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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5월8일(월)맑음
아침7시. 죽향부부와 함께 봉선사를 향해 출발하다. 단송거사 운전하고 문아보살 운전보조하다. 길가엔 하얗게 눈 내린 듯, 이팝나무가 만개하여 풍경을 빛낸다. 11시 반에 도착하여 명고스님과 점심 공양하다. 명고스님의 차 대접을 받고 죽향부부 돌아가다. 종무소에서 짐을 찾아와 정리하며 방청소 하다. 송화가루가 툇마루에 노랗게 쌓였다. 방구석에 먼지가 솜처럼 뭉친 것이 굴러다닌다. 걸레로 닦아 내고, 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동안거를 마친 후 다시 찾아온 선방은 예전에 그대로인대 다만 풍경이 달라져 예전의 그 도량이 아닌 듯하다. 겨울 산과 여름 산 풍경은 정말로 다르다. 겨울산만 본 사람은 그 산의 여름 풍경을 짐작할 수 없다. 하나의 산을 완전히 알려면 사 계절을 다 살아보아야 한다. 사람을 사귐도 그와 같지 않을까. 그 사람을 완전히 알려면 희로애락을 함께 겪어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한 사람을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금은 모른 채 놓아두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다 알기가 어려운데 어찌 남을 다 알 수 있겠는가? 오후에 명섭스님, 도향스님, 선원스님, 원장스님과 회동하여 공양하다. 산철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다. 선방에 모여 저녁 예불 마치고 하안거 방부를 짜다. 내가 입승에 추천되어 거절할 수 없어서 소임을 맡게 되었다. 서기, 화대, 지전, 명등, 원주, 한주 소임을 정하다. 대중은 모두 열두 분. 여름 한 철 편안하게 잘 지내길 기도한다.
2017년5월9일(화)가끔 비
오전에 도량 청소. 마당에 풀 뽑고 큰방 청소하다. 새벽 새소리가 청량하게 울려온다. 이른 아침엔 삐삣삐, 개개개 비비비, 날이 훤히 밝아지면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 ‘홀딱 벗고’ 검은 등 뻐꾸기 소리. 밤이면 소쩍 소쩍 소쩍새소리. 숲 속은 새들의 집이다. 10시 무렵 서기를 대동하여 본사의 큰 스님 세분께 인사드리러 가다. 月雲월운 조실스님, 密耘밀운 회주스님, 日關일관 주지스님. 점심 먹고 홀로 산길을 산책하다. 푸른 물이 잔뜩 들어 그늘까지 푸르른 나무들의 터널을 지나다. 노랑 하양 풀꽃, 별꽃들이 피어있는 길에서 새소리를 밟으며 걷는다. 키 큰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활엽관목들은 무리지어 손을 흔든다. 산보자의 몸도 푸른 물이 든 듯 숲의 기운에 공명한다. 가는 비가 고슬고슬 내린다. 숲은 비안개에 싸여 윤곽이 흐려지면서 여백으로 물러난다.
저녁 공양 후 六和堂에서 큰 절 하안거 용상방을 짜기 위해 큰 절 대중이 모두 모인다. 선원, 學林학림, 사중 대중이 함께 모여 하안거 삼 개월을 지낼 소임을 정한다. 미리 假榜가방 짠 것을 이 자리에서 확정한다. 스님네가 66명, 재가 소임자가 22명, 도합 88명이 여름 한 철을 서로 도와 함께 산다. 조실스님께서 결제 정신을 살려서 아름다운 회향을 하자고 훈계하신다. 사중 입승의 죽비 3성으로 하안거 살림을 위한 방짜기가 마무리되었다. 선원대중은 다각실에 모여서 차 한 잔을 나눈다. 다각스님은 명고스님이 중국에서 가져온 보이차를 우려서 대중에게 공양한다. 네댓 잔 마시고 제각각 자기 처소로 돌아간다. 모두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심이 많아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개표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2017년5월10일(수)비온 후 맑음
오전9시 사중 소임자가 선원을 방문하여 상견례를 가진 뒤 결제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듣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 장을 써는 새 시대가 열린다. 羅鶴라학 선덕스님이 자기 처소로 구참스님들을 초청하여 커피와 다과를 대접한다. 점심은 메밀국수 공양이다.
