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영어 학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링이나 품앗이 교육을 선택한 엄마들이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영어교육은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인 엄마가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영어, 어떻게 가르치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알파벳부터 문법까지 엄마가 가르친다? 영어 실력도 없어 보이고, 발음이 유창하지 않은 엄마에겐 살짝 버거워 보인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누구보다 아이의 성격과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아이에게 최고의 ‘맞춤 선생님’이 되어 영어를 품앗이와 홈스쿨링으로 가르치고 있는 엄마들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
영어 학원 안 부러운 엄마표 ‘홈스쿨링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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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6세)는 요즘 매일매일이 즐겁다. 아침에 어린이 수영 교실을 마치고 오면 읽고 싶었던 영어 동화책과 비디오를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엄마랑 같이 라는 동화책을 읽기로 했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우정을 그린 어린이 영어 동화책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우정도 아니고 축축하고 초록 피부를 가진 양서류 Frog와 Toad가 들려주는 우정은 어떤 것일까? 첫 번째 에피소드. ‘Spring’. 겨울잠에서 깨어난 Frog는 제일 먼저 친구인 Toad네 집으로 달려간다. Frog가 Toad네 집 문을 두드리며 “Wake up. It is Spring(일어나. 이제 봄이야)!”라고 하자,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Toad는 May(5월)까지는 자야겠다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Frog는 Toad네 달력이 ‘11월’에 멈춰 있는 걸 보고는 May(5월)까지 뜯어낸 뒤, 달력을 Toad에게 보여준다. 그제야 겨우 “Can it be May so soon(벌써 5월이 됐단 말이야)?” 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Toad. 큰 키에 밝고 쾌활한 성격의 Frog,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Toad의 한 해는 이렇게 시작된다. 동화 읽기가 끝나자 정현 엄마 라윤성(35세, 분당 서현동) 씨는 오늘 읽은 에피소드에 대해 영어 작문을 해보자고 했다. 영어로 일기를 쓸 정도의 작문 실력을 가진 정현이에게 짧은 글짓기는 너무 쉬워 보였다. 비결이 뭘까? 조기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라씨는 정현이가 18개월이 되자 ‘We sing’ 시리즈 같은 영어 동요 테이프를 들려주었고, 말을 알아들을 무렵부터는 엄마가 영어 그림 동화책을 읽어준 다음 원어민 발음의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려줬다. 또 아이에게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기 위해 <알라딘> <라이온 킹> 등 영어 동화 테이프를 활용하기도 했다. |
내 아이의 특성은 엄마가 제일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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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다온 듯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정현이는 학습지는 물론이고 영어 학원도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동화책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신이 나서 읽어야 진짜 영어”라는 엄마의 교육 덕분이다. 정현이네처럼 엄마가 가르치는 홈스쿨링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우리 아이 특성에 맞춰 영어 공부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라씨는 “하루 2시간씩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고, 아이의 성격에 맞는 공부법을 맞출 수가 있어 학원보다 오히려 교육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영어 교육 사이트 쑥쑥닷컴 대표 서현주 씨는 “동화를 읽어주기 전에 동화책의 겉표지 그림과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서 아이가 책에 호기심을 갖도록 한 다음 연극배우처럼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큽니다. 또 동화책을 읽고 난 뒤에는 아이가 어휘를 많이 터득할 수 있게 그림 카드와 단어를 보고 읽기 연습과 발음 연습을 하도록 엄마가 옆에서 이끌어주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가장 친밀감이 높은 엄마와 공부하는 것이 교육 효과가 높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자녀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고,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 학습지 등에 들어가는 교육비도 한결 줄일 수가 있다. 물론 홈스쿨링으로 아이를 가르친다고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홈스쿨링으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제일 먼저 부닥치는 문제는 유치원이나 학원에 비해 영어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씨는 영어교육에 관한 공개 강의를 찾아다니며 듣거나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특히 영어교육 사이트는 각 사이트마다 다양한 교육 방법을 담고 있는 데다 게시판을 잘 활용하면 영어교육에 관해 부모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어 유용하다. 그다음 문제는 시작과는 달리 오히려 영어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홈스쿨링을 하다 보면 직접적으로 보이는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하려는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어울려 놀면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고받으면서 배운다. 그런데 늘 엄마하고만 지내다 보면 사회성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떨어져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
