巴溪 權 坼 선생님 팔순연 2010. 4. 3 (토) 5:30
선생님 만수무강 하소서!
장재경동기가 미리 예약해 놓은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하니 장재경 손용수동기가 벌써
와 있고 이어 김광식, 도진무 강연헌 장사상 동기가 도착한다. 강영헌동기는 아주 오랜만이다.
그리고 김정연은 친정어머니 생신이라 대구 간다며 동승한단다. 8명이다. 장재경동기가 8명을
맞추느라 고생께나 한듯하다. 올라 올 때는 김정연 대신 최기련동기가 동승한단다. 이로서 서울
에서는 8명이 권탁선생님 팔순 연회에 참석하려 대구로 내려간다.
또 있다. 서울 경복궁 옆 Gallery Art Sagan 에서 4월 일부터 27일까지 사진 전시회 Nostalgia 를
열고 있는 양성철동기다. 바쁜 중에도“이승기가 눈 뿔씰까 봐!” 내려 간단다.
동대구역에 내리니 엄마 젖 내음 같이 언제 맡아도 또 맡고 싶은 포근한 고향 대구내음이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우릴 반긴다. 택시에 나누어 타고 차창 밖을 내다보니 파티마가 금방이고 칠성굴
다리가 금방이다. 신도 신성극장 자리를 찾는다고 몇 번 두리번거리니 이내 칠성시장이다.
천지개벽한 듯한 빌딩 숲으로 새로운 신천지가 된 동인동 공평동을 지나니 눈깜짝할 사이에 옛
한일극장 자리란다. 학창시절 그렇게 높게만 보였던 옛 한일극장이다. 지금은 더 더욱 높아져서
고개를 뒤로 한참 꺾어야만 볼 수 있겠다.
오른편으로 자유 송죽극장 골목이 보인다. 눈에 선하다. 그 그 옛날 4~50년 전 존 웨인, 윌리암 홀덴,
카크 다그라스, 율 브린너, 크린트 이스트우드, 엘리자베스, 비비안리 하며 영어단어보다 먼저 줄줄
외워지던 수많은 명 배우들을 만나던 곳이다. 전쟁과 사랑의 대 파노라마, 대 스펙타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사랑과 로맨스 등등 생각만해도 가슴을 울렁이게 하던 곳이다. 또 2분기다려 1분만에 후다닥
먹어 치우던 좁은 열차식당이 있던 곳이다.
우리를 태운 택시는 너무도 야속하게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중앙통을 가로질러버린다.
와! 아쉽다. 엄청 아쉽다. 한때는 사카린에 절인 고구마를 안주 삼아 찌그러진 주전자에 철학은 논하며
호기롭게 활보도 해 보았던 그 중앙통이 아니던가? 그때는 엄청 넓게 보였었는데……
만경관을 거쳐 김수환 추기경님이 신부서품을 받으셨다는 계산성당을 왼편으로 비켜보고, 대구 서현교
회가 어마어마하게 보이는가 했더니 금방 오늘의 연회장인 엘디스 리젠트? 호텔이란다. 낯선 이름에
고향 대구에 오지 않고 외국 어느 도시에 온 듯 서먹서먹하다.
너무 일찍 온 게 아닌가 하며 조심스레 연회장으로 오르니 강성진회장, 김우환총무 이승기, 김병철동기
가 바쁘게 움직이다 반긴다. 맞잡는 두 손에 정이 철철 넘치고 환한 웃음에 반가움이 듬뿍 묻어있다.
희끗희끗 쭈굴쭈굴한 얼굴이지만 변하지 않은 말투와 어제 본 듯한 가까움이 허물없고 더욱 정겹다.
와! 반갑다.
연회장 안으로 드니 하얀 원탁테이블들이 가지런 정겹고 두 쟁반 꽃다발이 싱싱하다. 그 옆에는 크다란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멀리 울진에서 김성호동기가 보낸 영덕 대게란다. 금방 삶아서 보낸 것
이라며 식기 전에 선생님께 드리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였단다.
