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靑石 전성훈
몇 해 전부터 숲길을 맨발로 걸어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아담한 월천근린공원에서도, 초안산에서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매스컴에서도 자주 나와 더욱더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어,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점을 물어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다. 뭔가 불편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인터넷을 뒤적여본다. 맨발로 걷는 운동을 하면 그 효과가 상당하다고 한다. 1) 지압 효과 2) 어싱 효과 3) 면역력 향상 4) 혈액순환 개선 5) 자세 개선 6) 스트레스 해소 7) 다리 근육 강화 등을 들고 있다. 대부분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싱효과는 뭔 소리인지 몰라 자세히 찾아본다. 어싱(earthing)은 땅과의 접촉을 의미하는 접지(接地)라는 용어로, 전기적인 안전 및 전자기파 차단을 위하여 전기 장비나 시스템을 지구(땅)에 연결하는 절차, 방법을 가리킨다고 한다. 우리 몸 안에는 활성산소로 인해 노화가 촉진되며 면역력이 저하 된다. 이로 인해 각종 질병이 유발되기도 한다. 그런데 맨발로 흙을 밟게 되면 활성산소로 인한 우리 몸의 양전하가 땅의 음전하와 만나게 되어 중화되어 배출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체내의 전기적 균형이 맞춰지어 각종 염증을 비롯한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싱 효과를 위해 맨발로 걷기운동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맨발로 걷는 게 좋다면 틀림없이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흙길이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돌멩이나 모래, 유리 조각과 사금파리 조각, 못 등 이런저런 잔해물을 밟으면 발바닥에 상처가 나서 파상풍에 걸릴 수 있고, 여러 가지 해충에 감염되어 맨발 걷기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수도권을 포함한 지자체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둘레길과 숲길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맨발 걷기 체험을 검색해도 가까운 곳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누구나 안전하게 맨발 걷기 효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맨발로 걸으면서 이런저런 불치의 병이 치유되었다는 이야기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걷기운동을 하며 어린 시절 기억을 찾아서 맨발로 걷는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맨발로 걷기 좋은 10곳을 추천하는데 그중에 아주 반가운 곳이 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찾아가는 우리 동네 뒷산 초안산, 초안산 치유의 숲길(대략 1km)이 좋은 장소로 소개되어 있다. 초안산 대신 근린공원에서 맨발로 걷기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틀에 한 번씩 맨발로 걷기운동을 한다. 하루는 등산화를 신고 초안산을 걷고 다음 날은 슬리퍼를 신고 근린공원에 간다. 공원에 도착하면 슬리퍼를 벗어놓고 공원을 걷는다. 공원 둘레가 대략 250m로 다섯 바퀴를 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래나 작은 자갈을 밟으면 금세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땅에 집중하고 걸으니까 시선을 멀리 바라볼 수 없고 보폭도 작아지고 걸음도 빨리 걸을 수가 없다. 처음 맨발로 걷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발바닥에 불이 나는 듯 후끈후끈하다. 집 거실 바닥이 따뜻해지는 듯하여 보일러가 들어오는가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금방 사태의 원인을 알아차린다. 샤워하며 찬물을 발바닥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목욕탕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발바닥 마사지를 해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맨발로 걷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몸의 적응력도 나아지는 것 같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에 그 효과를 말할 때는 아니다. 늦가을까지는 맨발 걷기를 해보고 발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으면 한겨울이 지나 내년 봄에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첫술에 배부르랴?’, 느긋하게 천천히 해봐야겠다. (2023년 11월)