날이 있다는
꿈이 현실로 오는 순간 이었다.
통통배를 타고 회진항에 내려
그렇게 보고싶고 또, 타고 싶었던 버스를 보내면서
십여키로 먼 길을 오솔길로 산길로 또,논둑길로 해서
대덕 장에 다다르니 신기한 것들 뿐이었다.
소들이 몰려있던 소 장에 소들은 항상 보아 온것이지만
소들을 둘러싼 아저씨들의 모습들은 정말 발을 멈추게 했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붕어빵도 많이 있었고
또,빈대 벼룩 이 잡는 이약 파는 절름발이 아저씨의 이상스런 목소리와 걷는 모습이
너무도 멋있어 그후 항상 흉내를 내고 다녔었다.
당신은 굼고,나는 붕어빵 세개를 사 주시고
"이젠 가자~! 배 늦겠다~"하시며
역시 버스는 타지 않으시고 버스 지나가는 길로
뱃머리까지 나를 뒷세우고 걸으셨다.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조부님 몰래 눈물 훔치며 길을 재촉했던 그 시절!
그분에 근검절약 덕분에
나는 울 동네에서 최초로 대학을 나온 사람이 됐다.
오늘 나는 길을 나선다.
그리고 만난다.
정성을 다해 세차해 놓고
흰고무신 닦아 현관에 뒤집어 말리고 있다.
대덕장에는 어떤 것들이 나를 놀래게 할 것이며
또, 은지동 누님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 하며
나는 준비한다.
흰 와이셔쓰에 나비낵타이와 주홍색 자켓을 입고 갈까~!
아님,개량 한복에 흰고무신 신고 갈까~?
둘 다 가져가서
나비낵타이는 님들 편하도록 심부름 할때 매너있게 입고
개량한복에 고무신은 어화둥둥~흥겨울때 입고 춤추리라.
참 날씨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