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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나무들] 호랑가시나무와 애기동백이 지어내는 수목원 겨울 숲의 절창
[2010. 1. 6]
호랑이가 올해의 주인공이긴 합니다만, 자연 상태로 살아있는 호랑이는 이제 멸종 상태 아니던가요? 그림으로, 혹은 겨우 동물원에 가서야 볼 수 있으니, 백수의 제왕이라는 말도 무색합니다. 호랑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때가 되면, 엘니뇨같은 이상 기후 현상도 줄어들텐데, 언감생심일 듯합니다.
나무 이름에 호랑이 이름이 들어간 식물로는 호랑가시나무가 먼저 떠오릅니다. 살펴보면, 떡버들의 변종인 호랑버들도 있긴 합니다. 호랑버들은 겨울에 맺히는 겨울눈이 호랑이 눈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죠. 하지만 이 나무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호랑이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 겨울은 바로 호랑가시나무가 유난스레 돋보이는 계절입니다. 무엇보다 잎 겨드랑이에 맺히는 새빨간 열매 때문이지요. 그걸 겨울의 잔치 가운데 하나인 성탄 축제 때의 축하 카드에 많이 그리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짙은 초록의 두툼한 잎과 새빨간 열매, 그 위에 폭신하게 쌓인 흰 눈까지 더하면 더 없이 아름다운 광경일텐데, 눈길에 발이 묶여 돌아보지 못하네요.
또 고 민병갈 설립자는 완도호랑가시(Ilex x wandoensis)라는 특별한 품종을 발견해 세계식물학회에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완도호랑가시는 자연상태에서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혼인을 이뤄 생겨난 자연교잡종으로 우리나라의 완도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우리 수목원에서는 완도호랑가시를 포함해 수백 종의 호랑가시나무 품종을 심어 가꾸고 있습니다. 열매는 모두 똑같지만, 호랑이 발톱을 떠올리는 잎사귀는 제가끔 다른 모습이어서 재미있습니다.
자연스레 호랑가시나무 열매의 빨간 색을 탐하게 되는 이 계절에 함께 보게 되는 나무는 애기동백(Camellia hiemalis 'Chansonette')입니다. 아직 동백이 꽃을 피우기에는 이르지만 애기동백은 이미 붉은 꽃을 피웠습니다. 애기동백에도 여러 종류가 모두 꽃을 피운 건 아니지만, 몇 그루의 성급한 나무들이 지난 12월부터 꽃을 피웠지요.
꽃의 색깔이나 생김새는 동백과 닮았습니다. 이른 겨울 수목원의 나무들을 관찰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식물이 바로 이 애기동백입니다. 빨간 꽃 송이와 그 안쪽에 노랗게 돋아나는 꽃술들이 일궈내는 원색의 잔치가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애기동백 없는 수목원의 겨울 숲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리포수목원을 상징하는 나무가 바로 애기동백이라 해도 될 겁니다.
표찰은 있지만, 한글 이름 없이 학명만 적혀있는 터여서, 그때는 그냥 Camellia 라고만 기억했던 나무입니다. 해마다 겨울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꽃이 바로 애기동백의 꽃입니다. 물론 살펴보면 다른 식물들에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그러나 제게 가장 먼저 놀라움을 주었던 꽃인 까닭인지, 이 애기동백에는 유난히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됩니다.
겨울 수목원 숲에서 때 아닌 붉은 꽃을 보는 즐거움은 아마도 봄이나 여름에 여러 종류의 꽃을 한꺼번에 즐기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가는 길 좀 나아지면 애기동백, 호랑가시나무 찾아보러 다시 길 위에 오르겠습니다.
‘솔숲편지’의 사진을 조금 더 크게 보여드리려 편지지를 키웠습니다. 어딘지 어설퍼 보입니다만, 차츰 고쳐가며 더 좋은 사진 전해드리도록 애쓰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지난 해 말에 인사 올렸지만, 새해 들어 다시 큰 절 올립니다. | |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눠 보고 싶습니다. | |
○●○ [솔숲의 나무 편지]는 2000년 5월부터 나무와 자연과 詩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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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천리포 수목원 지난여름 가보았습니다 환상이었습니다 겨울 호랑가사나무와애기동백 모습 정말멋지내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올해는 꼭 가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