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산을 망치기 위해 '일본에서 온' 나무라는 게 많은 한국인들의 선입견입니다.
물론 아카시아(또는 아카시)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라 북미대륙에 자생하는 나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에는 아카시아 나무는 일본에서도 흔히 만날수 있을 것 같다는 거죠.
그러니까 100년전 총독부 관계자는
일본 현지에서 아카시아의 놀라운 생명력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을 거라는게 우리의 지레짐작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글쎄요.
아래는 '보통의 일본인들은 아카시아 나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라는 주제의 글입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추리 소설가로 우리에게 인기 높은 소설가 온다 리쿠가 있습니다.
그녀는 1964년생으로 토호쿠 지방의 중심인 센다이시에서 태어나, 도쿄에 있는 와세다 대학을 다녔습니다.
굳이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건, 그녀가 일본 어느 구석진 지방출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평균적인 일본의 도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석진 곳의 풍경'이라는 책은 온다 리쿠의 기행 에세이집인데, 그 중에 설악산을 찾은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신선은 날고 관음보살은 미소짓다 - 설악산' 부분은 따로 소개하도록 하고요.
설악산 챕터의 시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 | |
| '아카시아와 김치'
한국은 후각을 자극하는 나라다. 대도시 서울은 거의 살기(殺氣)에 가까운 에너지로 가득하다....(중략)...
서울은 위도가 높아서 서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푹푹 찌고 하늘은 흐렸다.... 그 와중에 거리 곳곳에 가득한 가로수의 아카시아 꽃이 만개했는지 활짝 열린 택시 창으로 흘러들어 오는 짙고 달콤한 향기에 놀랐다.
이름만 듣고 불그스름한 꽃으로 상상했는데, 꽃이 크림색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 |
| | |
이름만 듣고 불그스름한 꽃으로 상상했는데, 꽃이 크림색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어랏, 센다이 시 출신으로 동경에서 20대를 보낸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가 아카시아를 처음 보다니?
처음 볼 뿐 아니라 이름만 듣고서 꽃이 붉을 거라고 짐작하는 걸 보면, 나무 이름부터 생소해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카징끼'라고 상처나면 바르는 액체가 붉은 색인데, 일본말로 '아카'는 붉다는 뜻이죠.
그녀 역시 아카시아를 아카+시아로 풀어서 보았습니다.
일본에 안 가보았고, 이글 한줄로 일반화 시킬 수야 없겠지만,
섬나라엔 아카시아가 - 없지야 않겠지만 - 우리처럼 5월이면 온통 아카시 향으로 천지가 진동하지 않나 봅니다.
일본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그제나 지금이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에게 세뇌된 아카시아에 대한 편견에 균열을 가합니다.
''''''''''''''''''''''''
'아카시'가 일본말처럼 느껴져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산을 망치기 위해서일까요?
식민지 시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 한결같이 증거하는 건 이렇습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의 온통 푸른산을 만나고, 조선의 민둥산 붉은 산을 곧바로 떠올리며 슬프합니다.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선의 벌거벗은 산은 땔감을 얻기 위해서건 뭐건 '아무' 나무라도 심어야 할 처지였습니다.
대한제국의 황제는 한국에 와 있던 유럽인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했을 것이고,
아카시아가 유력 후보 중의 하나로 떠올랐을 겁니다.
아카시아 나무.
야트막한 우리네 산 어디건 가득한 꽃나무이고, 5월이면 향기가 서울 한복판까지 파고드는데,
일본을 떠올리지 않고, 편견 없이 즐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본인들은 못 느끼는 우리만 공유하는 봄의 원형기억중 하나가 바로 아카시아니까요.
* 한번 등산박물관에 놀러 오세요.....~~~ -> 등산박물관 (클릭하세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아카시아나무의 올바른 이름은 아카시나무이고, 아카시아나무는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나무입니다.
