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눈물의 도서정가제
책의 거품을 빼겠다고 실시한 눈물의 도서정가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법률도 뒤로 한 채 통과시킨 도서정가제.
그 도서정가제로 최소한 나는 책값에 눈물을 흘린다.
책의 거품값은 빠질 생각은 안하고,
왠만한 책은 전부 10000원이 넘어간다.
그래서, 새책은 특가 아니면 거의 구입안한다.
도서정가제 덕분에 얻은 즐거움은 헌책방에서 읽고 싶던 깨끗한 책을 얻는 즐거움 하나 뿐이다.
신간도서는 1년6개월간 할인율에 대한 제재가 가해져서 읽기 쉽지 않다.
참고로, 이 책은 어느 인터넷서점에서 특가판매할 때 구입한 책이다.
예전부터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이유는 수학과 관련된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소설로 읽기 위해 영화로 개봉했다는 것을 알고서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1. 화자(나) 소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나)는 파출부로 살아가는 20대 후반의 여인이다.
고등학교 때 불장난으로 낳은 열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다.
10년전 임신한 사실을 안 불장난의 파트너는 그녀를 도망갔다.
그녀는 아들과 단둘이 살면서, 파출부로 일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번에 새로 파출부로 일하게 된 곳이 바로 그 수식을 사랑한 박사의 집이었다.
2. 박사 소개
그는 전직 대학교수이자, 수학자였다.
그런데, 그는 1975년 그의 나이 47세일 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모든 기억을 80분만 기억하게 된다.
그의 기억은 1975년에 머무르고 있다.
새로 알게된 기억의 유효기간은 단지 80분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새로운 기억을 메모로 적어서 양복에 클립으로 고정하였다.
가장 큼 메모는 " 자신은 80분만 기억한다"이다.
그는 아침마다 그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17년이 흐른 1992년이 이 소설의 연대적 배경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형수가 보살피고 있었다.
형수는 안채에서 살고, 박사는 별채에서 살고 있었다.
화자(나)는 박사의 살림을 보살펴 주는 것이었다.
이런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박사이다 보니 파출부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박사는 별채를 떠난 적이 없다.
하루종일 서재에 앉아서 수학과 씨름, 아니 사랑하였다.
그에게 있어 수학은 신의 수첩을 들쳐보는 일이었다.
특히 그가 사라하는 것이 있으니 소수이다.
소수는 약수가 1과 자기 자신 밖에 없는 2, 3, 5, 7 ... 같은 수이다.
소설속에 박사가 사랑하는 소수에 대해서 아래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박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것은 소수였다.
나도 소수란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랑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사에게 소수는 말 그대로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는 소수를 아끼고 어루만지고, 온갖 정성을 다하고 존경했다.
때로는 애무도하고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하면서 한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3. 박사의 외출
화자(나)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그 아들이 학교 끝나면 집에서 혼자 지낸다는 소리를 들은 박사는
그 아들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화자(나)와 아들에 관련 메모를 적어 클립을 이용하여 양복에 꽂아 두었다.
박사는 아들의 머리모양이 마치 루트 기호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를 루트라고 불렀다.
박사는 루트에 대한 사랑이 수식을 사랑하는 것 만큼 절절했다.
루트의 숙제도 도와주고,
서로 공통으로 좋아하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루트도 박사를 잘 따르고, 그의 기억력에 대해 금세 적응하여 잘 대처하였다.
집안에서만 지내는 박사를 위해 화자(나)는 박사를 데리고 외출을 시도한다.
두려움을 많이 나타냈지만, 박사는 무난히 이발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루트가 칼에 손에 베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면서 병원까지 동행하였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는 이 모든 것을 기억못한다.
자신의 기억력이 80분이라는 사실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박사와 루트. 모두 한신 타이거스 팬이다.
화자(나)는 그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데리고 간다.
야구장에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갖기는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박사가 감기몸살에 걸리게 된다.
박사의 간병을 위해 화자(나)와 아들은 그 집에서 기거하면서 보살폈다.
다행히 박사는 완쾌되었지만, 직업소개소에서 고객의 클레임이 들어왔다면서
박사의 집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4. 따뜻한 결말
그렇게 박사의 집에서 나와 다른 집에서 일하게 된지 얼마 안되어
박사의 형수가 화자(나)를 호출하여 그 집에 갔다.
루트가 학교 끝나고 박사의 집에 있다가 미망인이 알게 된 것이다.
미망인은 화자가 박사를 외출시키고, 박사를 간병한 것들에 대해
무엇인가 바라고 한 행동이라 의심하였다.
화자(나)는 그런 것이 아니면서 부인하면서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때 박사가 아무말 없이 그 둘 사이에 메모 한장을 손으로 내리쳤다.
그 메모에는 e^(πi)+1=0 이라는 낯선 수식이 하나 적혀 있었다.
미망인과 화자 사이의 실랑이는 멈추고, 화자는 다시 그 박사의 집에 출근하게 되었다.
화자(나)는 도서관에서 그 e^(πi)+1=0 식이 오일러의 공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박사가 그때 오일러의 공식을 거기에 놓았는지는 모른다.
암튼, 박사의 그런 돌출행동이 문제점을 해결해 주었다.
오일러의 공식. e^(πi)+1=0
지은이는 화자(나)의 입을 통해 오일러의 공식의 철학적 의미를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오일러는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개념을 이용하여 하나의 공식을 짜냈다.
무관하게 보이는 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런 연결을 발견한 것이다.
e를 π와 i를 곱한 수로 거듭제곱하여 1을 더하면 0이 된다.
나는 다시 한번 박사의 메뫃를 쳐다보았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가 e 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이고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유성의 빛이었다.
어둠의 동굴에 새겨진 시 한 줄이었다."
...
그렇게 다시 박사의 집에서 파출부 생활을 계속 하였다.
그리고 우연히 박사의 젊은 시절의 자료를 보게 되었는데,
안채에 살고 있는 그 미망인이 바로 박사의 연인이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교통사고 당시에도 옆자리에 미망인이 있었고, 그 미망인 역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고 있었다.
박사에게도, 미망인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었고, 남모르는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사의 80분짜리 기억력도 고장이 나서 80분도 기억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예전부터 예약한 전문시설에 자리가 생겨서
그곳에서 보호를 받게 되었다.
화자와 루트는 박사가 죽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면회를 갔다.
박사는 끝내 기억을 찾질 못했지만,
루트가 대학에 붙는 것을 함께 기뻐해주고,
루트가 중학교 선생이 된 것에 함께 기뻐해주었다.
5. 가을에 어울리는 소설
잔잔한 소설이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쌀쌀해진 밤공기에 샤워하면서
읽을만한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이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를 함 봐야겠다.
책제목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지은이 : 오가와 요코
펴낸곳 : 이레
펴낸날 : 2004년 7월 15일
정가 : 9,000 원
독서기간: 2008.10.07 - 2008.10.08
페이지: 264 page
첫댓글 중학생 아들 학교 필독도서였던 이 책을 저도 벼르다 읽었습니다..수학엔 꽝이라 읽기가 꺼려졌었거든요 ㅎㅎ하지만 이런 사랑도 있구나 감동받았어요..
아드님께서 좋은 학교에 다니셨네요. 이런 책을 필독도서로 선정한 걸 보면요.. 수학을 주제를 다른 소설 중에 '골드바흐의 추측'을 소재로 한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천재 이야기>을 추천해 봅니다. 이것도 '소수'에 관한 풀리지 않은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그리 어렵지 않고 재미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라는 그리스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