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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장애인부모회 원문보기 글쓴이: 서울사무국
어려운 기초법 용어들을 훑어보아요!
▯ 부양의무자 : 기초생활급여를 받는 사람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현재 기준은 수급자의 배우자, 1촌 이내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가 부양의무자에 해당합니다. ▯ 소득인정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가구소득 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 : (재산-기본재산액-부채)*소득환산율을 말하는데요. 쉽게 이해하자면 매월 들어오는 실제 소득 이외에 부동산, 저축된 예금등에서 뺄 것 빼고, 월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말합니다. ▯ 가구소득 평가액 : 월소득에서 의료비나 주거비처럼 가구 특성별 지출비용을 뺀 순소득을 말합니다. |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VS ‘부양의무자 소득 재산 재조사’
지난 7월 초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에서 (비록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에 한정되었지만) 185% 미만으로 완화하는데 필요한 예산안을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것이지요. 좋은 일입니다. 이대로라면 현재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이 월 256만원(4인가구 기준)에서 월 364만원으로 올라가면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약 6만명의 빈곤층이 수급자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니까요. 물론 이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요구안일뿐,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 그대로 무산될 수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복지’라는 화두로 쏟아내는 말을 보면 남은 과정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영화 <300>에 나오는)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르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박재완장관 취임사 中 |
한편 장애인운동계와 빈곤운동계가 진수희 장관 뒤를 열심히 쫓고, 서울 시내를 깡통소리로 울린 덕분에 이런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또 다른 일이 한쪽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로 ‘부양의무자 소득 재산 재조사’입니다. 재조사가 진행되고 수급탈락 및 수급비 삭감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벌써 2명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이번 재조사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 ’행복e음‘이 구축되어 파악된 부양의무자 수, 소득재산 정보가 폭넓게, 정확하게 파악된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현재 탈락하거나 탈락할 예정인 수급자는 부양의무자가 중위 소득 이상의 소득을 가진 수급자’라고 말합니다. 복지부 말에 따르면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월 50만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죽었다는 것이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신기한 일은 또 있습니다. 2011년 기초생활수급자는 160만 50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내년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2012년 예상 기초생활수급자 수를 157만명으로 3만 5천명이나 감소시킨 것입니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높아졌는데, 기초생활수급자는 감소합니다. 다시 한 번 정부의 생각을 자의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최저생계비를 높이면 수급자들에게 줘야 할 금액이 많아지니,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진짜, 제일,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좀 풀자. 하지만 예산은 늘릴 수 없다. 부양의무자 재산을 최대한 조사해서 수급자를 줄이면, 예산은 늘지 않고 할 말은 생기겠군! 이 조사로 탈락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탈락하면? 나중에 다시 신청하면 되지 않아? 일단 최대한 줄이자.”
이와 관련한 유사한 사례를 우린 이미 경험했습니다. 활동보조지원서비스의 제도화와 장애인연금제 시행을 하면서 겉으로는 온갖 생색을 냈던 정부가 뒤에서는 연금을 신청하거나,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신규로 신청하는 사람에게 장애등급을 재판정 받도록 했는데요. 정부가 판정기준을 강화하여 장애 등급이 하락되는 사태가 대거 일어났습니다. 이 역시 예산의 규모는 늘리지 않고, 한정된 예산으로 연금제도 실시하고, 활동지원제도 실시하려는 정부의 얄팍한 속내를 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빈곤은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 가족이 책임져라?
많은 장애인부모님들은 자신의 사후에 장애자녀의 미래를 염려합니다. 특히 소득보전의 문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을 위한 성년후견제 구체화를 요구하기도 하시고, 발달장애인법의 ‘신속한’ 제정을 주장하기고 하시고, 개인적으로는 연금보험을 가입하거나, 열심히 저축을 하기도 하시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어도 노동의 기회를 얻기 힘들어 생계를 위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죠. 기초생활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위에서 계속 문제가 되었던 부양의무제 때문에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갖기 어렵습니다.
물론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최소한, 정말 최소한의 기준은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30세가 넘으면 장애인당사자를 독립가구로 인정해주는 것인데요. 이 역시 여전히 부양의무제의 테두리에 있기 때문에 실제 수급자격을 갖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사회의 고용 구조나 형태 자체가 애초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평균(평균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적인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현재의 일자리와, 노동환경, 노동조건 속에서 ‘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세상’이란 문구는 공허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사회의 문제입니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구조,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 이 사회의 시스템에서 성인기 이후에도 가족에게 장애인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고, 실현하는 데에 있는데, 생존권의 문제를 그저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양의무제는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벽입니다. 생때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사회가 보장해야 할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부모연대와 장애인부모님들이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 사실 지금까지 기초법의 여러 문제들을 이슈화시키는 일에 우리가 많이 동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양의무제의 문제는 발달장애인을 둘러 싼 여러 문제 중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법개정 활동에 참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기초법과 관련된 내용을 더 다룰 예정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주변에 알려서 한국의 근본적인 복지체계를 바꿔내는데 부모연대도 한 몫을 하길 바랍니다.
* 다음 브리핑에는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이 내용으로 공부도 하시고 토론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리핑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부족하다면 연락주세요. 두툼한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