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웰빙 바람도 잠재우고 있다는 요즘, 문화계 또한 끝날 기미가 안보이는 불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언제 불황이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자조하던 공 연계는 "이대로 가다가는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며 시름이 가득하고 , 대중음악계는 원가절감에 필사적이다.
문화계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묘책들을 짜내고 있다. 공연 티켓이 홈 쇼핑 상품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고, 같은 값에 여러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 는 조인트 콘서트가 붐을 이룬다. 문화계의 불황타개 이색 아이디어를 소개한 다.
◆ 공연시간 고정관념을 깨다='틈새시장을 공략하라' '신규 수요를 창출하라' . 이 같은 불황극복 전략은 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최근 공연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 몇몇 공연들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연계의 휴일이나 다름없는 월요일에만 공연하는 뮤지컬 이 있는가 하면, 저녁에 공연을 시작하던 관행을 깨고 시작 시간을 오전으로 옮긴 클래식 연주회도 있다.
서울 홍대앞 소극장 '떼아트르 추'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공연되는 '뮤 지컬 이야기 쇼, 이석준과 함께'는 토크쇼와 콘서트를 결합한 이색 공연이다. 매번 뮤지컬 배우 한 사람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노래도 부르고 무대 뒷이야 기도 들려준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11시 콘서트'도 저녁 나들이가 어려운 주부 관객들을 공 연장으로 이끌어내며 클래식 대중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지난 9월 9일 열렸던 첫 공연에서부터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더니 12월 공연까지 매회 콘서트홀 26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효과 만점' 홈쇼핑과 명품 마케팅=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는 이색 마 케팅을 통해 꼭꼭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홈쇼핑이다. 공연 티켓 홈쇼핑 판매 붐을 불러일으킨 공연은 뮤지컬 '미녀와 야수'. 현대홈쇼핑은 지난 9월 '미녀와 야수' 공연 티켓을 정 상가보다 20% 할인판매하고, 지방의 뮤지컬 애호가들을 겨냥해 공연 티켓과 호 텔숙박권을 묶은 상품을 내놓아 큰 재미를 봤다. 준비한 3000장의 티켓을 60분 만에 모두 판매한 것.
부유층 관객들을 겨냥한 명품 마케팅도 활발하다. 50만~60만원대 초고가 입장 권이 등장한 데 이어 실제 금ㆍ은으로 만든 이색 입장권까지 나왔다. 내년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5회 공연될 오페라 '투란도트'는 최근 금속제 입장 권에 금을 도금한 열쇠고리와 은을 도금한 목걸이를 한데 묶은 공연상품권을 선보였다.
◆ 기업을 공략하라=지난달 30일부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아 이 러브 유'는 공연 시작을 며칠 앞둔 23~25일 '마케팅 파트너스 프리뷰'라는 색다른 행사를 가졌다.
'마케팅 파트너스 프리뷰'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직접 공연을 보고 마케팅 포인트를 설명받으면서 협찬, PPL, 고객초청 행사, 제휴 프로모션 등 각사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방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마켓 시사회.
행사를 기획한 공연 매니지먼트 업체 클립서비스 설도권 대표는 "요즘 실정에 중소형 공연들이 티켓 판매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고 장기공연 토대를 마련한 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만큼 기업측의 문화마케팅과 공연기획사의 공연마케 팅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싱글음반ㆍ온라인 음악으로 원가절감=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 은 제작비를 줄이는 것이다.
10곡 내외가 들어가는 음반은 순수 제작비만 통상 1억원 정도다. 그러나 싱글 은 히트 가능성이 높은 2~4곡 정도만 수록해 곡비가 대폭 줄어든다.
아예 싱글 음반도 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신보를 발표하는 가수들도 있 다. 세븐이 12월 1일 '디지털 싱글'로 신곡을 선보였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 버였던 이주노도 조관우와 다음달 온라인을 통해 듀엣곡을 발표한다. 케이스, 표지 디자인 등 음반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으므로 제작비를 줄이는 효과는 더 크다.
◆ 단독공연 대신 조인트 콘서트=경기침체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문화비 다. 여유있을 때는 콘서트장을 즐겨 찾던 사람도 이제 웬만한 공연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값을 내고 여러 명의 가수를 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갈수록 늘고 있는 조인트 콘서트 붐은 여기서 기인한다.공연계 최고의 히 트작으로 꼽히는 7080 콘서트도 추억이라는 요소와 함께 그 시절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년 관객들을 끌어 모은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