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맛을 지닌 맥주는 어떤 것일까. 얼마 전 미국의 맥주전문 사이트와 까다로운
주류 감식가들이 뽑은 맥주 랭킹에 따르면, 벨지움의 '트라피스트 베스트벨레레'(Trappist Westveleteren)가 1위를 차지했고, 10위 안에 무려 4개의 벨지움산 맥주가 들어갔다.
[ 가게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 대중적인 벨지움 병맥주들. ]
베스트벨레테레처럼 맛과 향이 최고인 고급맥주는 대부분 수도원 맥주인데, 벨지움에서
아직까지 맥주를 제조해 파는 수도원은 사실상 몇 군데 남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수도
원일지라도 일반인에게 수도원 맥주 비법과 제조과정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 오거스틴 맥주공장 샴페인 맥주 생산라인(왼쪽)과 맥주의 원료 호프(오른쪽).]
[오거스틴 맥주 라벨에 수도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어트벨데(Ertvelde)에 자리한 오거스틴(Augustijn) 맥주공장도 헨트 의 오거스틴 수도원에서 그 비법과 상표를 들여와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700년의 역사 를 자랑하는 오거스틴 수도원은 다른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예배당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 오거스틴 수도원에서 만난 한 수도사가 오거스틴 라벨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과거 수도원에서는 수도사들이 맥주를 만들어 팔아 그것으로 수도 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거 스틴 수도원에서 만난 한 수도사에 따르면 마시는 물이 좋지 않아 물 대신 맥주를 마셔야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맥주는 식수 대용으로도 마셨지만, 영양이 부족하던 시절 영양 을 공급하던 음료이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수도원 맥주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쓸던 흑사병과 세계 1, 2차대전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오염된 물 대신 수도원에서 일반인에 게 맥주를 나눠 줌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오거스틴 수도원 도서관(위)과 수도원 전경(아래). 수도원 출입은 아직도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오거스틴 수도원도 세계대전 당시 불이 나는 바람에 그 화기로 오래된 벽화와 천정그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지금도 100년 넘은 책들만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에는 당시에 녹아
내린 천정그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1565년에 생긴 벨지움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퍼브, 안트베르펜의 퀸튼 매치스.]
오거스틴 맥주를 생산하는 오거스틴 맥주공장은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벨지움에서 는 랭킹 10위 안에 드는 맥주회사이다. 7대에 걸쳐 가업으로 내려온다는 이곳의 공장에서는 오거스틴을 비롯해 22가지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하는 상당수의 맥주는 수출 용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이 주 수입국이다.
“1783년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맥주는 알콜 도수가 높은 것들 로 10~12도 짜리가 85%에 이릅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는 발효 과정을 두 번이나 거치면서 맥주의 향과 맛을 높이고 있습니다.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 가운데 병째로 창고에서 2주 정도 보관하면서 한번 더 병속 발효기간을 거쳐 출고하는 것이 우리 맥주맛의 비밀입니다.” 7대째 가업을 잇는 제프 버셀레(Jef Versele) 사장의 말이다.
[ 퍼브 선반에 진열된 온갖 종류의 벨지움산 맥주들.]
맥주공장 한 곳에서 무려 22가지의 맥주 종류를 생산한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벨지움에서는 지역 곳곳에 자리한 대부분의 맥주공장이 수십 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낸다. 하여
벨지움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종류는 모두 1000여 종에 이른다.
벨지움에서 가장 작은 맥주 퍼브, 헨트의 행잉 하우스(위)와 제조과정을 공개하는
부르흐의 맥주박물관(아래).
샴페인 맥주와 콰크(Kwak) 같은 특이한 맥주도 있다. 특히 콰크는 바닥이 둥근 유리잔(홈이 둥글게 파인 받침대가 따라나온다)에 마셔야 제맛이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1.5도에 불과 한 어린이용 순한 맥주가 있는가 하면, 11도 이상의 독한 맥주도 있다.
[ 브뤼셀 센트룸의 한 맥주 카페(위)와 황금빛이 도는 오래된 맥주통(아래).]
안트베르펜에 있는 퀸튼 매치스(Quinten Matsijs)는 1565년에 생긴, 벨지움에서 가장 오래 된 맥주퍼브 중 한 곳이다. 과거 이 곳은 1층이 마굿간이고, 2층이 여행자 숙소였던 것을
퍼브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출처 : 미디어다음 ]
첫댓글 아하...흑사병 때문에 맥주가 유행한 계기가 됐다구요?...참,참...역사는 알고보면 재미있습니다...전 새로 시작한다면 ..조용한 오후의 그늘 아래, 눈빛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난 역사를 가르치는 샘님이 되고 시픈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