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 감독의 [레이어 케이크]는, 수없이 만들어진 마약상과 갱스터들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의 데뷔작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와 [스내치]를 제작한 제작자 출신답게,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교통정리하면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주드 로의 약혼녀인 시에나 밀러가 팜프 파탈로 등장하고, 은퇴를 결심했지만 자꾸 사건이 꼬여가면서 점점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약상 역으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군더더기없는 내러티브와 수준급의 미장센 그리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엎치락 뒤치락 몇 그룹의 마약상들과 얼치기 건달들과 전문 프로케셔널 킬러들이 뒤얽힌 이야기를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질감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다.
가이 리치의 아류작이라고 혹시 이 영화를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로 실수한 겁니다. 여러 가닥의 이야기들을 겹치게 하면서 사건의 동력을 얻는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가이 리치와는 다른 감독 매튜 본의 스타일을 그렇게 간단하게 평가절하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독창성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수렴하며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는 매튜 본이 아직 일급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연출 솜씨는 누구의 아류작이라고 폄하하기에는 너무나 뛰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