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일에는 항상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살면서 나쁜 일이
생겨도 너무 코 빠져 있지 말라는 신의 음성이 아닐까요. 어제 진상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놈이 매상의 반을 올려줬더라고요.
김 장로가 톡으로 30년 근속 상을 탄 것을 알려왔어요. 그래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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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김 씨에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번 주는 만사를
재껴 놓고 해성교회에 출석해서 축하해줄 생각입니다. 갑자기 30년 근속 상
이라니 퇴직하려고 그런가. 2년을 더해도 덜해도 큰 의미는 없을 터 ,세무서
다닌 결심으로 pbs를 시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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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을 즐겨 읽는 사람이 논픽션을 즐겨 읽는 사람보다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연구가 사실일까요? 픽션(fiction), 곧 소설은 삶의 거대한 난제를 시뮬레이션
하는 강력하고도 오래된 가상현실 기술로서 삶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이다.
에에공! 영화든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고 쓰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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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에 대해서는 두 말하면 숨이 가픈데 왜 읽고 보고 쓰지 않느냐면
언제든 할 것이라는 '시간에 대한 애매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보고(더 글로리, 내가 신이다), 읽고, 포스 팅을 하시라.
2.
이 광수의 소설, '무정'은 민족 계몽을 향한 사랑의 승화를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평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형식은 경성학교 영어교사
로, 신교육을 받고 자란 미모의 신여성인 선형과 유교 교육을 받고 자란
구시대 여성인 기생 영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형식은 선형에게 미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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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느끼지만 어릴 적 은인의 딸인 영채도 결코 저버릴 순 없었어요.
영채를 뒤쫓아 가지만 찾지 못하고 형식은 선형과 약혼한 뒤 함께 미국
유학 갈 것을 약속합니다 한편 영채는 기차에서 병욱을 만나 새로운 의지를
갖게 되고 일본에서 병욱과 함께 공부할 것을 마음먹어요. 그러던 중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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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유학을 가던 기에 같은 날 한 기차를 타게 되고, 세 사람은 삼각관계의
미묘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삼랑진에서 수재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
서, 개인감정을 접고 모두 한 마음이 됩니다. 그들은 유학을 떠나며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질 역군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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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서 책 표지를 흘끗 보았어요. 그때 문득 소설
제목이 '무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갑자기 이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무정……' 무정이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정이 없음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 '무정', 춘원 이 광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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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무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은 사랑을 계몽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통해 민족적 이상주의와 계몽적 정열을 보여주는 작품,
이작품의 제목이 '무정'인 것이 조금은 아귀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제목이 '무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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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들 사랑의 진실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야기 전개
상으로는 정조를 잃고 자살하러 평양으로 간 영채를 찾다 말고 돌아와 선형과
약혼하고 미국 유학까지 결심하는 형식이 무정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우선 형식이 영채에게 갖는 사랑은 연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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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에 가깝습니다. 형식은 영채가 처음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영채가
기생이라는 사실에 일변 영채가 더러운 듯이 생각되기도 하고 싫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으나 형식은 애써 영채가 옛날 고아였던 자신을 받아준 박진사
의 딸이라는 생각을 하여 떨쳐버리려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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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과 영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에서도 형식은 선형에게 마음이 기울면서
도 영채가 은사의 딸이라는 이유로 쉽게 저버리지 못합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짜인 틀에 맞추어 행동할 뿐입니다. 영채를 향한 형식의 마음이
'무정'입니다. 선형을 향한 마음도 순수하진 않아요. 한편으로는 무능력한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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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모습을 가진 형식은 선형과의 약혼으로 얻을 수 있는 유학의 길도 고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채 또한 형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형식이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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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무정'이란 제목이 가진 두 번째 의미는 '사회의 무정'이라고 생각
합니다. 영채가 겪어온 어린 시절들, 아버지와 오빠들을 잃고, 남복을 하고
밤길을 헤매다 악한을 만나고, 또 김 현수에게 유린당하고. 영채에게 닥친
현실은 너무도 무정한 것 같았어요. 영채뿐만 아니라 형식이 대하는 세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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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이에요. 지식인인 형식이 대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길을 없고
미국으로 나가야 성공하는, 그런 현실인 것입니다. 학교에서 오해로 쫓겨나고
지식인으로서 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형식입니다. 세 번째 의미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뜻하고자 한 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은 작가의 행적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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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정'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화가 치밀
어 올랐어요. 작가는 우리 민족에 대해, 우리 조국에 대하여 '무정'합니다. 글
끝 부분에 이런 말이 있지요. “하룻밤 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발발 떠는
그네들이 어찌 보면 가련하기도 하지마는 또 어찌 보면 너무 약하고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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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그네의 얼굴을 보건대 무슨 지혜가 일을 것 같지 아니하다. 모두 다
미련해 보이고 무감각해 보인다. 그네는 몇 푼어치 아니 되는 농사하는 지식을
가지고 그저 땅을 팔 뿐이다. “ 이 부분에서는 작가에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민족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없으면서 무슨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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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냐고, 무슨 계몽이냐고, 그런 생각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겠다는 심산이냐
고 말입니다. 이 광수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계몽에 대한 시각과 친일적
사고를 엿볼 수 있었고, '무정'의 의미에 대해서도 문학적인 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주인공들의 사랑과 사회, 그리고 작가의 조국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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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이 모든 것들의 '무정'을 발견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정'의 의미를 알면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이 광수의 소설이 과거 혐오증과 새것 콤플렉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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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그의 작품이 시대에 앞서고, 흥미로우며, 신선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당시 매일신보에 126회가 연재되었는데 흥미진진했다는
것 같아요. 50년 전에 접한 무정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건 왜일까?
2023.3.8.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