2017년5월11일(목)흐림
남으로 난 창을 여니 동쪽 숲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마음에 붉은 도장을 찍으며 법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2017년5월12일(금)흐림
남쪽 지방에는 비가 온다 한다. 하루 종일 흐리다. 불교는 단막극이 아니라, 대하드라마이다. 기초부터 착실히 다진 후 바르게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초기불교는 불교 만대의 표준이다. 초기불교를 완전히 수습하고 난 뒤에 대승으로 나아가야만 대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초기불교는 인도적 사유방법에 기초해있고 대승불교는 중국적 사유방법에 기초해 있다. 이 둘 사이에는 같음과 다름, 연속과 불연속이라는 간극이 있다. 이 둘을 섣불리 갖다 붙여 하나로 돌아간다느니, 둘이 아니라고 얼버무리면 초기불교도 죽고 대승불교도 죽는다. 초기불교는 초기불교대로 하나의 완전한 체계이며 대승불교는 대승대로 하나의 완전한 체계이다. 이 둘을 불교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어떻게 배치하여 이해할 것인가는 그 사람의 그릇에 달려있다. 앞산은 뒷산의 근본이니 앞산이 없으면 뒷산은 존재할 수 없다. 뒷산은 앞산에서 시작되어 변형된 지형이다. 앞산과 뒷산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붙어있기도 하다. 각기 따로 떼어놓고 볼 때 앞산은 앞산대로 뒷산을 뒷산대로 멋이 있다. 그러나 어떨 때는 서로 붙여놔야 편리할 때가 있다. 노루와 꿩은 앞산과 뒷산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산다. 봄바람이 불면 앞산에서도 꽃이 피고 뒷산에서도 꽃이 핀다.
2017년5월13일(토)흐림
오후에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정진시간 중에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 들린다. 곧 이어 기대했던 쏴아 쏴아 소나기 소리는 없고 가랑비만 조금 내리는 시늉하다 그친다. 방선하고 일어서니 산 풍경은 거짓말 같이 고요함에 잠긴 정물화가 되어있다. 이런 걸 마른벼락, 공갈 천둥이란다고 선덕스님이 말한다. 뻐꾸기 소리만 정물화 가운데 유일한 活物활물이다. 寂적과 聲성이 서로 부딪히며 쟁그랑 울린다. 西山대사도 그러했을까? 대사 18세 때 홀연히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듣고 뭔가 느낀 바가 있어 읊기를,
忽聞杜宇啼牕外, 홀문두우제창외
滿眼春山盡故鄕; 만안춘산진고향
汲水歸來忽回首, 급수귀래홀회수
靑山無數白雲中. 청산무수백운중
창 밖에서 들려오는 뻐꾹 소리 듣노라니
눈에 가득 봄 산천 그대로 고향인 것을!
물 길어오다 문득 고개 돌리니
청산은 무수히, 흰 구름 가운데
2017년5월14일(일)맑음
하늘의 골수가 드러날 정도로 푸르고 맑아.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마치 가을날 같아. 모처럼 찾아온 쾌청 명랑한 날씨. 숲길을 포행하면서 잣나무 솔방울을 줍다. 선덕스님이 한 봉지 가득 주워서 주신다.
청량심 보살 내외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다. 예기치 않은 죽음이다. 선원 학생들에게 조문 가서 독경하라고 하다.
“오, 사랑하는 도반이여,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사셨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평소에 수행하던 기도문을 독송하니 함께 수행하여 정토에 태어나소서. 청량심 보살 내외분이시여 잘 들으소서. 죽음이란 사건이 우리에게 닥쳐왔습니다. 죽음이 도둑같이 와서는 우리의 목숨을 훔쳐갔습니다. 삶은 불확실하고 죽음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진주선원의 도반으로 오셔서 인생무상이란 진리를 보여주는 스승이 되어 가셨습니다. 우리는 그대를 허무하게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불가사의 청정법계만다라에 잠시 휴가 보내 드리오니,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바르도의 모습 떠오르자마자 팔대보살 바른 길 보이시고 극락정토에 태어나 화신으로 윤회계의 중생 이끌게 되소서. 보리심의 서원 잊지 마시고 다시 오셔서 보현보살의 바다와 같은 행원을 완성합시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열일곱 분이나 모여서 독경해드렸다고 하니, 도반들의 정성이 그만큼 도탑다.