많은 대구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부인을 앞세우고 또는 동기를 앞세우고 몰려든다
뒤를 이어 부산동기들(김문수, 박병열, 이재평, 조석우, 조재상)이 들어서고 권탁선생님께서 앞이
납작한 모자를 쓰시고 동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건강하게 장내로 들어오신다. 산을 평지같이 다니는
검은 새치(?)하나 없는 백발의 산신령 장재경보다 더, 시원한 대머리를 빼면 동안인 김병철 보다
훨씬 더 젊게 보이신다. 인사를 받으시기 바쁘다.
여기 저기 먼저 온 동기 뒤에 온 동기들이 뒤섞여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며 반기고 또 반긴다. 대구
친구들을 일별해 보면 동부인한 박용환, 이승기, 조광헌을 비롯, 강성진 곽동진 권기호 권태화 김병철
김우환 김인수 김철수 김종환 문재덕 박경동 박남순 박신현 박용학 복소영 서희돈 송인덕 우영훈
이상채 이수성 임윤규 이승훈동기다.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미안?) 몇 몇 동기도 있다. 또 있다.
뒤늦게 대전에서 온 김영철동기가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더니 옷 매무새를 다잡으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다.
드디어 김우환 총무의 사회로 권탁선생님의 80회 축하연이 시작된다
순국선열과 먼저 가신 선생님과 동기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이 길면서도 엄숙하게 이어지고 영원한
3학년 3빈 반장인 김광식동기가 대표로 선생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축사 최기련 동기의 반성문등
등이 이어지고 ................
이어 선생님의 팔순을 회고하시는 답사가 이어진다.
요약하면
이젠 나이로 보나 건강으로 보나 죽음을 생각할 때가 되었고 죽은 이후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아직
믿는 종교가 없지만 죽은 후 좋은 곳에 가기 위하여 구태여 웅장해져만 가는 절, 높아져만 가는 교회에
가야 하는지? 의심된다. 어렵고 약한 자를 사랑한 석가나 예수가 진정 바란 것이 무엇이겠느냐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
자랑스런 제자가 있고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고 ‘구구팔팔이삼사’ 면 그게 행복이고
천국이 아니겠느냐고 하시며 건배를 제의하신다.누군가 지금은 ‘구구팔팔이삼일’이란다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아프다 다시 일어난다)
***다음은
***최기련 동기의 반성문***
선생님께
선생님, 베풀어주신 은혜를 망각하고 겉돌기만 한 이 제자 언제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해방과 6.25전쟁, 그 무심한 변화의 뒤끝에서, 왜곡된 세상을 더 왜곡되게 사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받잡고 자상한 가르침을 받고도 차마
벗어나지 못 하였습니다.
출세, 치부, 그리고 명예 모두가 꿈속에서 잠시 본 허망한 제 그림자임을 여태 몰랐습니다.
이제 60줄에 접어든 제자는 선생님에게 입은 은혜를 제 제자와 후배들에게 되돌리는 것으로
선생님께 대한 죄송함을 일부나마 씻으려 하는 아직도 어리석은 제자입니다
이 승기군의 부탁을 받고 선생님/게 올리는 이 말씀 초안 잡기를 며칠 고민하다가 우리 민족
시인 심 소월 시 한 수가 우리 마음을 일부나마 대변하는 것 같아 읽어 올립니다
참고로 이 시는 김 소월이 그가 재학하였던 오산학교 조 만식 선생님을 흠모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을 담은 내용입니다.
(제이 엠 에스)
평양서 나신 인격의 그 당신님 제이 엠 에스
덕 없는 나를 미워하시고
재주 있는 나를 사랑하셨다
오산 계시던 제이 엠 에스
사십 년 봄 만에 오늘 아침 생각난다.
근년처럼 끝없이 자고 일어나며
얽은 얼굴에 자그마한 키와 여윈 몸맵시는
달은 쇠 같은 지조가 튀어날 듯
타는 듯한 눈동자만이 유난히 빛났었다.
