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기업 P&G 친환경 용품 팔아 작년에만 200억달러 매출
엘모스 '납 제로'기술 개발 삼성SDI·현대차 등 환경기술에 적극 투자
벨기에 브뤼셀 교외에 있는 다국적 기업 P&G의 브뤼셀 지사·연구소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다. 환경규제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원만 400여명이고, 친환경 생활용품 판매액은 지난해 200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5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5%, 에너지와 물 사용량은 각각 28%와 15%, 쓰레기 배출량은 67%를 줄여 그린(green·환경)규제 시대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으로 꼽힌다.EU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신화학물질규제(REACH)에 대비해, P&G는 3년 전부터 준비에 착수해 지난해 회사에서 생산하는 5000여개 화학물질 중 750개를 EU 화학물질청에 사전 등록했고 내년 말 본(本)등록 때는 50개 대량 생산물질을 우선 등록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브뤼셀 연구소에선 25명의 행정·전문연구 인력이 REACH 문제를 전담하고 있고, 수백명이 유해성 검사와 등록절차 등을 돕고 있다. P&G가 향후 수년 동안 이 분야에 투입할 자금은 6500만유로(1170억원)에 달한다.
제네비에브 일제흐(Hilgers) 환경규제 대응팀장은 "1개 화학물질을 검사·등록하는 데만 수천쪽의 서류가 들어가고 등록 통과율은 10% 정도"라며 "내년 12월까지 등록이 끝나지 않으면 판매가 중단되므로 수십 명의 전담직원들이 야근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정부와는 환경규제 법규의 입안 단계부터 협의하고 관련기업들과 공동 등록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유해물질 제로'공정 실현한 엘모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독일기업 엘모스(ELMOS)는 원자재 납품·생산·유통 등 모든 단계에서 '유해물질 제로(zero)'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3년여 전 '납 제로' 기술을 독자 개발, 유럽 유해물질규제(RoHS)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 ▲ 독일 자동차용 반도체 칩 생산회사인 엘모스(ELMOS) 직원들이 도르트문트 연구소에서 반도체 칩 내에 납과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는지를 검사하고 있다. 엘모스는 3년여 전‘납 제로(Zero)’공정을 독자 개 발, 유럽 유해물질 규제의 벽을 뛰어넘었다./엘모스 제공
한스 카니아(Kania) 시설·관리부문 사장은 "유해성이 없는 납 대체물질과 초음파를 이용,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납 없는 생산공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엘모스는 부품업체에서 원자재를 납품받는 단계부터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철저히 검사한다. 납품업체에서 화학물질 안전보고서를 받고, 새 부품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유해성과 재활용가능성 여부를 일일이 시험·분석한다.
엘모스 도르트문트 공장에는 작업장마다 화학물질 사용 및 관리 지침이 붙어 있고, 이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는지를 감독자가 일일이 체크한다. 사용 후 폐기된 부품이나 불량품은 버리지 않고 대부분 재활용한다. 재처리 업체를 통해 부품 안의 금·구리·고무 등을 추출, 돈도 벌고 환경규제도 피하려는 것이다.
◆한국도 '블루오션' 있다
부다페스트의 삼성SDI 헝가리 법인은 한국 기업 중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얻은 최초의 사례이다. 박준범 법인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년 만에 1만t 낮췄다"며 "작년 EU에서 받은 쿼터(9200t)보다 2500t이 남아 이를 인근 회사에 팔았다"고 했다.
삼성SDI는 2004년 독일에서 페놀 방출량 초과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작년 이 공장에서 폐수 방출량을 하루 3000t에서 30t으로 줄여 헝가리 정부로부터 각종 환경상을 받았다.
우리가 환경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 국제 기준으로 내세우려는 사례도 있다. 이를 통해 해외기업들을 역(逆)규제하고, 기술 로열티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블루오션'이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재활용(Uni) 알루미늄' 제조기술을 상용화해 국제 환경표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현재 알루미늄은 제품 구성비와 공정이 모두 다른 관계로 40%만 재활용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생산기술연구원 김원용 박사는 "재활용 알루미늄을 국제 환경표준으로 만들면 엄청난 로열티와 함께 국내 알루미늄 생산 증가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냉장고의 단열재인 폴리우레탄과 폴리스티렌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유니(Uni) 단열소재'나 PET 병의 몸체와 뚜껑을 일체화해 재활용도를 높이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