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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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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밥의 일상 스크랩 한겨레칼럼_마당에 주저앉은 암탉
더불어밥 추천 1 조회 81 13.02.16 14:01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2년 동안 앞집 사람들이 집을 비울 때면 대신해서

마당에 사는 닭과 토끼에게 ‘밥 셔틀’을 하는 재미가 좋았는데 그 집이 이사를 갔다.

 

처음에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다가오지 않던 녀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곁을 주기 시작했고

“얘들아, 밥 먹자.”

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개랑 똑같지. 어릴 때 마당에 닭을 길렀는데 학교 갔다 오면 졸졸 따라다녔어.”

 

엄마의 말에 내가 도시에서만 살아서 직접 만나본 동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1년 정도 되었을까

이름이 ‘알’이인 닭이 갑자기 다리를 못 쓰고 주저앉았고, 원인을 찾지 못했다.

오래 못 살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알이는 말을 듣지 않는 다리와 날개를 이용해서 힘겹게 움직이면서도

밥도 잘 먹고, 햇볕을 쫓아 볕도 쬐고는 했다.

 

나는 이때까지도 알이가 잘 먹으면 다시 벌떡 일어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알이가 갑자기 떠났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알이를 추억하다가 이내 알이가 주저앉은 원인을 알게 됐다.

 

‘바보야, 알이가 주저앉은 이유는 공장식 축산 때문이잖아.’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책에서 읽고 입으로 떠들고 다녔으면서도

정작 눈앞에서 벌어진 일과는 연결시키지 못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닭은 생후 40일 즈음에 잡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게 최적화 되어 태어난다.

 

도살될 시기에 맞춰 아주 빨리 아주 비대하게 커지도록 세팅되는데

알이는 이 시기를 훌쩍 넘겨 살고 있으니 비대해진 몸뚱이를 연약한 다리가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그러니 다시 일어나길 바란 것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

 

 

동물보호활동이 발달한 미국에는 분야별로 동물보호단체가 있는데

가축 동물을 위한 단체인 팜생추어리의 보호소에도

알이와 같은 닭, 소, 돼지 등이 많다.

 

기껏 농장에서 구조해왔지만 비대해지는 몸을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아 버리는 동물들.

특히 미국의 닭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슴살이 커지도록 유전자 조작되어 있는데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고 넘치는 몸매 가꾸기 TV프로그램에서

근육 만드는 데는 닭 가슴살이 최고라고 선동하고 있지 않는가.

 

 

주저앉은 이유를 알고 나니 떠난 알이가 더 애틋해졌다.

언젠가 알이가 낳은 귀한 ‘알’을 선물 받기도 했다.

공장식 농장에서 닭은 거의 매일에 가깝게 달걀을 생산하지만

자연 환경에서는 흔하지 않은 귀한 것이었다.

 

동네 길고양이랑 붙어도 늘 이기던 여장부 암탉,

곁을 주지 않던 녀석이 어느 날 옆으로 다가와서 쓰다듬을 수 있게 가만히 있던 순간,

여름이면 열린 창문 너머로 들리던 ‘꼬꼬댁 꼬꼬꼬’하는 낮은 울음소리가 그립다.

 

알이 가족은 농장에서 살았으면 한 달 만에 잡혀 먹히거나

알만 낳다가 죽었을 텐데

그래도 흙 밟으며 2년여 살다가 양지바른 곳에 묻혔으니 괜찮다고 하는데

나만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TV에 방목 양계장이 소개됐는데

다른 곳도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는 리포터의 말에 농장주는

“이렇게 키워서 요즘 사람들이 먹는 걸 충족시키려면 우리나라 땅을 다 양계장으로 해도 모자랄 것.”

이라고 말했다.

 

과장된 말일 수도 있지만 결국 소비의 문제라는 얘기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인기 덕분에

아이를 둔 친구들이 이 책을 많이 읽은 모양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결말이 잔인하고 이해하기 어렵단다.