민족을 위하여는 더도 모르시는 정열의 그 님
소박한 풍채, 인자하신 옛날의 그 모양대로
그러나 아 술과 계집과 이욕에
헝클어진 15년에 허주한 나를 웬일로
그 당신님
맘속으로 찾으시노? 오늘 아침
아름답다 큰 사랑은 죽는 법 없어
기억되어 항상 가슴속에 숨어있어
미처 거친 내 양심을 잠재우리
내가 괴로운 이 세상 떠나는 때까지
저는 그 동안 이 시 내용 중에 에이 엠 에스를 케이 티로, 평양을 봉화로, 오산을 사대부고로 바꾸어
생각하여 왔습니다. 그러면 갖가지 선앵님 은혜와 세속에 물든 저 자신에 대한 회한이 일곤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의 영원한 3반 반장인 김 광식 군에게 부탁하여 김 군의 부친이신 범소 기 목(자) 규(자)
교장선생님께서 권 탁 선생님의 고결하신 성품을 기리는 글귀를 써 주셨습니다, 그 내용은 김 광식군이
설명드릴 것입니다
선생님
저희들은 이렁저렁 거친 세월 속에서도 가끔은 선생님만 생각하면 애틋한 그리움과 아련한 회한에
젖어 듭니다. 이것이 삶을 추스르는 잣대입니다
선생님
만수무강을 기원 올립니다.
****다음은 김광식군의 부친 이 써 주신 글귀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한시
***실명(陋室銘)*** 일부
山不在高(산부재고) 有僊則名(유선즉명) 산이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으면 명산이요
水不在深(수부재심) 有龍則靈(유룡즉령)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있으면 영수라지
斯是陋室(사시누실) 惟吾德馨(유오덕형) 이곳은 비록 누추한 집이나 오직 나의 덕은 향기롭다네
***다음은
권 탁 선생님께서 까만 대나무로 만든 烏竹扇에 특별히 부탁하여 쓴 仲齊先生 詩
***朔州詠懷(삭주영회) 삭주에서 회포를 읊다***
千里關河 失路人(천리관하 실로인) 천리관문 강가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新年砂塞 更傷春(신년사새 갱상춘) 새해에도 변장의 모래바람이 가슴을 쓰리게 하네
相看雪嶺 相思意(상간설령 상사의) 마주보이는 눈 덮인 영 마루에서 고향을 생각하니
憶弟懷兄 淚滿巾(억제회형 누만건) 아우가 기억되고 형님그리워서 눈물이 수건에 넘치네
식사에 이은 2부가 시작된다.
권탁선생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동기들의 주옥 같은 축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강성진 회장이
권탁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청출어람 제자들이 만수무강을 기원 노래 솜씨 또한 일품이다.
이상에 불타던 그 이름 부고 출신들이 어디 가겠는가?
이별이 아쉬워 바깥에 까지 직접 나오신 권탁 선생님을 뒤로 하고 기차시간에 쫓겨 미쳐 부르지
못한 교가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달구 벌 옛터전에 높이 쌓은 이전당
온 겨레 큰 소망이 힘이 되어 땅 위에 솟는다
참되고 착하고도 아름다운 이상아
태양은 하늘에서 맑은 샘은 땅위에 솟는다.
아~아~아~ 이상에 불타는 그 이름 부고
영원히 빛난다 우리모교 부~고
준비성 많은 장재경동기가 준비한 불로동 不老 막걸리를 기울이다 보니 벌써 서울이다.
이구동성
“와! 오늘 정말 잘 갔다 왔다!”
대구 친구들 이승기 강성진 김우환 그리고 모든 대구 친구들 수고 많았고 고맙다.
부산친구들 대전 김영철친구 잘 갔나?
첫댓글 박점장 우에 이렇게 소상하게 잘 썼나, 그대는 정말 우리동기의 보배일세. 정말 감사,또 감사...
이승기원장 불려줘서 고마웠고 강성진회장, 김우환총무, 김병철동기 그리고 여러 대구 동기들 정말 고생많이 했겠더라. 성대했고 정말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