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망종과 단오 사이에 있다. 보리 고개를 지나면 모내기가 시작할 때다. 이때 씨를 뿌리면 안 죽고 잘 나온단다. 마른 논에서 물논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산촌의 꽃들은 가냘픈 향기에서 중후한 느낌이 든다. 밤꽃과 오꼬시 나무의 향기가 땅위에 가라앉는다. 태양 빛이 직사광선 오는 중이라 모든 생물들이 번성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최 접점에 있다. 물질의 이동, 정보의 이동 그리고 생명이 뛰어 넘고있다. 직선 위에 시간이란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물질덩어리인 뇌가 감정, 의식, 사고로 전환한다. 이 흐름을 인식한다는 것은 에너지다. 6월은 치환의 달이다. 대조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변덕스러운 날씨에서 정교한 초록으로 변한다. 들판과 산빛이 하루하루가 다르다. 전기로 말할 것 같으면 교류에서 직류 전압으로 바뀌면 정교한 예술의 공간으로 변한다. 라디오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는 것도 물질의 이동이다. 맑은 공기와 향기로운 흙은 서두르지 않는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질서의 규범으로 가고 있다. 지금 시대로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지만 자연의 흐름 앞에 아주 작은 힘에 불과하다. 자연의 흐름은 혼돈 속에서 가장자리에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내 마음속에 자아도 까닭 모를 갈등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편안함을 찾는다. 옛사람들은 6월의 농사가 제일 힘들었단다. 그때는 기계도 없었다. 보리 고개를 넘어 6월이 어서 끝나기를 원했을 것이다. 큰 변화가 있을 땐 힘이 든다. 두 물질이 만나 하나가 되려면 혼란이 온다. 혼란을 피하면 새로운 물질이 생성이 안 된다. 서로 부딪히면 열이 올라간다. 물질의 교환법칙이라 할까. 모내기가 끝나면 자연의 흐름은 정교하게 흘러간다. 마음의 물결도 고요해진다. 진동하는 첫 6월에서 마지막 6월은 낮은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 목소리가 받쳐주어야 모든 음이 산다. 잿빛 산그림자가 곧 초록으로 변한다.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질서 있게 진행된다. 정신은 맑아지고 마음은 떡잎으로 변한다. 구름은 비가 되어 푸른 강물을 만들 것이다. 사랑도 하나가 되어 강물 따라 흘러간다. 이것이 시간이고 풍경이야. 계절의 절기에서 막막한 들판 가운데에 있지만 곧 푸른 들판이 될 것이다. 태양의 초록은 눈이 부시게 초록 수평선으로 다가가고 있다. 떠남이 있는 곳에 풀 한 포기가 연민으로 꽃을 피운다. 논둑 길 제 멋대로 피어있는 하얀 꽃도 그리워할 사람 그리워하고 있다. 6월의 강물 따라 떠나는 임이여.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여. 계절의 접점에서 다시 새롭게 변하기를 바란다.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결국 삶이다. 안 되는 것도 되는 것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삶의 언저리에서 근원적 통합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