2017년5월15일(월)흐림
하루 종일 서늘하니. 마치 가을 날씨 같은 분위기. 짙은 구름이 띠를 만들어 산 위에 걸치니 산 그림자가 서늘하다. 오늘이 스승의 날인가 보다. 진주 제자들에게서 문자가 날아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나도 고등학교 은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가을에 한 번 진주로 모시겠다고,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사시라고 기원하면서. 스승이란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를 돌아보며 남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스승을 자처하는 사람은 많으나 스승다운 스승은 귀한 세상에서 나는 과연 스승이라 이름 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살아가는가? 나는 제자들에게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 나는 황금의 꽃목걸이 같은 스승들의 법맥을 이을만한가? 그렇지 못하다. 다만 마음속으로 법맥의 스승들을 그리며 스승들을 본받고자 할뿐이다. 세계의 눈이신 스승들이여, 이 제자를 호념하소서. 옴 아 구루 벤자다라 수마티 키르티 싯디 훔.
2017년5월16일(화)맑음
어젯밤 宣道선도거사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아침에 확인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내가 답했다. “무슨 일을 한다 해도 세상을 건너가고자할 뿐 목까지 잠겨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는 되지 말라. 몸과 마음을 더럽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군자가 추구할 바가 아니다. 사람이 천하를 다 얻어도 더해질 것이 없고, 천하를 다 잃어버린다 해도 줄어들 것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스님은 宣道선도와 宣眞선진을 만났던 아름다운 인연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름 안거 중에 한 번 시간 내어 하루 다녀가라고 했다.
이상스레 기온이 서늘하다. 온도계를 보니 섭씨 15도이다. 공기가 상쾌하고 청량한 것이 광릉 숲의 건강한 생태계 덕택인 것 같다.
최봉수 교수의 초기불교 강의를 들으니 sati를 ‘기억’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낀다. 초기불교 승가에서는 부처님 법문을 듣는 즉시 외워서 기억해야만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에, 법문을 기억한다는 것은 모든 승려들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리고 법문들은 것을 기억하기에 편리하도록 분류하고 조목조목 정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후 상관관계를 가지며 서로 서로 유기적으로 짜여서 해탈 열반이란 결론으로 인도되도록 배치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4념처라든가 7각지, 나아가 37보리분법이라고 정리했을 것이다. 사실 아비담마가 모두 이런 맥락에서 정리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불교공부는 기억할 것이 강력히 요청된다. 이것을 진주선원 학생들에게 강력히 주지시켜야 하겠다.
2017년5월17일(수)맑음
<진흙속의 연꽃>님이 매일종교신문에 올려진 전재성 박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내왔다. 전재성 박사는 불교학생회 선배로 1976년 <민중불교론>이란 논문을 <대화>라는 잡지에 게재하여 <민중불교>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창했던 선각자였다. 그 논문으로 인하여 정보부의 쫓김을 당하는 고초를 겪다가 독일로 유학하여 불교학의 일가를 이루었다. 그는 한국불교 최초로 5부 니까야를 번역해낸 현대판 현장법사라 불릴 만하다. 80년 여름방학 때 표충사 내원암에서 열린 불교학생회 수련대회에서 마지막으로 뵌 후 아직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함께 한다고 느낀다.
죽어가는 자의 얼굴에서 너 자신을 인식하라. <법구경>
나도 한때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라. <상윳따니까야>
기억해두면 좋을 문구:
너에게서 나간 것이 너에게로 돌아오느니라.
孟子; 出乎爾者, 反乎爾. 출호이자 반호이
가득 차면 줄어들 일이 따라오고 겸손하면 득 되는 일이 생긴다.
書經; 滿則招損, 謙則受益. 만즉초손 겸즉수익
2017년5월18일(목)맑음
새벽에는 섭씨10도, 해가 뜨면 20도, 낮에는 25도. 싱그러운 오월. 숲에서 푸른 영기가 풍겨져 나와 도량이 청량하다. 여름이 땅을 밟고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옛 사람들은 사계절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봄바람을 일으키는 신을 東君, 봄을 주장하는 신은 靑帝, 여름을 주관하는 신을 赤帝, 가을은 白帝, 겨울은 黑帝라고 했다. 이는 오방색에 맞게 배치한 것이다. 조선중기 화담의 주기론을 이어받은 성리학자 사암 박순(思庵 朴淳,1523-1589)이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노래하였다. 계절의 순환이 저토록 성실하다고 찬탄하면서. 誠哉라, 四時의 巡還순환이여!
莫嗟紅素委沙塵, 막차홍소위사진 붉은 꽃잎 하얀 꽃잎 먼지바닥에 떨어짐을 슬퍼 마라
光景還隨物候新; 광경환수물후신 아름다운 광경도 계절 따라 변하느니,
已見綠陰交赤帝, 기견녹음교적제 녹음이 벌써 여름 神과 상통했나?
更敎黃鳥弄淸晨. 갱교황조롱청신 꾀꼬리로 하여금 맑은 새벽 희롱하게 만들다니.