그리고 아카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을 경유하여 들어온 귀화식물 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링크시켰습니다.
https://namu.wiki/w/%EC%95%84%EA%B9%8C%EC%8B%9C%EB%82%98%EB%AC%B4
안녕하세요..오랫만에 여기서 뵙네요...~~~
말씀대로 아카시아와 아카시는 다른 종목이죠.
글에서는 아카시아를 아카시로 이해할 거라 믿어 오해를 무릅쓰고 단순화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님의 댓글 덕분에...
혹시 몰라 일본의 위키를 들어가 보았습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ニセアカシア
여기에 보니, 일본인들도 아카시아를 잘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북알프스의 핵심인 나가노에서 꿀 생산이 일본 3위인데, 주로 아카시아 꿀이라는 이야기도 있네요.
김홍은 박사의 아카시 이야기 http://www.cctimes.kr/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330964
일본 위키에 대해 한말씀 더하자면...
일본에서도 민둥산 녹화사업을 하면서 아카시를 많이 했고,
문제점도 많이 있지만, 아카시아를 대체할 수종이 별로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온다 리쿠가 왜 아카시아를 처음 들어 본듯한 코스프레^^를 했을까요?
도호쿠 지방에나 도쿄 등 동쪽지방에는 아카시아가 별로 없어서일까요?
일본에는 몇몇 지방 말고는 아카시아를 보기 어려울까요?
아무튼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아카시아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고요.
위의 일본 위키를 들어가보셔서,,혹시라도 제 글에 오해^^를 낳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본에 다녀온 친구에게 물을꺼리 또는일본에 가면 유심히 볼꺼리가 생겼습니다.~~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조금 더 검색해 보았더니..
오사카(그러니까 도쿄 등 관동쪽)에서는 아카시아를 거의 보기 어렵다고 하네요.
http://www.osakatree.jp/green-and-tree/アカシア?ニセアカシア?
1970년 나가노는 전체 산이 아카시아로 뒤덮일 정도였고..그 이후에 지역 정부 등에서 보완조치를 하고 있다.
http://www.pref.nagano.lg.jp/kanken/johotekyo/midorinokoe/documents/mido38-7.pdf
일본사람들 중에는 '아카시'라는 일본어식 발음 때문에 일본재래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https://www.jawic.or.jp/kurashi/jtree/k28-niseakasia.php
최근 일본에는 아카시가 외래종으로 지정되는 분위기에 양봉산업 등의 반발이 있고 .,.이와 관련된 글이 많습니다.
하쿠산 국립공원에 유입된 아카시아.
http://www.pref.ishikawa.lg.jp/hakusan/publish/report/documents/report40-1.pdf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센다이시에 유입되고 있는 아카시 실태 조사
http://www.nilim.go.jp/lab/ddg/seika/nendopdf/1101.pdf
삿포르 시에는 가로수로 조성되어 있는 듯
sappachi.com/diary/780.html 돗토리현등 서쪽과 홋카이도에서는 아카시아가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여기서 그만해야겠네요.
인터넷 세상..예전에는 이런 의문을 어떻게 풀었을까요?
이상 쓸데없이 댓글이 많아져서 죄송합니다....~
지금 일본에도 아카시가 많습니다. 참나무와 공생할 경우 처음에는 참나무가 지나, 아카시를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아카시가 다 죽고 맙니다. 사람들이 자꾸 쳐내니 생존본능에 의해 반발적으로 세력이 왕성해집니다. (식물학자의 관찰기록)
네...의외로 아카시아가 참나무 등에 치인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보면, 제가 검색을 통해 댓글에도 달았지만,
일본 홋카이도에는 아카시가 많고, 혼슈 지방을 동서로 나눈다면, 나가노 등 서쪽은 많고, 오사카나 도쿄 등 관동쪽에는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흔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아카시아를 생태학적, 역사학적으로 너무 폄하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행문 일부를 모셔와 보았습니다...
@등산박물관(김진덕) 자연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카시가 왜 낮게 평가되어야 하나?
밀원으로 당할 나무가 없는데...한편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데 일등 공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