 

나는 주인공 잎싹이 기꺼이 족제비 새끼의 먹이가 되면서 생명의 선순환 속으로 들어가는 결말이 가장 아름답던데.

 

아마도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핫윙과 통큰치킨을 먹으면서도

시골 어딘가에는 평화롭게 모래목욕을 하면서

제 명대로 살아가는 닭이 있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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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 칼럼.

원문은 이곳..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74128.html

 

 

좋은 이웃이었던 알이를 추억하는 글이다.

나는 눈 앞에 주저앉은 알이를 보면서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하다가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아마도 너무 참담한 일이라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주저 앉고 난 후 알이가 보여준 생명력에 나는 더 놀랐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은 다리로도 알이는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먹고 자고 햇빛을 즐겼다.

더 오래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랐는데...

 

알이가 다음 생에는 무엇으로 태어나든 타고난 수명만큼 살다가기를 바란다.

 

 

2010년도에 처음 만났던 알이.

저 멀리 떨어져서 밥을 줘도 다가오지도 않고 무지하게 경계하던 녀석.

 

 

 

그때는 이렇게 튼튼한 다리로 밥도 잘 먹고 마당을 뛰어 다녔다.

그리고 어느 날 밥을 다 먹은 후에 내 옆에 와서 가만히 있어 주었다.

그때 처음 만져본 알이의 뻣뻣하면서도 매끈한 털의 촉감이 얼마나 생소했는지 모른다ㅋ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주저 앉은 알이의 모습.

알이 스스로도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리를 못 쓰게 된 후 밥그릇에 밥을 주면 저렇게 발로 그릇 한 쪽을 눌러

한쪽으로 먹을 것이 몰리게 한 다음 먹었다.

똑똑한 녀석.

나는 정말 저렇게 잘 먹다가 어느날 알이가 벌떡 일어설줄 알았다.

 

 

알이가 준 귀한 선물.

고맙다, 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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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2.16 16:28

    첫댓글 아....그런 무서운 이유로 일어서지 못하게 되는거군요...
    그냥 알이한테 다 미안하고 눈물나고 그래요...

  • 13.02.16 16:41

    전혀 생각지도 못한이유였네요.

  • 13.02.18 04:14

    휴.. 사람의 먹거리를 위해서 넘 아프게 살다간 알이.. 그래도 찡이언니 밥 님의 따뜻한 눈길과 사랑을 나누어 보고
    ..사람이 먹는것이 이렇게 잔인한 일을 만든다는것에 가슴이 아프네요. 만물의 영장이 ..인간이라... 고.. 합니다.
    때론 인간이어서 부끄럽고 참담 할때도 많아요.
    밥님..울 고운님들.. 알이는 그래도 행복 한 아기였네요. 밥님과 더블어 마당에서 한조각 아름다운 추역을 깊이 새겨 놓고
    하늘나라 로 ..훨훨 날아 올라으니.. 너를 잊지 않을 고운 친구 여기 남겨 두고 ...알아!! 고마워..

  • 13.02.18 23:40

    가슴아픈 이유.......ㅠ.ㅠ 저도 마당을 나온 암탉의 마지막 장면들이 그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건 결코 잔인한거와는 다르지요.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도 하구요.
    같은 엄마로서 새끼를 키우는 족제비의 마음을 이해하는 잎싹의 마음이 얼마나 감동을 주었는지 몰라요.ㅠ.ㅠ

  • 13.02.21 10:15

    고기를 많이 먹진 않지만 완전 채식을 하기에는 참 쉽지않은 환경에 게으름에......

    알이 또 보게 되네요.
    저는 동물농장 찍다가 스트레스로 떠난 줄 알았는데....그렇게 조작된 몸으로 태어나서 그렇군요.....
    환경문제든 사회문제든 원인은 일단 사람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건 정말 전 지구적으로 조정해야 할 문제같은데.....

    원시시대 멸종된 동물들도 인간들이 싹다 잡아먹어서 그렇다는 거 읽고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인구수와 국력을 자꾸 연결해서 헛소리하는 건 정말 주최측의 농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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