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차 <금호강 벚나무길 산책>
일시: 2025.3.27.
코스: 아양교역-노래비-공항교-불로천 자전거 길-고분군 입구-불로동
거리: 8.0km
여생을 즐겁게
이원근
오늘 산책에는 많은 회원이 불참했다. 어떤 이는 다쳐서 또 어떤 이는 감기, 집안 행사 등등 다양했지만, 건강상 이유가 주를 이루었다.
노인네들의 주 관심사는 언제나 건강 문제다. 다음 화두는 어떻게 하면 여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다.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어야만 자식들이 모두 다 효자가 된다고 하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본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여생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거다.
인생은 길고도 짧다. 돌아보면 한순간 같지만, 걸어갈 때는 끝없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한창때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온 게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뒤돌아 보고 이제야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사는 거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일까? 자문해 보기도 한다. 여생을 즐기며 산다는 것은 극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즐기기 위해 남을 억누르려 하거나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단순하고 소탈하게, 그러나 의미 있게 살아가는 걸 말한다. 지혜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람들과 나누며,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그런 삶일 것이다.
흔히 노후를 잘 보내려면 돈, 건강,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게 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인생의 끝은 언제나 혼자 맞이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혼자 잘 놀 줄 알면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대책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외롭고 고독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에는 '혼자 잘 노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노후에 혼자 놀기에 적합한 것들이 다양할 것 같아도 별로 없다. 독서나 음악도 좋을 것 같았으나,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먹먹해지니 이것도 별로다. 컴퓨터와 노는 것도 좋았으나 허리 협착증이 생겨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 이것 또한 아니다. 지금은 친구들과 여행이나, 가벼운 트레킹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틈틈이 못다 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아직은 혼자 놀지 않아도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많아 걱정은 없다.
그러나 24시간 친구들과 같이 놀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젠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혼자 놀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100세 시대에 혼자 노는 것이 잘 논다고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결국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는 순간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 노년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조건보다 내면의 태도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거야말로 진정한 성공이고 행복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남은 것이 후회뿐이라면 그보다 더 아쉬운 일이 있을까. 그러니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앞만 보며 달리는 삶이 아니라, 가끔은 뒤도 돌아보기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풍경을 즐기며 걸어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여생을 온전히 누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ㅡ 김종철
금호강 벚나무 길에서 회상하신 글에는 인생을 살아오신 지혜가 깊숙히 스며들어 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소중한 지혜를 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한 걸음을 응원합니다.
ㅡ 김종배
우와~
가까이에 이런 아름다운 것은 몰랐는데
정말 환상입니다
잘 봤습니다.
ㅡ 산바라기
선생님께서는 충분히 잘 사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부럽습니다~^^
ㅡ 권수문
지금 금호강 아양로일대 벚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입니다. 노년을 홀로 보낼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기술로는 안되지 싶습니다. 친구건 가족이건 어떤 지인이든 옆에 같이 있을 사람이 있어야지 홀로 있다는 것은 아직 생각하기가 싫습니다. 물론 자신의 처세에 따라 주위에 사람들이 있느냐 아니면 홀로 외톨이가 되느냐 인데 무슨 수를 쓰든 옆에 같이 있을 사람을 만드는 기술이 쉽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나 떠날때는 혼자 가지만 숨이 붙어 있는한 그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며 그렇게 되기를 위해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해야 하겠습니다. 철없고 부질없는 이 어리석은 놈의 생각입니다.
ㅡ 신현득
희망과 젊음이 넘치는 대구의 찬가 노래를 감상하며 힘차게 살아온 지난날이 생각나네. 좋은 글 잘 읽고 나의 발자국을 되돌아 보게 되네. 이제 지난날 보다 앞날 보다 옆도 주위도 보며 살아가세. 항상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