엄마 선생님 따라 신나게 ‘품앗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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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에 사는 유나(5세) 엄마 김선호 씨와 원이(5세) 엄마 성경아 씨는 유아 영어 사이트인 ‘쑥쑥닷컴’에서 만난 지영(6세) 엄마 이지연 씨, 찬서(6세) 엄마 남윤미 씨와 3년째 품앗이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불암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털며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자 품앗이 영어 공부, 아니 영어놀이가 한창이다. 오늘은 유나 엄마 김씨가 여러 도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I’m going to read you a new book(오늘은 새로운 책을 보여줄 거예요).” “Are you ready(준비됐나요)?” “Let’s get started(시작해요).” “The shape of things(여러 가지 도형).” “It’ll be fun(재밌을 거예요)!” 책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도형이 나오자 신이 난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큰소리로 외친다. “square(정사각형), rectangle(직사각형), diamond(마름모)?” 아이들과 엄마 선생님 사이에 주거니 받거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그림책 속 도형들과 같은 모양의 색종이를 칠판에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건 오늘의 도우미 선생님인 지영 엄마 지연 씨가 맡았다. “What do you think it is(이건 뭔가요)?” “It is a cart(손수레요).” 네모는 동그란 바퀴를 달아주고 손잡이를 그려주니 손수레가 되었다. “Next, here is a triangle. I wonder what it will turn into(자! 이번엔 세모가 무엇으로 변할까)?” “A Christmas tree(크리스마스트리요)!” 수업은 이날 본 도형을 도화지 위에 색종이로 표현해보는 만들기로 끝을 맺었다. 도형 수업이 끝나자 원이 엄마 경아 씨가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경아 씨는 크리스마스 날 찾아온 산타가 책을 읽어주듯 호우~호우~ 하는 헛기침으로 시작해서 리듬과 톤을 살려가며 오븐에서 도망 나온 생강빵맨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
그냥 학원이나 보내지 왜 하필 품앗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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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하고 있는 품앗이 영어는 말 그대로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수업 내용은 그림 그리기, 역할극, 요리하기, 인형극 등이라 아이들에게는 일주일마다 돌아오는 영어 수업이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다. 품앗이 영어의 장점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맞는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수준과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엄마 선생님들이기에 눈높이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나 엄마 선호 씨는 “엄마들 각자가 동화 구연, 과학,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맘껏 뛰어 놀아주기 등 전공이나 특기를 살려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집에서 혼자 가르치거나 학원 선생님들에게 배울 때보다 더 다양하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또 경제적으로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영 엄마 지연 씨는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내면, 한 달에 30만`~4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요. 품앗이를 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교육과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지요”라고 한다. 품앗이 모임을 하다 보면 격조했던 이웃과도 친하게 지내게 된다. 찬서 엄마 윤미 씨는 “품앗이는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져요. 오래 하다 보면 서로 아빠, 엄마, 아이들을 모두 알게 되어 모여서 식사도 하고, 함께 소풍도 가니 사회성도 길러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일까? 품앗이 교육의 힘든 점이자 단점은 잦은 멤버 교체다. 품앗이를 하다 보면 출산이나 이사 등으로 멤버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을 때 서로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때는 수업이 잘 진행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원이 엄마 경아 씨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같이 놀라고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친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좋아요. 새로 온 아이와 일대 일로 따로 만나 놀이터 같은 곳에서 노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라고 조언한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는 아이들이나 엄마 간의 성향이 너무 달랐을 때를 꼽는다. 품앗이 모임 때 그 집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걸 싫어하면 서로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다. 계속 “같이 가지고 놀아야지” 하고 강요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또 품앗이 모임에서 자신의 아이가 열 번이나 문제를 일으켜도 아이를 혼내지 않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번만 말썽을 피워도 혼내는 엄마가 있다. 아이가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엄마는 그렇지 않은 엄마에게 화가 날 수가 있다. 자신은 아이에게 정크푸드를 안 먹이는데 품앗이 모임의 다른 엄마가 인심 좋게 과자와 사탕을 한 아름 사오는 것도 곤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품앗이 모임에서 제일 힘든 엄마는 무엇이든 자기 아이 위주로 생각하는 엄마라고. 이 모든 어려움에도 품앗이 모임을 잘 이끌어서 오래 같이 가려면 엄마들 간의 격려와 배려가 가장 큰 힘이다. |
* 도움말: 서현주(쑥쑥닷컴 대표, < Hello 베이비 Hi 맘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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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영애(자유기고가)
자료출처: 앙쥬 2008 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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