오후에 마당에 풀 뽑는 울력을 하고 쉬다. 뻐꾸기 소리를 듣다보니 모든 뻐꾸기들이 처음부터 소리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뻐꾸기는 새끼라서 그런지 뻐꾹 뻑꾹을 곡조에 맞춰 길게 울지 못하고 중간에 그치고 만다. 아마도 어린 새끼가 울음 연습을 하는 것 같다. 뻐꾸기도 그냥 되는 게 아니라 반복연습을 해야 제소리를 낼 수 있다. 하물며 수행자야 말해 무엇 하리오.
오늘은 5.18광주민주항쟁 37주년 기념일이다. 스물아홉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천재소녀 싱어송라이터 장덕의 <예정된 시간을 위해>를 들으며 눈물짓는다. 5.18광주민주항쟁에서 윤상원 열사는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 너는 붓다다르마佛法에 목숨을 걸었는가? 너에게 목숨을 걸만한 게 있느냐고 묻는다. 노무현을 보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울었던가. 또 세월호의 아이들을 잃을 때는 어떠했나. 세상에는 슬퍼할 일이 많다.
2017년5월19일(금)맑음
삭발목욕일. 원래 보름마다 삭발하고 목욕하는 것이 절집의 전통이었는데 요즘은 음력으로 4, 14, 24일 한 달에 세 번 목욕하는 걸 선호한다. 시류에 따라 전통도 바뀐다. 게다가 큰 절에는 목욕탕 시설이 없어 절 밖으로 나가 목욕한다. 이즈음 스님들은 절 안에 목욕탕 시설을 갖추고 유지하는데 경비가 많이 들어가니 시내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며 편리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스님들이 벌거벗은 몸으로 대중목욕탕에서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말 그대로 적나나한 세간참여, 내지 入廛垂手입전수수이지 않느냐는 궤변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때를 먼저 벗겨내고 세상의 때까지도 씻어주는 것이 출가자의 할 일인데, 세상의 때에다 스님들의 때까지 보태주고 산속으로 돌아오니 세상엔 갈수록 때가 많아진다. 세상에다 때를 버리고 들어온 산속이 청정한가, 산속의 때까지 받아준 세상이 청정한가? 이것은 우스운 역설이다. 어느 선사가 목욕을 마치고 나온 수행자에게 물었다. “목욕탕의 물은 스님 몸의 때를 씻어주지만, 때가 섞인 저 물은 무엇으로 씻을 것인가?” 몸의 때와 마음의 때가 다르다는 걸 왜 모를까마는 스님들이 시류에 쉽게 휩쓸려 살아가게 되면 세상을 책임지려는 보리심이 소홀해질까 근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류는 도도히 흘러가면서 산속과 절집까지 쓸어 간다. 날씨가 쾌청하여 눈길이 흔들리니 곧 마음이 약해져 유혹에 넘어간다. 포천 유황온천물이 좋다고 명고스님이 권하는 바람에 바람같이 날아가 목욕하고 돌아오다. 남양주에서 포천으로 펼쳐지는 산세는 수려하여 지리산에 못지않다. 한수 이북의 풍수는 특별히 빼어나서 명당과 길지가 적지 않다. 그런 까닭에 조선의 왕가와 권문세가들은 양주 이북에서 포천에 이르는 일대에 양택과 음택을 소유해왔던 것이다. 포천에는 산정호수가 유명하다. 6.25 남북전쟁 당시 김일성이 이 호숫가에 별장을 짓고 작전을 구상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또 궁예가 태봉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깃발을 날렸던 곳도 이 일대였고, 임꺽정이 날뛰던 곳도 이 지역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헤아리다 돌아오니 점심공양 시간이다. 중생세간 남섬부주의 한 귀퉁이에서 하루살이 같은 하루를 이렇게 지냈다.
첫댓글 스님의 일기를 보고서 의문이 생겨 질문드립니다.
인도대승불교와 그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티벳대승불교도 중국적 사유방법에 기초하고 있는지요??
티베트 불교는 인도적 사유방법에 기초해 있습니다. 나란다 대학의 학풍을 그대로 이어온 아티샤존자가 티베트에 불교를 전해주었고, 그것을 쫑카파 대사가 집대성했습니다. 그래서 티베트 불교는 대론을 통한 논리적 명증성을 학습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점진적 수습을 강조합니다.
맑고 청명한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먼지 투성이인 제 맘을 잠시 씻어내 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기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며 외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님, 건강하시고 귀한 가르침 감사드립니다.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